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의 천사부대 ‘이천여성의용소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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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의 천사부대 ‘이천여성의용소방대’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8.01.2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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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연합대장 “봉사는 나를 지켜주는 힘”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참 봉사를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오로지 지역주민들이 좀 더 낳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지역의 파수꾼으로 자신들의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모범단체로 정평이 나 있다. “궂은일은 우리의 몫”이라고 늘 강조하는 ‘이천여성의용소방대(연합대장 김승자)’가 그들이다. 주로 30~50대 주부로 구성됐다.
 
이들의 역할은 참사현장에서 더욱 빛이 났다. 대원들은 지난 7일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 당시 소방관들만큼이나 일찍 달려와 참혹했던 사고현장을 지키며 따뜻한 손길을 보탰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맡아 사고 현장을 누비며 구조대원들을 도왔다.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이날 역시 이들은 화재 연락을 받고 즉시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늘 했던 것처럼 부랴부랴 비닐 천막을 치고 소방관들과 유가족들에게 대접할 식사와 차를 준비했다. 대원들 간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

당시 이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한 소방관은 “몸은 고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이분들의 정성이 따뜻한 가족을 생각나게 해 힘이 납니다. 이분들이 아니면 (현장에서)이렇게 따뜻한 밥을 구경이나 하겠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화재가 난 당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미약하지만 의용소방대로서 늘 소방관들과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이천여성의용소방대를 이끄는 김승자(56) 연합대장의 말이다.

김승자 연합대장

김승주 대장은 18년 세월을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해 왔다. 봉사자로 치면 거의 베테랑 수준급이다. 김 대장은 그래도 자신들과 함께 늘 화재현장을 누비는 소방관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소방관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야말로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모든 것을 내걸고 일을 합니다. 인력부족이나 근무조건도 열악하지요. 요즘은 화재뿐만 아니라 주위에 모든 사소한 일에도 경찰보다는 119를 먼저 부르잖아요.”

“이처럼 우리 생활에 모든 궂은일을 대신하면서도 그에 따른 처우는 너무 부족하죠. 직업으로 하는 일이지만 이분들이야말로 정말 봉사자들입니다.”

김 대장은 주변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소방관을 칭찬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소방관들 사이에서 김 대장은 어머니로 통한다. 소방관들의 출동에 앞서 김 대장은 “내가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내가 살아야 더 많은 사람을 도울 것 아니냐”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안전을 유독 당부한다고 한다.

금호생명 이천지점 동료들과 함께.
김승주 대장의 자원봉사정신은 아마도 집안 내력인가보다. 그는 경찰이었던 부친에게서 자연스레 봉사의 삶을 배우며 자랐다고 한다. 김 대장의 딸도 어머니의 이러한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중증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대장의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품은 자신이 일하는 금호생명 이천지점에서도 그 효력을 발휘한다. 이 지점은 김 대장의 권유로 벌써 수년째 지점장을 비롯한 직원들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이제는 직장동료들도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설 정도라고 한다.

평소 내색하지는 않지만 이런 그에게도 쓰라린 아픔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지 올해가 8년째다. 삼남매를 잘 키우겠다고 세상을 등진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보험설계사에 입문했다. 누구 도움 없이 김 대장의 힘으로 삼남매를 키운 것이다. 그는 “삼남매 모두 반듯하게 자라준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후 지금까지 앞만 보며 열심히 살게 해준 힘이 바로 ‘봉사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보답하는 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봉사하며 살 겁니다. 봉사활동이 바로 나를 지켜주는 힘이니까요.”

이렇게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참 봉사가 무엇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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