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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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 이천저널
  • 승인 2007.03.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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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은 과학인가, 신화인가?

『 일 년이 열두 달이 된 이야기 』김진경 글, 문학 동네 어린이

열개의 해와 12개의 달로 만든 달력으로
오늘의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일까?

달력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느닷없이 이런 질문으로 어른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는 호기심 많은 한 어린 아이의 물음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 조상들은 태양력을 만들어 쓰지 않고 왜 달력을 만들었을까? 유독 달을 좋아했기 때문일까? 달에 관한 옛 노래와 이야기가 나는 쉽게 먼저 떠오른다.

하늘을 다스리는 천제의 부인 희화는 아들인 해(태양)를 열 개를 낳는다. 이 열 개의 해들은 동해 끝에 있는 구름처럼 보이는 거대한 뽕나무에서 살았다. 해들의 어머니 희화는 매일 새벽이 되기 전에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아들들을 찾아 간다. 그리고는 열 개의 해 중 하나를 그 수레에 태워 하늘 가운데로 나가게 했다. 그렇게 열 개의 해를 하루에 하나씩 내보냈다. 해들은 천재와 희화가 정한 이 규칙대로 수천만 년 동안 잘 따라했으며 그래서 사람들은 늘 하나의 해만을 보고 살았다. 이 열개의 해들의 이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다.

그러나 이 규칙에 싫증난 해들은 장난기가 발동해 어느 날 새벽에 한꺼번에 하늘로 튀어 나간다.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은 바로 중국 요임금 때다. 열 개의 해가 동시에 떠오르자 땅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숲은 타오르고 펄펄 끓는 강물에선 온갖 괴물들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괴롭힌다. 신들의 나라인 하늘 역시 시끄러워진다.

천제는 고민 끝에 결국 활을 잘 쏘는 대신 ‘예’를 불러 화살 열 개를 내린다. 아내 ‘항아’를 데리고 땅으로 내려온 예는 요임금을 만난다. 예는 요임금과 함께 수레를 타고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비참한 인간 세계를 둘러보고는 반드시 해를 쏘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남편을 따라 추방당한 심정으로 땅에 내려온 항아는 해들이 천제의 아들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나중에 항아는 예가 구해온 불사약을 혼자 몰래 먹고 ‘달’로 가 ‘월궁’에서 후회하며 외롭게 살게 된다.)

 드디어 새벽에 해들이 한 가운데로 떠오르자 예는 활시위를 당긴다. 화살은 곧 보이지 않게 되었으나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에 화살이 박힌 세 발 까마귀가 차례로 떨어져 내렸다. 세 발 까마귀는 해의 정령인 것이다. 활을 쏘는 예를 곁에서 지켜보던 요임금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급히 사람을 시켜 화살 통에서 화살 하나를 빼어내게 한다. 그래서 하늘엔 하나의 해만 남게 되었다.

실제로 예가 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해를 숭배하는 종족은 ‘일력’을 썼다. 그러니 예가 열개의 해를 쏘았다는 것은 1년을 열 개의 해로 나누는 ‘일력’을 없앴다는 뜻이다. 불을 숭배하는 종족은 정남쪽에 있는 ‘대화성’이라는 별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여 1년의 길이가 365일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그 일 년 동안에 달이 열 두 번 차고 기운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일 년을 365일로 잡고 열두 개의 달로 나뉘는 ‘달력’을 만들어 쓰게 된 것이다. 그 열두 달에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라는 동물의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열 개의 해(십간十干)와 열두 개의 달(십이지十二支)로 만든 시간을 썼다. 한 오십년 전까지 사용했던 시간이다. 지금은 주로 양력이라는 시간에 따라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는 음력에 표기된 계절의 시기가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을 통해 알 수 있다.

그 아주 오랜 옛날, 인간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밤하늘의 별과 달 그리고 하늘의 움직임을 지켜보았을까. 나도 오랜만에 마당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 사이를 유독 밝게 빛나는 여객기의 불빛이 가로 질러 간다. 과학이 말해줄 수 없는 곳에 신화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신화 속에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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