「민원성 폭력」에 대한 저의 입장
지난 토요일(2007. 2. 10) 미란다 예식장에서 전직시장인 저에게 취한 S씨의 민원성 폭력사건과 어제(2.27) 상공회관에서 가진 S씨의 기자회견을 두고 걱정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증폭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그간의 경위와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그간의 경위
동 민원은 제가 재임 중인 1999년 9월경 경기도 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특성화 학교(한국도예고등학교) 유치와 관련된 일입니다.
한국에서 유일한 도예고교 유치를 둘러싸고 당시 인근 시·군과 경쟁을 벌리고 있던 이천시로서는 세계도자기엑스포 주행사장 유치와 함께 도예도시의 장래를 약속하는 도예고 유치는 절실히 필요한 사안이었습니다. 당시 신둔면장으로부터 S씨 소유의 4천평부지 기부채납 의사가 있음을 통보받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학교설립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동 부지는 S씨 소유의 인근 잔여 임야 13,000평의 보전임지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기부채납한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유치차원에서 실무자들이 기대감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나 약속사항은 아니며, 법령규제 사항은 임으로 약속할 수 없는 사항임)
시 에서는 순수한 기부채납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소 석연치는 않았으나 민원인 S씨의 입장을 고려하여 중앙관계부서(농림부와 산림청)에도 보전임지의 해제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한 지역을 풀면 전국적으로 풀어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최종적인 불가 통보가 오자 이에 대해 S씨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였고 3심까지 거쳐 배상금 5억여원을 2005. 11. 29일에 예비비에서 지출하고 시의회의 승인을 받은 사항입니다. 또한 기부한 토지가 바위산이라서 조성 비용만도 3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등 이천시로서는 결과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며 비싸게 매입한 땅이 되었습니다. 동 사건은 장기간에 걸친 민사소송절차에서 민원인과 행정실무자 양측이 모두 피로감을 느꼈고 심적으로 상처를 입은 민원 사안입니다.
그러나 시 입장에서는 민원인이 순수한 기부채납의사는 아니었더라도 공익을 위하여 시에 협조하였던 사안인 만큼 보상과정에서도 민원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다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시민의 눈과 저의 입장
결혼식을 축하하는 경사스러운 예식장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이 사건을 두고 지역신문과 인터넷 네티즌들의 여론이 분분합니다. 저는 민원인의 그 동안의 심적인 고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돌출행동은 때와 장소에 접합치 않았으며 사건이 종결된지 1년이 넘었고 그간 시에서 최선을 다하여 민원인에게 베풀려고 했던 충정을 이해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그 결과가 불만족하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추진한 일이고 수많은 대화와 설득·타협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면 역지사지 입장에서 서로 포용하고 화해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번 일은 12년 재임 중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동안 시청 민원실에서 있었던 각종 민원처리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수 없이 접하는 폭언·고성은 그 사안의 본질보다 감정 풀이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민주화·지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욕구분출과 공익의 목적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숙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12년간 함께 만드는 심포니사회를 통하여 전국제일의 지방자치도시 이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평생학습도시건설을 비롯해 도자기엑스포공원, 서이천 IC, 종합운동장 등 50여개의 대단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람도 있었고 성과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민원성의 사안도 많았지만 큰 마찰 없이 받아들여 주셨던 시민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시민의 협조가 오늘 이천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하이닉스공장증설문제로 야기된 일련의 사태로 민심은 격동하고 있으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보다는 편가르기와 흑백논리가 강하게 주장되는 분위기입니다. 이것은 이천의 장래를 위하여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힘을 합하고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른이 없는 사회라고 합니다. 어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비하시키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서부터 각 기관단체의 장에 이르기까지 인신공격성의 권위 무너뜨리기 현상이 두드러져가고 있습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우리의 안정된 사회, 아름다운 사회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를 복원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이천시민이 키워준 3선의 민선시장입니다. 현직을 떠났다 하더라도 저에 대한 시민의 사랑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미란다 예식장에서 일어난 폭언·폭력 사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전직 시장의 예우를 떠나 현직 시장에게도 무언의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걸핏하면 항간에서는 과거를 들먹이며 주먹의 고장 운운 하는 판에 말입니다.「이천의 품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번 사건이 더 이상 비화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번 계기를 통하여 우리 스스로의 현주소를 확인해 보고 이천이 더욱 성숙· 발전되기를 기원 할 뿐입니다.
그동안 심적 고통을 감수한 실무담당 공무원들과 S씨에 대해 위로를 드리며 저에 대한 우려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2007. 2. 28 전 이천시장 유승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