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의 음악 이야기<마지막 회> / 마일즈 데이비스, 그리고 윤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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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의 음악 이야기<마지막 회> / 마일즈 데이비스, 그리고 윤명훈
  • 김경열
  • 승인 2007.04.23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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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나는 음악을 찾아듣는 수고를 매일 해왔다. 그러한 수고가 오래되다 보니 이젠 아주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고, 모든 장르의 음악을 나름의 관점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보낸 시간만큼 상당히 많은 분량의 음악을 경험했다고 자부해 왔지만, 세상엔 얼마나 방대한 음악이 존재하는가! 아마 모든 뮤지션 중에 0.01% 만이 녹음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레코딩한 음악의 0.01%만이 대중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처음엔 주류음악에서 조금 벗어난 부담 없는 래퍼토리를 가지고 컬럼 아닌 컬럼을 써보려 했지만, 그 의도에서 벗어나 난해한 앨범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0.01%에서 0.02% 정도의 독자에게라도 음악에 관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조금 용서가 되겠는지….

아쉽지만 끝으로 두 명의 아티스트를 간략히 소개하고 작별할까 한다. 첫 번째, 만약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마일스 데이비스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현재에 안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는 언제나 새로운 사조가 나타나면 그것을 존중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그는 비밥에서부터 퓨전 재즈에 이르기까지 재즈의 큰 흐름 그 자체였다. 현재 재즈계를 이끌고 있는 상당수의 뮤지션들이 그의 휘하에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의 위대함을 짐작 할 수 있다. 항상 새로움의 정점에 있었던 그의 음악은 실로 방대하다. 그 중 뛰어난 테너 색소폰 주자 존 콜트레인과의 협연이 인상적인 「라운드 미드나잇」, 정통파 피아노 주자 빌 에반스와의 협연으로 잘 알려진 「카인드 오브 블루」, 영화 사운드 트랙으로 친숙한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1967년 그래미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마일스 스마일」등을 권해본다.   

두 번째,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많은 윤명훈. 한영애의 「누구없소」를 만든 사람이라면 아시겠는지! 나는 <빛과 소금>의 장기호 씨의 후임으로 그의 밴드에 합류했었다. 프로 베이스 플레이어로 알려진 계기도 운명훈 씨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그의 밴드는 그 당시 최고의 연주자들이었고, 나와의 연배 차이가 15년 이상 나는 대선배들이었다.

그들과의 첫 합주는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세션이었고, 그만큼 떨렸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 흥분이 남아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또한 국내 기타 연주계에서 현재 최고라 인정하는 타미 킴도 그 당시 윤명훈 밴드에서 나와 한솥밥을 먹었다. 그의 픽업에 선뜻 응할 만큼 어린 우리들에게 윤명훈은 그 만큼 강렬했던 것이다. 또한 그의 가사를 보면 세상을 관망하는 듯한 그만의 문법이 있다. 「누구없소」외에도 훌륭한 곡들이 많은데 한번 찾아보고 그 의미를 음미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땐 그 놈의 술이 그렇게 지긋지긋했건만 지금 그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와 함께 술 한 잔 꺾고 싶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와 같은 지독한 독립군이 되어있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윤명훈, 다시 한번 일어나길 기원한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저 또한 좋은 음악으로 친근한 이천시민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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