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토론에 빠지게 하는 ‘게임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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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토론에 빠지게 하는 ‘게임의 방식’
  • 이천저널
  • 승인 2007.06.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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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교실 / 모가중학교 국어 시간

“선생님! 한 시간만 놀아요!”
‘벌써 지쳤구나! 날씨가 더우니까 그럴 만도 하지’
“좋아! 놀면서 공부하자!”
“에이 시시해 또 공부…….”

 

하지만 이번엔 다를 걸. 나는 지난번 증포중학교에 출장 가서 배웠던 토론 기법을 응용해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금방 신이 나는 눈치다.      

                                                                           
게임명은 ‘천사와 악마’. 얼마 전에 모 방송사에서 갈등 상황을 주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해 극화했던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과 유사한 형식이다. 하나의 갈등 상황을 주고 그것을 세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한 사람은 판결자로, 양쪽은 각각 천사와 악마의 입장에서 변호하는 게임이다.


중학교 학생들의 사고력으로 상대를 변호하기에는 논리적 근거가 약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자신들의 논리를 펼치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최근 들어 토론 교육의 필요성은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감하는 문제다. 그 바람에 다른 교육 시간에 견주어 시간 투자도 많이 한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에게 토론 수업이란 그렇게 인기 있는 과목은 아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토론에 대한 방법과 기술을 익히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학습을 어떻게 쉽게 접근하는 법은 상당히 고민이 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응용한 ‘천사와 악마’라는 이 게임 방식은 아주 간단하게 학생들의 논리적인 사고를 자극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훈련할 수 있었다.


▶▶ ‘게임의 방식’으로 학생들의 토론 흥미 유발


또 하나의 방법으로 택한 것은 역(逆) 피라미드식 토론이었다. 이 토론의 방식은 이렇다. 먼저 하나의 주제를 주어 꼭 필요한 요건 다섯 가지를 종이에 쓰게 한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두 사람이 일대 일 ‘맞장’ 토론을 해 열 가지 문제를 다섯 가지로 축소 통합한다.

다섯 개로 문제가 줄긴 했지만 질문의 강도는 훨씬 강화되었으므로 상대방을 압박하고 설득하는 데는 더 유효하다. 합쳐진 두 사람의 의견을 다시 다른 두 사람의 의견과 통합하기 위한 토론을 하고 다시 8명으로 점점 범위를 늘려가면서 토론의 주제를 짜임새 있게 압축한다.

이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두 개 팀을 남겨 질문지를 흰 종이에 써서 발표하도록 한다.
이 토론 방식의 장점은 적극적인 소수에 의해 주도되던 일반적인 토론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데에 있다. 결국 게임의 방식은 토론에 비협조적이던 학생들의 태도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토론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의 상기되고 빛나는 눈빛을 바라보는 일 또한 즐겁고 흥분된 일이었다.

 

▶▶ 국어 공책을 개인 문집으로 사용하기


학기 초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국어 공책 표지 꾸미기다. 요즘은 뛰어난 편집 능력을 가진 퍼스널 컴퓨터가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무로 그림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일지라도 이미지를 복사하거나 사진을 찍어 제법 근사하게 잘 꾸밀 수 있다. 물론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점은 때론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쓰거나 이런저런 시각 자료를 아기자기하게 붙여 만든 정성을 들인 작품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학생들에게 각자 자기 공책의 이름을 붙여주고 그림도 스스로 그리도록 지도했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이 선배들의 작품을 보여주니까 어느 정도 감을 잡는 듯했다.
이 작업의 핵심은 자기의 공책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었다. 그 예로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왕자가 자기의 장미에 이름을 붙여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저 평범한 공책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이름을 붙여 주었을 때 정말 나만의 보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작품은 오래 보존하기 위해 코팅을 해서 공책 표지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공책에 내가 작가가 된 설명문을 한 편씩 국어 공책에 써 보고, 또 시를 공부한 뒤에는 그림을 곁들인 시를 한편 쓰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성장과 추억을 담은 소중한 개인 문집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 토요일 국어 시간은 토론 시간으로 만들기


국어 시간에는 국정 교과서인 국어 교과서를 거의 법전처럼 여기며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훨씬 더 많은 자료들이 널려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래서 교과서 공부는 잘 하는 학생이 논술 시험은 어려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형편없는 점수가 나오기도 한다.


모가중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시간은 교과서를 벗어난 자료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 간혹  교과 단원과 관련된 토론을 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서동요’를 배우고 실제로 서동의 입장에서 과연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서, 요즘으로 치면 유언비어를 통해서 사람을 쟁취한 방법은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니면 그른 것인가 하는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두발 자유화 문제를 가지고 정말 한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들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주제로 삼아 토론을 하면 정말 열띤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 간혹 사회자로 뽑힌 학생이 진행에서 좀 미숙한 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점점 토론 규칙을 정하고 진행 절차를 배워가면서 스스로 교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교사는 수업도 잘한다? 


교사가 말을 많이 하는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 학생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대다수의 교사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 비디오 촬영을 공부하고, 동영상을 공부하고, UCC가 무엇인지 공부한다. 그리고 학생들도 안다. 정말 좋은 수업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안다.


“얘들아! 국어과목이 좋니!”
나는 수업을 마칠 때면 항상 이렇게 물어본다.
“아니요! 그런데 선생님은 좋아요.” 
“그럼 된 거야.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


아이들은 어리둥절할 거다. 왜 저런 말을 하실까. 나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잘 못하는 과목일지라도 선생님이 좋다는 이유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결국은 학기말에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결국은 성적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하는 말이다.


요즘은 종종 학생들로부터 정말 국어 과목이 좋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러면 순진한(?) 국어교사는 기분이 좋다. 아이들이 다른 선생님에게 좋아하는 과목을 바꾸어 말할지라도 말이다. 현대적인 기자재를 사용하여 좋은 수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에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면 그냥 국어사전 찾기 게임만 해도 국어 교육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행복한 교사인 셈이다. 아이들의 사랑 속에 있으니까 말이다.


글,/ 모가중학교 국어교사 양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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