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이 = 은퇴 남편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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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살이 = 은퇴 남편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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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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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이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상담실장

“은퇴 남편 증후군” 이란 무엇일까?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명명된 것으로 이 증후군은 은퇴 남편을 돌보느라 아내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정신적,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금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남편 살이”이다. 퇴직으로 할일이 없어진 남편들이 돌아온 가정의 삶터에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함으로써 평생을 가족을 위한 시간에서 자신에 인생을 찾아가려는 아내들에게 새로운 시집살이 즉 남편 살이를 하게 하는 것이다.

노년 여성의 60%가 은퇴 남편 증후군을 겪는다는 일본에서는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남편을 “젖은 낙엽”이라 부른다고 한다. 몸에 붙으면 쉽게 떼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퇴직 후 종일 집에 머물면서 집안일 하나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일본의 노년 아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남편 살이를 겪는 아내들의 경우 남편의 시시콜콜한 참견과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줘야 하는 것으로 인해 여가활동은 물론 봉사활동 등의 자신에 영역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급기야 계속되는 남편과의 마찰로 인하여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불면증, 우울증, 화병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직장에서 일에만 파묻혀 지내는 동안 아내와의 관계를, 자녀와의 관계를 돌아보지 않았던 남편들은 퇴직 후 심각한 가정 부적응을 보이게 되며 또한 남편을 직장에, 일터에 양보했던 아내들은 자신의 나름대로 가꿔온 삶 속에 갑자기 끼어든 남편이란 존재가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이처럼 퇴직 후에 생기는 문제들은 부부관계는 물론이고 당사자들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으며 또한 은퇴 남편 증후군은 황혼 이혼으로 이어져 가족이 해체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6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전체 이혼율은 3년째 감소 추세이지만 55세 이상 남성의 이혼은 전년보다 7.8%증가한 1만2천9백 건으로 연령 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아내들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명분아래 가부장적으로 군림하는 남편을 더 이상 참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새롭게 등장한 남편 살이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구적인 역할만을 하는 남성과 표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간의 역할과 관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즉 성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황혼의 위기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

무엇보다 가족중심이 자녀에서 부부중심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취미나 운동, 평소의 잦은 일상적인 대화와 스킨쉽 등 서로가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펑펑 샘솟는 옹달샘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관심과 돌봄이 없으면 언젠가는 우리에게 시원한 물의 맛을 느낄 수 없게 할 것이다.

부부의 사랑도 끊임 없는 관심과 돌봄이 함께 해야 만이 영원히 지속되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부터 아내가 혹은 남편이 어떠한 것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생각하여 실행해 본다면 아마도 황혼이혼이나 남편 살이는 먼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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