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공정한 인사 검증 시스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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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 공정한 인사 검증 시스템 만들자
  • 양동민
  • 승인 2007.04.05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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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규정보다는 경쟁을 통해 인력 키워야

다면 평가제 도입 등 농협 인사 개선 요구 많아

2006년도 인사 왜 안 했나?

이천 지역 농협의 경우, 10개 단위 농협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이천시지부장(이교훈 지부장)으로 구성된 ‘인사운영협의회’(박용선 협의회장)가 상호 협의 하에 관내 600여 명이 넘는 직원에 대해 해마다 인사를 단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06년의 경우 조합장들과의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5차에 걸친 운영협의회의가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급기야 예정된 인사를 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인사 대상자 A씨는 “단위 농협 조합장들이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원칙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어야 옳았다. 지난해의 경우처럼 인사가 지연되면 조직이 정체되고, 그에 따라 금융 사고나 서비스 질의 저하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기 인사 단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시지부장의 1급 진급과 연계해 다선 조합장들의 의견을 중시했다는 부분도 설득력을 갖는다.

조합원 B씨는 “당시 시지부장이 진급 시기였기에 농협중앙회에 직책을 맡은 다선의 조합장들의 지지가 필요로 했고, 다선의 조합장은 선출직인 만큼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선 주요 보직에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었다”며 그 관련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승진 승급의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월에 농협 ‘인사운영협의회’는 과장(4급) 이상 총 28명의 인사 발령을 단행했다. 이를 앞두고 해당 10개 단위 농협 조합장은 직급별로 각 기간이 넘은 인사이동 대상자를 파악, 그들의 희망 이동 안을 협의회에 제출, 협의회장과 시지부장에게 인사권을 위임했다.

최종 인사 발령과 관련해서도 10개 단위 농협 조합장들은 대체적으로 잘된 인사라 평하지만, 직원들의 입장은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시지부 관계자는 “인사 운영 원칙에 따라 전무(2급) 진급의 경우 2명의 정원이 있어 3배수 원칙을 적용해 총 6명의 후보들을 평가 후 2명을 진급 발령을 냈으며, 인사 이동은 전무 3년, 상무 4년, 과장 5년, 일반직 7년을 기준으로 이뤄져 문제 발생 요인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 원칙 안을 요구하자 내부 문서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농협 인사 제도의 신뢰성을 알리는 일은 소홀한 채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동이 아닌 진급의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C전무는 “진급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어느 조합장이 자신의 직원에게 안 좋은 평가를 내리겠냐?”며 현행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다면 평가 등 신뢰성을 인정받는 정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D상무는 “상장 몇 개 받고 해당 조합장의 평가서로 3배수 후보들을 종합 평가한다는 것은 의문입니다. 어찌 보면 힘 있는 조합장과 시지부장의 눈에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셈”이라며, “이는 조직의 효율성은 물론 화합마저 무너뜨린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행 인사 제도의 문제점이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그 대안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 제도인 ‘다면 평가제’의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예외 규정 없애고, 다면 평가 도입하자

‘인사운영협의회’의 운영 규정에는 예외 규정이 있다. 즉 인사이동과 관련해 단위 농협 조합장들은 자신의 농협에 인사 이동 대상자 중 한명을 임의로 정할 수 있다. 그 명분은 주력 사업에 우수 인력을 보존키 위해 예외 규정을 둔 것이라지만 이 또한 조합장들의 제 사람 챙기기에 악용된다는 것이다.

농협 직원 E씨에 따르면 다른 농협의 인력을 받지 않기 위해 “2명의 전무 정원제에서 해당 전무가 이동 대상자가 되어 나가고 새로운 전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전무 정원을 1명으로 줄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꼭 부정적인 사례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천 지역의 경우 조합장들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무가 전보 대상자가 되면 상임 이사제를 도입해 우수 인력 지키기에 나서는 등 다양한 인력 확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한 해를 거르긴 했지만 그나마 순환 인사를 단행한 이천 지역 농협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인근 지역의 농협은 우수 농협과 부실 농협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순환 인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상생을 위한 단위 농협의 통폐합이 거론되는 것이다.

어찌됐던 상임이사 A씨는 현행 규정에서 예외 규정만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사란 반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면에 불평하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만이 조직의 화합과 이천 농업 발전에 직결된다는 것을 인사운영협의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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