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 이야기<6> 트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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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악 이야기<6> 트로트
  • 이천저널
  • 승인 2007.03.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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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는 우리 음악인가

영화 『복면달호』를 보면서 우리 대중음악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트롯(뽕)의 감성을 새삼 절감한다. 흔히 우리(작곡) 세계에서는 뽕을 넣어야 장사가 된다고 말한다. 그래야 대중들이 좋아하고 돈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댄스, 발라드, R&B(리듬 앤 블루스), 락 음악 모두 뽕이 짙게 배어 있다. 마치 블루스가 팝 음악의 뿌리이며, 그 지대한 영향 아래에 있듯이 뽕도 우리 대중음악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이 전통가요라 불리는 뽕이 영국의 포크 음악처럼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온 민속음악의 한 형태인가? 그럼 국악과도 일맥상통하는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 모르겠다.

고1때인가 외삼촌께서 즐겨 들으시는 카세트테이프를 우연히 들으면서 충격에 빠진 일이 있었다. 일본인이 일본말로 부른 노래인데 영락없이 뽕이었다. 오히려 특유의 ‘꺽임’이 더 맛깔스러웠는데 지금 알고 보니 그것은 엔카라는 음악이었다. 초등학교 때 마징가Z와 그 주제가가 실제론 일본 것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듯 그때와 흡사했다. 이처럼 일본 대중문화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이미 문화 전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근래 지방의 한 연주인과의 교류를 통해 그 연주인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세계(대중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순수음악) 역시 그 한계(뽕의 그림자)의 명백함을 보며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또한 작년 내가 사는 고장 마을에서 작은 축제가 있었는데 여기서 난 쉽고 단순한 곡만을 선곡하여 몇 곡을 불렀다. 만족할 만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토록 소외될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알아듣지도 못할 영어노래는 집어치우라”는 반응이었다.

라이브 연주에서 관객의 수나 처해진 상황은 중요치 않다고 한다지만 이처럼 전혀 다른 세상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허름한 촌구석이라도 컨트리 음악이 있고 술 한 잔 생각에 들어간 초라한 대폿집에서 블루스를 연주하며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에도 재즈가 흐르는 본고장(미국, 영국 등)의 그런 환경이 부러웠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음악엔 그토록 숨을 쉬듯 자연스러움이 있을 테지만 말이다.

우리에겐 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음악 산업에 이런 한계가 지금의 동남아 한류까지는 통할지 모르지만 음반시장의 불황 속에서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대중음악의 세계화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실험들이 싹트고 있고 그에 따른 좋은 결실을 기대해본다. 희망을 갖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늘은 일요일. 교회 가는 날이다. 어차피 설교의 내용은 들리지도 않고 관심도 없지만, 우리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트로트화 된 찬송가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거슬리는지….
“차라리 볼륨을 줄이시지요. 그럼 고통이라도 덜할 테니.”

(글 김경열/ 이천에 사는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현재 자작 앨범 작업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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