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아버지, 우리 시대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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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아버지, 우리 시대의 아버지
  • 이천저널
  • 승인 2007.06.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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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선 약사

그래도 꽤나 학업에 열중했었던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한 인도는 으레 못사는 나라에다 종교가 전부인 나라로밖에 인식되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외우게 되었던 것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였는데,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족,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천민)가 그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에 온 나렌드라 자다브 푸네 대학 총장을 보면서 인도에 이 네 단계의 계급에도 속하지 못한 또 하나의 계급, ‘아웃카스트’ 곧 달릿이 있었음을 알았다.


살갗만 스쳐도 주위를 오염시킨다는 ‘불가촉 천민’ 달릿. 그들은 사원에도 드나들 수가 없었으며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을 수도 없었고, 신발도 못 신었고, 버스에 타도 앉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수천 년 동안 대대로 마을 변두리에 살며 주민들의 허드렛일과 심부름을 도맡아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인도가 변하고 있다. 달릿은 인도 인구의 16%인 1억 6500만 명인데, 오지에 사는 원시 부족과 합치면 전체 인구의 27%이며, 푸네 대학 전교생의 30%가 ‘불가촉 천민’과 원시 부족 출신이란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법으로 폐지된 것은 1950년의 일인데 1997년 대통령에 뽑힌 나라야난도 달릿 출신이다.


지난해에 달릿 출신으로 첫 법무장관에 발탁된 발라크리슈난도 있다.
이런 인도의 변화를 보면서 자다브 총장의 아버지가 보였다.
자다브 총장의 아버지는 인도의 계급 사회에 당당히 맞선 분이었다. 그는 “노동과 자녀 교육이 나의 종교”라고 확신하며 학교에서 “천민은 입학할 수 없다”며 거절했을 때 교장실에 드러누워 단식 농성을 벌였는가 하면 섬유공장 절단기에 손이 끼여 엄지손가락이 잘려 나간 날도 딱 하루 저녁 쉬고 이튿날 다시 일터로 나갔다고 한다.


자다브 총장을 보면서 그도 위대 했지만, 그 뒤에 있는 우리 아버지들, 나는 그들이 보였다. 당신들이 맘껏 배울 수 없는 시절이었기에 자식 가르치기를 신앙처럼 여겼던 우리 시대의 수많은 아버지들. 내 아버지도 그랬다. 자식 가르치는 일에 일생을 보내셨던 우리 아버지가 보였다.


그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이 시대 이렇게 혼란스럽고 갈 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혼탁한 사회의 이면에는 갈 곳 몰라 방황하는 우리 자신 나, 당신의 모습들 탓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내 자녀에게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은 없는지, 좌절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고 또 반성해볼 시기이다.


“당신이 장애물을 넘어야 할 때 그 장애물이 엄청나게 크고 높다고 지레 짐작하지 말라. 당장은 아득해 보여도 꿈은 꼭 이루어진다. 불타는 의지와 죽도록 일할 각오만 있으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이다. 아버지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고, 아버지는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며, 잠깐의 실수도 용서 받지 못하는 완벽한 아버지의 모습을 강요당하는 시대.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들께 전합니다.
아자아자, 힘내세요! 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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