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호 저널광장 - 프리 허그(Free Hug)
상태바
633호 저널광장 - 프리 허그(Free Hug)
  • 이천시 환경운동연합 살구
  • 승인 2007.06.16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아이들이 자라서 제 앞가림을 하니 엄마 손이 덜 간다. 가족들이 서로 얼굴을 보는 시간을 따져보면 아침에 30분 정도, 저녁에 서너 시간 정도가 전부다. 이 시간에 나는 식구들 밥상 차리는 일로 거의 보낸다. 밥상을 차리며 가족들 안색을 살피고, 하루 안부를 묻고 한 가족임을 확인한다.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지금 뭐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을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엄마의 역할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아이들 크는 동안 난 뭘 했지 하는 생각에 쓸쓸한(?) 마음도 든다. 양말 빨래통에 넣어라, 옷 벗으면 바로 옷걸이에 걸어라, 컴퓨터 좀 그만해라 잔소리로 엄마가 살아 있음을 과시하기도 해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허전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궁리 끝에 아이들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아그들아, 너희는 한창 자랄 때니 에너지가 넘치지? 그 에너지 좀 내게 나눠주라. 아빠는 회사가고, 너희들은 학교가고, 식구들이 다 나가고 나면 나만 집에 오도카니 남아있는데 영 기운이 나질 않는다. 그러니 학교 갈 때 나 좀 안아주고 가면 안 되겠니?”
나의 성향이 살갑지 못해 스킨십이 없던 사이라 어색했지만 엄마가 원하니 큰아이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안아준다. 키도 크고 덩치도 나보다 크니 정말 안아주는 분위기난다. 작은아들은 내가 안아 달라니까 팔에 힘을 꽉 주면서 힘 있게 안아준다. 어떤 날은 내가 잊고 있으면 제가 먼저 “엄마, 안아드려요”라고 묻는다. 애들이 날 안아주니 그냥 좋다. 따뜻하다.


 큰아이가 지난 일요일(6월10일)오후에 중앙통에서 프리허그(Free Hug)행사를 했다. 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고국에 간다고 몇몇 아이들이 이벤트를 꾸몄다. 피켓을 들고 고등학교 남자아이들 다섯과 외국인이 길거리에서 안아준다고 하니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봤다고 한다. “저건 뭐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천에서도 저런 행사를 하네?” 하면서도 선뜻 안아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큰아이 말로는 “주말 중앙통에는 의외로 커플들이 많아 안아주는 것의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라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자신은 한 시간에 세 명을 안아 줬다고 한다. 그것도 아는 친구들을. 하지만 외국인 선생님은 인기가 좋아 많은 사람들을 안아줬고, 얼굴이 갸름하고 인상 좋은 친구에게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안아줬다고 한다.


프리허그 캠페인은 ‘FREE HUGS’라 쓴 팻말을 광장이나 거리로 들고 나가 말 그대로 사람들을 ‘무료로’ 안아주는 캠페인이다.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캠페인의 유래는 free-hugs.com의 제이슨 헌터 씨가 최초로 2001년에 시작하여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펼쳐나갔으며, 2004년부터 이 운동에 동참한 후안 만(가명) 호주 청년이 2006년 9월경 세계적인 ucc 업체인 유투브(youtube.com)에 프리허그 동영상을 올리면서 프리허그 캠페인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한국에도 2006년 10월 중순부터 프리허그의 바람이 일게 되었다. 현재 한국에도 수백 명의 캠페인 참여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free hug’보다는 ‘free hugs’가 더 정확한 캠페인 명칭이다. (네이버 지식 검색)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어 다리에 털도 숭숭 나고 덩치가 커지니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던 차에 아이들에게 안아달라고 하길 잘한 것 같다. 남들도 안아주는데 가족들하고 더 많이 서로를 안아줘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