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의 규칙성에 대한 재해석’이라 불릴 만큼 상식적인 편견들을 비틀어 보이는 작품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양형규 작가를 만났다. ‘관계’에 대한 내용으로 관객에게 다가서고 있는 그는 부조 기법을 통해자신의 작품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부조 형식의 조각으로 자신의 메시지 전달
“부조의 외곽 프레임은 바라보는 혹은 보이는 창(窓)이다. 나와 나 아닌 것들과의 관계는 매 순간 흔들리고, 어긋나며 필연적인 우연과 무작위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이라 부른다. 모든 것들과의 관계는 어긋남을 통해 재해석되고 판단되어 진다. 또한 평면상에 가해진 힘의 충돌은 굴곡과 형태를 만든다. 모든 면과 선들은 우연과 무작위로 유일 무이한 형태를 만든다. 우리들의 ‘관계’처럼….”(양형규 작가 개인전 서문 일부) 마장면에 자리한 그의 작업 공간에는 흡사 목공소와 같이 나무를 다듬는 도구들과 재료로 쓰이는 나무들이 펼쳐져 있었다. 양형규 조각가는 “한 5~6년 전부터 나무에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전에는 보통 흙이나 유토라고 해서 기름이 섞여 있는 흙으로 원형을 만들고, 주로 인체나 혹은 변형된 인체 혹은 인체와 조화된 이미지 같은 것들을 작업했었다”라며 “예전의 작업과 나무 작업을 공통되게 관통하는 것은 부조다. 조각은 실제 물성을 갖고 구현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 공간에 표현되는 이미지에 한계가 있었다. 구조를 굳이 따진다면 평면이냐? 입체냐?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는데 조각에서 부조는 회화 쪽에 조금 가까이 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거기에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조각에서 표현이 안 되는 바람이라든지 어떤 구름이라든지 햇빛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표현이 조금 더 다양하게 가능하고 또 변형의 가능성도 조금 더 있다고 생각해서 부조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좀 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스케일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무를 재료로 생명력을 표현
양형규 조각가는 재료로 나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환경에 가장 ‘친화적이다’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재료 자체의 물성이 돌이나 철혹은 다른 재료에 비해서 생명력과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는 깎아도 나뭇결이나 무늬는 계속 살아 있다. 철, 돌은 땅에서 캐는 순간, 주조가 끝나는 순간 그 상태로 이제 100년이고 천 년이고 가는데 나무는 깎아서 놔두면 그 안에서 그 상태로 계속 변형이 일어난다. 습기가 빠져나가면서 수축도 일어나고 뒤틀림도 생기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작가로서 작품 유지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다.”라며 “굉장히 마이너스적인 요소일 수도 있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상태에 작가가 적응한다면 ‘그것 또한 표현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각 재료로 나무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 작품의 키워드는 ‘관계’
그는 부조 형식의 조각 작품을 시작하기 전 작품에서도 인체를 표현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인체, 그중에서도 특히 남자의 몸이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굉장히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가령 음표를 예로 들었을 때 우리가 음악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어떤 음 하나가 아름다워서가 아니고 그 앞에 있는 음과 뒤에 있는 음, 그리고 그사이에 어떤 공백 이런 것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아름다운 선율이 생기는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인간도 어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어떤 아름다움이나 삶의 의미, 어떤 존재 이유 등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 관계를 많이 풀어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중에서도 남자의 인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힘, 생동력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자 한다.”라며 “작품을 보며 느끼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건 관객의 몫이다. 관객은 나와 다른 경험치를 갖고 작품을 보기 때문에 제 작품 안에서 관객 그 사람만의 어떤 삶의 여정이 묻어있는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양형규 조각가는 이천시 조각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각가협회에 대해 그는 “2005년쯤 이천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주변에 아는 작가들과 이야기하다가 ‘이천에 있는 작가들이 같이 모여서 밥이라도 한번 먹자’ 그리고 모였는데 그때 한 17명 정도가 모였었다.”라며 “그때 매년 정기적으로 전시도 하고 상시 서로 소통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천시 조각가협회를 구성하게 됐다. 이후 2006년도에 창립전을 처음 설봉공원에서 열게 된 후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3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이천시 조각가협회는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에 있는 미강갤러리에서 정기 전시회를 열었다. 양형규 조각가는 현재 개인 작업과 함께 이천조각가협회장, 이천국제조각 심포지엄 추진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