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초유의 사건, 200여명 ‘집단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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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초유의 사건, 200여명 ‘집단 삭발’
  • 이백상 기자
  • 승인 2007.01.23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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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네들은 자금 확보, 바깥양반들은 빡빡 민다고 상경”
“자네도 깎지 그래….”
요즘 이천에서 무섭게 뜨고 있는 단어가 바로 ‘삭발’이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증설이 불투명해지자 사회지도층 인사 200여명이 단체 삭발을 선포하면서 ‘삭발’이란 단어가 뜬 것이다.

처음에는 조병돈 시장만 삭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금은 읍면동단위 지도자들은 물론 마을 이장들까지 삭발 강행을 천명하고 나섰다. 더한 것은 삭발참여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이천시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일이다.

역사적인 무대는 상경집회가 예정된 26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벌어진다. 집단 삭발식이 거행되면 대한민국 모든 매스컴은 이를 집중 보도하게 될 것이고, 이를 지켜본 전 국민들은 과연 저들이 왜 집단 삭발을 하는 것일까? 많이 궁금해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명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천에서 ‘장군’으로 공격하면 청주에선 강도를 높여 ‘멍군’으로 응수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지역 갈등의 골은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깊게 파여만 가게 된다. 기업유치를 놓고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했다. 허나 이천시민들은 “하이닉스 문제가 정치 논리에 휩싸이면서 정상적인 과정은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됐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이천지역과 청주지역을 떠나 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갈등으로 번졌다. 하이닉스 증설 문제는 결과를 떠나 지역 간 상처만 남게 됐다. 최종 결정이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다.

정부를 향한 이천지역 민심은 흉흉하다 못해 분노에 가득차 있다. 오죽하면 섬뜩하기만 ‘삭발’이란 단어가 유행어처럼 돼 버렸을까? 이 또한 단체장의 용단에 일반 시민들로까지 순식간에 확산됐다. 그 다음 순서는 무엇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여성단체 주관으로 ‘범대위 활동 지원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장에서 만난 김모(75)할아버지는 “아낙네들은 자금 확보하기 위해 장사하느라 야단이고, 바깥양반들은 서울가서 빡빡 민다고 야단이니 원…난리 중에 난리가 따로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증설 허용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이천시 전역은 전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흐른다. 과천정부 청사 앞에서 200여명의 집단 삭발식이 있는 날, 정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풀뿌리 주민들의 강도 높은 투쟁현장을 혹시나 ‘해외토픽’에서 소개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부끄러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가엾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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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시민 2007-01-24 20:13:36
깎는다고 해결된다면 저도 깎을 자신있거든요~
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뭔가 좋은 대책을 세워놔야 되지 않을까요.?????
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