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규제철폐 결의대회’ 등 긴박한 민원 외면한 시의원들
시의원, 24일 오후 양평에서 음주 겸한 ‘단합대회’ 즐겨 집중폭우로 비닐하우스 22동 ‘침수’… 고백리 다리 끊겨
이천시의원들이 긴박한 상황에 처한 민원을 외면하고 단합대회를 떠났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그것도 관내가 아닌 이천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양평에서 단합대회를 즐겼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주민들에 따르면 경기도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지난 24일 시의원 전원은 본회의에서 ‘일본의 독도침탈 야욕 저지를 위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날 정오쯤 양평의 한 산속에 위치한 팬션으로 단합대회를 떠났다.
이들은 이곳에서 오랜 시간 오리 주물럭과 음주 등을 겸한 단합대회를 즐긴 뒤 이날 오후 5시쯤 해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날짜를 잘못 선택했다. 이 시간 이천지역은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복하천과 양화천이 범람위기에 까지 몰리는 등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실제로 양화천변에 위치한 대월면 장평리 채소농가의 경우는 비닐하우스 22동이 침수됐고, 부발읍 고백리의 고백교는 교각이 주저앉아 주민통행이 통제되는 등 폭우로 인한 피해가 총 38건이나 발생했다.
시의원들의 민심 외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염원인 하이닉스 증설 허용 촉구를 위해서라도 한목소리를 내야할 시의원들이 이날 오후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수도권 규제 철폐 촉구 비상결의대회에도 불참했다. 이 결의대회에는 김문수 지사와 이범관 국회의원, 이재혁·임진혁 도의원, 최문용 부시장을 비롯해 다른 지역 시장·군수 및 지방의원, 경제단체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권 규제완화 후퇴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민심을 이반한 시의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시민들의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주민 서모(54)씨는 “집중폭우로 난리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외지로 단합대회를 갔다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며 “시민들에게 지탄받아야 마땅하고 시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격분했다.
박모(37)씨도 “민의를 대변하는 시의원들이 생각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까”라며 “하이닉스 증설을 위해 시민 수백명이 삭발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그런 중요한 자리(규제철폐 결의대회)를 외면했다는 것은 민심을 이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이닉스 증설 허용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결의대회인 만큼 시의원들이 필히 참석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최모(36)씨는 “2006년 7월 모 한나라당 도당위원장이 수해골프를 즐겨 당에서 제명됐고, 모 총리도 수해골프를 즐겨 국민에게 사죄한 바가 있는 만큼 시의원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지고 시민들에게 정중히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범시민 총 사수대회’가 2007년 1월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시민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병돈 이천시장이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에 대한 결의를 힘차게 외치고 있다.
▲ 경기도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는 24일 김문수 지사와 이범관 국회의원, 이재혁·임진혁 도의원, 최문용 부시장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권 규제 철폐 촉구 비상결의’대회를 열었다.
▲ 호우경보가 발령된 지난 24일 이천지역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총 38건의 비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대월면 장평리의 한 채소농가의 비닐하우스 22동이 폭우로 인해 침수됐다.
저작권자 © 이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