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황무지를 첨단 산업 도시로 바꾼 황야의 꽃, 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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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황무지를 첨단 산업 도시로 바꾼 황야의 꽃, 어바인
  • 이천저널
  • 승인 2007.03.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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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 꿈꾸는 혁신 모델 도시(1)/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

미국 로스엔젤레스 근교에 있는 어바인 시는 도시 개발과 산업 단지 개발을 연계하여 성공한 모범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미국 개척사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어바인은 시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도시를 개발하는 주체가 되어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할 수 있었고, 결국 거대한 황무지를 오늘날 쾌적하고 수려하고 자랑스러운 도시를 일구어 낸 것이다. 글|최준서

>> 미국 서부의 4개 메트로폴리탄

미국 서부에는 우리나라의 수도권에 비교될 수 있는 4개의 주요 메트로폴리탄이 있다. 이 메트로폴리탄들의 특징은 각각이 모두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첨단 산업 지구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서부의 북쪽에는 시애틀 메트로폴리탄이 있는데 이곳에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실리콘 포리스트가 형성되어 있다. 또 서부의 중부이며 캘리포니아 주의 북부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메트로폴리탄에는 도심에 멀티미디어 단지가 있고 남부에는 20세기의 엘도라도로 불리는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가 있다. 서부의 남단에는 광(光)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샌디애고 메트로폴리탄이 있다.

마지막으로 캘리포니아 중남부의 로스엔젤레스 메트로폴리탄은 도심을 중심으로 동서로 길게 형성된 디지털 코스트가 있으며 남방 53km 떨어진 곳에는 오늘 소개할 어바인이 있다. 어바인에는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업들이 모여 있는데, 특히 의료 기기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파이오니아 농장에 도시화 산업화 바람이 불고

어바인의 역사는 1868년 제임스 어바인(James Irvine)과 세 명의 동료들이 이 지역의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당시 이 지역은 거대한 황무지였다. 사철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관개 시설이 없이는 풀 한 포기도 자랄 수 없는 곳이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시대 이래 아무도 개발의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방치된 땅이었던 것이다.

1893년, 제임스 어바인의 아들 어바인 주니어(J. Irvine, Jr.)가 농업의 신기술을 접목한 파이오니아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 어바인 컴퍼니를 설립하여 농장과 목초지를 개간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 정부는 태평양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어바인 시의 일부 땅을 사들인다. 그리고 2개의 해군 항공기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어바인에도 도시화와 산업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로스엔젤레스 외곽의 오렌지카운티가 도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오렌지카운티의 북쪽에 위치한 어바인에도 고속도로(5번, 405번)가 지나게 된다. 5번 고속도로는 어바인과 로스엔젤레스를 40분의 시간대로 연결하였고, 405번 고속도로는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과 롱비치 항구로 어바인을 연결하게 되었다.

>> 황무지에서 대학과 첨단 산업 도시로 변한 어바인

1960년대 초, 어바인 시에 약 6㎢에 달하는 부지에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분교(UCI)가 건립되면서 어바인 컴퍼니의 도시 계획가들은 대학 주변에 5만 명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윌리엄 페레이라(William Pereira)계획을 수립한다. 산업, 주거, 위락, 상업 구역과 녹지를 계획하여 개발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의 어바인 비즈니스 파크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

   
1970년대가 되자 이 도시 개발은 대학과 주거지, 산업 단지의 복합 개발은 물론 수려한 경관과 기능적 편의성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1971년 12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어바인 시를 설립하면서 시민들은 당초의 페레이라 계획을 뛰어넘는 규모로 도시를 확대하기로 하고, 2000년까지 20만 명의 인구를 유치하고 약 230 ㎢에 달하는 땅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이런 계획 속에서 어바인 시의 인구는 1980년, 6만 4700명으로 늘었고, 약 120㎢토지가 개발되었다. 첨단 기업들의 유입은 지속됐다. 매년 20%씩 증가하던 인구 증가율은 1980년대 이후 연평균 8%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인구 증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지금 첨단 산업 집적지로서의 어바인에는 6천 여 개의 사업체들이 들어서 있고, 여기에서 16만 8,000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숫자는 어바인의 전체 인구보다 20% 이상 많은 것으로 어바인이 더 이상 로스앤젤레스의 교외형 주거 타운이 아니라 산업 거점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어바인의 사업체 규모는 첨단 기업의 외부화 특성을 반영한다. 종사자수가 1~5인인 소규모 업체가 전체의 63.7%에 달하고 100인 이상의 중대형 기업은 불과 2.5%에 지나지 않는다.

>> 어바인 비즈니스 파크를 주목하라

어바인 도시 개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도시 건설과 함께 조성된 비지니스 파크의 성장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500대 기업 중 9개가 어바인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일 도시로는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어바인 비즈니스 파크는 3단계로 나뉘어 개발되었다. 어바인 시 북부의 비즈니스 컴플렉스와 북서부의 유니버시티 리서치 파크가 먼저 개발되었고, 남부의 어바인 스펙트럼은 나중에 개발이 시작되어 현재도 개발 중이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 북동부의 어바인 테크놀로지 파크가 개발되고 있다.

북부의 비즈니스 컴플렉스는 17㎢의 방대한 크기로 생명의학, 컴퓨터 소프트웨어, 컴퓨터 하드웨어, 자동차 디자인 산업 등의 기업이 입주해 있는 첨단 산업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상업 지구와 산업 지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2000년 초 현재 이곳에는 4,000개 이상의 기업이 있고 총고용도 11만 명을 웃돈다.

유니버시티 리서치 파크는 약 1.4㎢의 규모로 250여개 기업에 7,500명 이상이 고용되어 있다. 이 단지는 도시형 업무 지구의 형태를 띠고 높은 빌딩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는 첨단의료 기기 분야의 업체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UCI 의과 대학과 산학 협동 체제를 이루고 세계 최첨단의 의료 기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어바인 스펙트럼은 그 이름이 나타내듯 상업, 사무, 제조, 연구 개발이 집적된 형태의 첨단산업단지의 조성을 밑그림으로 하여 18㎢ 규모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미 500여 개 건물에 2200여 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어바인 테크놀로지 파크는 시 북동부에 새로 조성중인 산업 단지로 다른 단지들의 중간 정도의 규모로 개발 중이다.

어바인의 비즈니스 파크 개발은 점차 인근 도시로 확산되어가면서 효율적인 인프라와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 미관을 가진 산업지구를 형성하고 있다. 어바인의 산업 단지 조성의 특징은 토지를 보다 세분화하여 조밀하게 개발하여 소규모업체들을 보다 많이 유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양호한 생활 환경에서 나온다

>> 눈여겨보아야 할 어바인 개발의 특징들

1970년대 이후 시작된 어바인의 도시 개발은 비즈니스 파크의 조성과 대학의 유치를 통한 점진적이고 계획적인 도시 개발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는다. 어바인 개발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본다.

▶▶ 어바인의 도시 개발과 산업 단지 조성은 처음에는 민간 주도였지만 나중에는 대학과 시정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의 개발로 진행됐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토지 이용과 도시 계획에 관한 전권이 시정부에 주어져 있어서 시정부의 공공적 고려가 효율적으로 집행됐다.

▶▶ 도시 개발이 완벽한 계획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주거, 상업, 업무, 산업지구 전반의 쾌적성과 편리성이 극대화 됐다.

▶▶ 어바인의 개발은 대도시(로스앤젤레스) 교외의 도시화 확산을 수용하여 개발된 케이스다. 대도시보다 토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대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다는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이는 첨단 기업 집적지가 대도시 주변 지역에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통상적 가설을 지지하는 한 사례다.

▶▶ 어바인은 대학 도시형 산업 지구 개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학의 유치로 산업과의 높은 시너지를 이루어 냈고, 대학촌과 산업 단지를 동시에 개발하여 주거 단지와 산업 단지가 인접해 있다.

▶▶ 어바인은 복합적 개발을 취했다. 한국처럼 특정 단지에 몇몇 공장을 저규모 인프라 위에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 업무 등 각종 도시적 활동이 가능한 형태로 산업단지를 계획, 조성했다.

▶▶ 산업 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매우 다양하다. 어바인의 도시 계획가들이 지역적 산업 전문화의 개념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이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산업 단지가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혼합적으로 입주하게 됐다.

>> 어바인 개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 어바인 개발은 도시의 경제적 발전에 있어 양호한 생활 여건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어바인은 경제적 입지 여건이 양호한 대표적 지역의 하나로서 어바인이 오렌지카운티 전체 평균에 비해 높은 경제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주변의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한 도시환경과 안전한 생활 환경을 지니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적 여건의 정비뿐만 아니라 양호한 생활 환경의 구축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며 어바인의 성장은 이의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 도시 발전에 교육 여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어바인은 교육 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어바인 내의 학교들은 대부분 전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한 교육 환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바인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 민관 협력에 의한 도시 개발의 전형을 보여준다. 어바인 개발은 지방 정부와 민간 개발 업체가 협력하여 계획적으로 도시를 조성했다. 그 결과 지방정부의 공익적 필요성과 민간의 수익성이 계획 단계에서부터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주민편의시설과 공공시설 및 일자리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어바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첨단 의료 기기 산업

   
다양한 첨단 기업들이 모여 있는 어바인의 산업 단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의료 기기 산업이다. 어바인이 본격적인 산업 지구의 면모를 갖추기 전부터 어바인이 속해 있는 오렌지카운티에는 크고 작은 여러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있었다. 어바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타아나에는 1961년, 로웰 에드워즈(Lowell Edwards)가 창립한 에드워즈 레버러토리(Edwards Labaratory)라는 인공 심장 밸브 업체가 있었다. 이 업체는 미국 전역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의 최고의 기술자들을 영입하였는데 이 기술자들이 이후 독립하여 중소업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어바인이 산업 단지 개발을 시작하였고, 새로 창립하는 중소 의료기기업체들이  어바인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의료 기기 산업과 어바인의 관계는 점점 돈독해져서 지금은 인공 심장 밸브, 혈액 산화기, 인공 심장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이 어바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바인에 의료 기기 산업이 자리를 잡게 된 역사에 또 다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1970년대에 어바인에 문을 연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분교이다. UC 어바인 의과대학과 어바인의 의료 기기 관련 벤처기업들이 산학협동의 구조를 만들어 연구를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이 급상승하게 된다. 두 번째 사건은 1970년대 중반에 군수산업의 기술자들이 의료기기 분야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양질의 노동력이 이 산업에 공급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어바인의 의료산업은 질적으로 더욱 성숙되게 된다.

어바인 의료 산업의 특징은 다른 분야의 어바인의 기업들에 비해 높은 전문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바인의 산업 단지 개발 특성상 전문 분야별 집적 특성이 높지 않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입주를 결정하기 전에 어바인과 지리적 연관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의료분야는 어바인의 개발 전 시기부터 인근에서 발달했던 관계로 어바인의 지리적 위치에 친근했던 산업분야이다.

어바인의 의료기기업체들이 어바인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기존 입지의 노하우를 살리고 기술 인력 수급과 기업 환경의 큰 변화 없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첨단의 산업 분야라 할지라도 주변 지역과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유지, 발전해 나가게 된다. 어바인의 의료기기업체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의 여러 지역이 경쟁적으로 첨단 산업 단지와 벤처 단지를 조성하여 기업유치를 노력하던 시기였지만, 어바인의 의료 기기업체들은 기존의 입지와 기업 환경을 급격히 바꾸지 않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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