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기 5월 넷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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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일기 5월 넷째주
  • 이천저널
  • 승인 2007.05.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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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종의 쌀 영농 일기

스타벅스 한곳에서 하루 20kg의 떡을 판다

지난 금요일(18일)에는 농협에서 모판 340장을 가져다 놓았다. 좀 모자라는 듯했는데 마침 동네에서 남는 모판 100장을 더 구했다. 19일에는 논에 이앙기가 미처 들어가지 못한 논 가장자리에 손으로 모를 심었다.

일요일에는 분당에서 조카 결혼식이 있었다. 모처럼 도시로 나간 김에 하루 종일 친척들과 놀았다. 친척들은 만나기만 하면 일 그만해라, 나이 먹었으니 일에 신경 쓰지 마라, 건강이 최고라는 둥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21일에는 성장 발육에 좋다는 모를 서 마지기 심었다. 내일은 남은 논에 모내기를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국방부 앞에서 군부대 이전 반대 시위도 있고, 또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경기미로 만들 떡을 취재하겠다는 모 일간지 기자와의 인터뷰 약속이 있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 근처에서 일찌감치 기자와 만나 경기미로 만든 떡이 얼마나 나가는지,호응도는 어떤지를 시시콜콜 캐묻는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알게 됐는데 스타벅스 점포 한곳에서 하루에 이천 쌀로 만든 떡을 20kg 정도 판다고 했다. 국방부 앞에서의 시위는 그래도 데모다웠다. 계란 던지기가 비교적 유효했다. 계란 1000판을 가져갔는데 한 절반가량은 던진 모양이다. 국방부 장관이 면담을 통해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고 한다. 결과가 좋아서 그런지 내려오는 차 안의 분위기도 한결 좋았다.

뒷풀이 삼아 먹는 저녁도 마다하고 집으로 향했다. 모판을 건져 놓아야 내일 모내기를 할 수 있다. 일찍 모내기를 한 농가는 2차 제초제를 줄 때가 됐다. 2차 거름은 미질을 생각해서 질소 비료를 좀 적게 주는 것이 포인트다. 
(경기도 쌀전업농회장·이천쌀사랑포럼 회장)

석재인의 복숭아 영농 일기

시골 농부의 국악 연주회 관람기

복숭아나무를 벗 삼아서 해금과 장단을 맞추는 장구 소리가 있고, 거문고 소리에 맞춰 동래학춤을 추고 있다. 회갑연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과 농익은 복숭아를 나무에서 직접 따서 한입베어 먹고 있다. 상상만 해도 풍요롭고 넉넉한 시골 과수원 댁 주인의 회갑연을 그리면서 오늘 일을 적어본다.

몇 주 전부터 큰 딸과 작은 딸은 공연을 보는 것이 음악 과제라고 하면서 나를 보챘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피아노 공연을 가야 한다고 어찌나 졸라 대든지 결국 일요일 오후에 공연을 가기로 약속을 하고 말았다. 약속을 정해 놓기는 했는데 부모님께서도 적과에 바쁘신데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아 어렵사리 딸을 핑계 삼아 딸 둘과 우리 부부는 일을 하다 말고 오후 2시에 서울로 향했다.

오후 8시 공연이기에 국악원 친구에게 국악원 공연을 볼 수 있게 도움을 청해 놓고 중부를 거쳐 양재를 지나 공연 10분전에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본 안내책자의 제목은 “흥, 멋, 풍류의 삶. 금성옥진”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김영재 선생의 국악인생 4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었다. 평소에 국악이라고는 풍물밖에 모르던 나는 실수나 하지 않을지 하는 걱정에 영 조심스럽기만 했다. 공연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실내등이 서서히 꺼지면서 무대의 천막이 걷히자 우렁찬 박수와 함께 김영재 선생의 해금 독주가 시작되고 뒤를 이어서 12명의 해금 연주, 거문고 즉흥곡과 선비 춤 등 여덟 파트의 연주가 이어졌다. 마지막은 피아노, 드럼, 기타, 오르간 같은 현대악기와의 협연으로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너무 큰 감명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악기가 이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것을 이 우매한 시골 농부는 사십 여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우리 시골 복숭아 과수원에서도 사람들을 초청해서 음악 공연을 보면서 그간에 힘들었던 일들을 씻어버리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복숭아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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