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주간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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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주간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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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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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은 제주도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방부의 제주 해군 기지 건설 계획을 수용하기로 하자 대부분의 언론은 논평을 통해 “잘 된 결정”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방 전략 사업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제주도민의 성숙한 시민 의식에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몇몇 논평의 이 말꼬리 끝에 이천의 군부대 이전 계획이 불려 나왔다.

연합뉴스(5월 15일자)는 <연합시론>이라는 무기명 칼럼에서 “서귀포 지역 주민이나 제주도민들은 이제 대승적 차원에서 제주 해군 기지 건설을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특전사를 비롯한 군부대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 이천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은 아쉽기만 하다”고 토를 달았다. 또 세계일보(5월 16일자)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박세직 씨의 “제주 해군기지 유치, 특전사 이전에도 원용을”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는데, 그의 의견은 더 가관이다. 요약하면 우리나라 최정예 부대를 혐오 대상으로 몰아 지역 이기주의나 개인적 이해타산으로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호통치고 있는 것이다.

이 울화통 터지는 소리에 보다 못한 조병돈 이천시장이 세계일보(5월 20일자)에 반박 기고문을 실었다. 조 시장의 말을 좀 들어보자.         

“우리 시와 시민들은 한번도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과 군부대를 혐오 대상으로 헐뜯은 바 없으며, 특전 부대 이전을 두고 군인들의 풍기 문란을 운운한 적도 없다. 또한 환경오염을 문제 삼은 것도 최근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무산에 견주어 정부의 이중 잣대와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또 이번 특전사 등 군부대 이전 발표는 국방 전략 사업을 가장해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와 지방자치가 철저히 무시된 ‘국방부의 오만’과 ‘폭력에 가까운 행태’라는 점에서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주 정중하고, 완곡하게 말이다.
논리적 비약에 개인의 신념으로 응어리진 박세직 씨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소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선진 국민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는 것이다. 이 말에서 우리는 묘한 냄새를 맡게 된다. 혹시 아직도 그가 ‘군사 독재’시절의 추억에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같은 것 말이다.

제주 해군 기지와 비교하면 이천 군부대 이전은 그 문제의 시발이 다르다. 제주 해군 기지가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팽창에 따른 국방 전략 사업으로 출발했다면, 이천 군부대 이전은 성남 신도시 개발에 밀린 부대 이전 계획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은 특전사가 송파에 자리한 이유를 지적하며 수도권 방어를 위해서는 성남 군부대가 그대로 존속해야 한다며 이전을 반대해야 옳지 않은가. 이상훈 전국방장관의 지적대로 특전사가 송파에 들어선 것은 작전 반응 시간을 감안해 성남 비행장과 도보로 1시간 이내에 들기 때문이다.         

박세직 씨는 또 ‘선진 국민’이라는 말을 썼다. 무엇이 ‘선진 국민’인가? 모름지기 그가 말하는 선진 국민은 비민주적인 절차에 승복하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희생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국민을 말하는가. 그렇다면 제주도민은 선진 국민인가? 미안하지만 제주 김태환 지사의 결정은 “다소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도민들의 여론과 해당 지역 주민의 의견을 우선하고, 평화의 섬과의 양립 가능성,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라는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한 “정책적인 판단의 결과”였다. 여기에는 제주도 전체의 여론 조사와 3개 후보지의 여론 조사 결과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 결론을 내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천시장에게는 그런 정책적인 판단을 내릴 시간도 정보도 없었다. 군부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유사한 유형을 보이며 반복되고 있다. 공개의 어려움, 국가 안보와 지역 이기주의, 혐오 시설 논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갈등의 핵심은 중앙 정부의 DAD(Decide-Announce-Defend) 방식, 곧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한 뒤에 반발이 일어나면 방어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것이 ‘참여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이라면 모든 갈등의 책임은 ‘참여’를 제한한 노무현 정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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