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구의 우리말의 멋과 맛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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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구의 우리말의 멋과 맛 <12>
  • 이천저널
  • 승인 2007.02.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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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화살 하나 주우시거든

도둑이 들려니 개도 짖지 않더라는 말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지난 해 ‘바다 이야기’라는, 제 꼴에 맞지 않는 이름의 도박장이 사회 문제가 되었을 때에 한 말이지요. 비판을 사명이라고 여기는 야당의 대변인 왈, 개는 진작부터 짖었다고 한 마디 했습니다. 그 동네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살다보니, 정말 개가 짖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마을에 살면서 도둑이 들어 개가 짖을 때에는 내다보지도 않다가 도둑이 잡힌 뒤에서야 개 많이 짖더라고 나서는 그 양반도 좋은 이웃은 아닌 것 같네요.

쓸모없는 것들을 가리키는 속담은 참 여럿입니다. 도둑 못 지키는 개, 쥐 안 잡는 고양이가 대표적이지요. 깨어진 시루, 구부러진 송곳도 쓸데없습니다. 이 빠진 사발, 자루 빠진 도끼, 중(僧)의 관자 구멍, 잔치 끝의 쇠뼈다귀, 똥 친 막대기 등이 내다버릴 물건들입니다. 보기에는 그럴 듯한데 막상 쓸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살 없는 활이나 미끼 없는 낚시, 총알 없는 총이 그렇지요. 한더위에 털 감투나 오뉴월 두룽다리(털가죽으로 만든 모자), 겨울 부채와 여름 화로(冬扇火爐) 따위는 제 철을 못 만나면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산중(山中)의 거문고는 고양이 앞의 꼬막 조개 입니다. 남의 집에 있는 금송아지이지요. 갓바치에게는 풀무가 소용없고 미장이에게 호미도 그런 축에 듭니다. 성(城) 쌓고 남은 돌입니다. 쓰일 자리에 쓰이지 못하고 남아 쓸모없게 된 경우입니다. 돌담 배부른 것, 중(僧) 술 취한 것, 맏며느리 손 큰 것, 봄비 잦은 것 등은 아예 유해하다는 딱지가 붙은 경우들입니다.

옛 사람들의 격언이 가르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물론 배우는 후손들이 올바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요. 총알 없다고 총 버리고, 여름이라고 화로를 내다버리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혹시 길 가다가 떨어진 화살 주우시면, 살 없는 포수 만나실 때에 건네주시길!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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