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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주간 논평
  • 이천저널
  • 승인 2007.04.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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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체결을 반대할까, 골프장 건설을 반대할까?

안하고도 잘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유 무역 협정도 그렇고 골프장 조성 사업도 그렇다. 득실을 따져서라기보다는 균형을 깬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미 FTA 체결과 골프장 조성 사업의 공통점은 인위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점이다. 새로운 질서는 우리에게 이득을 주기도 하고 손해를 보게도 할 것이다. 그 점에서 한미 FTA 체결은 그 상관관계를 따지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우선 한미 FTA는 칠레와의 경우처럼 단순한 두 나라 사이의 무역 협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정치적 관계 속에 있다. 우리에게는 100년 만에 다시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로 성장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견제와 안전을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미국과의 FTA는 안보와 경제의 복합 동맹을 뜻한다.) 또 미국은 미국대로 강력해진 중국을 견제할 통일 한국이 필요했으리라.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미국과의 FTA를 통해 적어도 몇몇 부문에서 하루빨리 질 높은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했고, 그 힘으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했다. 또 미국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아시아의 제국가들을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속으로 끌어들일 발판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 이후 가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철저하게 ‘실익’에 우선했음을 밝혔다. 물론 이때의 실익이란 경제적인 이익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또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작은 장사꾼이 되기보다는 먼 미래의 이익을 좇는 큰 장사꾼이 되고자 했다고 했다. 물론 피해를 보는 분야나 계층, 특히 농업이나 제약업을 위해서는 최대한 보호하려고 노력했으며, 손해를 본 농민들에게는 국가가 그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또 FTA 체결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이 불안해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혹시 예상 못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골프장 조성 사업은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 골프장 건설은 운영하는 기업에만 이익을 줄 뿐(그것도 잘 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소득 증가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지나친 지하수 사용으로 농사를 못 짓게 된다든지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식수가 오염된다든지 하는 일반적인 사례들은 생략하자. 다만 이익이라고는 지자체에 내는 세금이 고작이다.    

그들이 제출하는 환경 영향 평가서라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장호원 풍계리 지역에 들어서는 블랙스톤 리조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이 개발 예정지로 잡은 40여 만 평의 토지는 대부분 임야로 보존 가치가 낮은 6등급이라고 주장했지만 항공사진에서 보듯 서울의 남산에 해당할 만큼 그 지역 유일의 산림이다. 따라서 이 일대 전체를 대규모 체육시설로 바꿀 거대한 도시 계획이 없다면 환경 친화적인 국토 개발이나 생태적 건전성,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고려할 때 환경 훼손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개발업자 측은 “환경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답변으로 일관한 평가서로 당당하게 시에 보고하고, 공청회를 갖고, 4월 4일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면 경기도에 상정하게 될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 기업은 이 엉터리 같은 평가서로 형식적인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해 몇 달 안에 허가를 얻어낼 것이다. 

이천시장님께 묻고 싶다. 시장은 골프장 건설 사업을 검토하면서 철저하게 ‘실익’에 우선했는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먼 미래의 큰 이익을 좇았는가. 피해를 보는 분야나 계층을 위해 최대한 보호하려고 노력했는가. 손해를 본 지역민들에게 시가 그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는가. 골프장 건설로 인해 지역민들의 생활이 불안해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는가. 혹시 예상 못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가. 이것이 한미 FTA 체결과 이천 골프장 건설의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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