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교실 / 이천고등학교 물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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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교실 / 이천고등학교 물리 시간
  • 이천저널
  • 승인 2007.02.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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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실험 장치에서 번뜩이는 창의력을

호수 면에 돌을 던져 보자. 돌이 떨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동그란 물결이 가장자리로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파문이라고 부르지만, 물리학에서는 이를 물결 파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어떠한 진동이 주위로 전파되어 나가는 것을 파동이라 부른다.

어떤 의미에서 물리학의 역사를 입자와 파동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리학자들은 관찰의 대상을 입자나 파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오래도록 해왔기 때문이다. 빛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빛과 관련된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하면서 뉴턴은 입자설을, 호이겐스는 파동설을 주장했다. 이런 빛의 입자설과 파동설은 뉴턴 시절부터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그리고 1900년대 이후에 모든 물질은 입자성과 파동성, 즉 두 성질을 모두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이 양자역학이다. 또 빛이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라면 어떠한 물질 입자에도 파동성이 있고, 운동량을 가지고 운동하는 입자에는 운동량에 반비례하는 파장을 가진 파동(물질파)이 수반되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출해 양자 역학에 새로운 전망을 연 사람은 L.V.드브로이였다. / 이천고등학교 강영숙 교사

▶ 파동은 어떤 성질을 가졌는가?

그러나 이런 파동의 변화를 빛을 통해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당연히 이를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공간적으로도 파 자체가 넓게 퍼져있는 데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파가 움직여서 주위로 전달되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 물결 파다. 퍼져나가는 물결 위에 나뭇잎을 띄워 보면 나뭇잎이 멀리 나아가지 않고 한 곳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나뭇잎 아래의 있는 물이 오르락내리락 할 뿐 이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파동은 에너지를 전파할 뿐 물과 같은 매개 물질을 직접 이동시키지는 않는다.

이런 파동의 성질, 장애물이 없을 때 직진하고, 가는 틈을 만났을 때는 회절하며, 성질이 다른 매질을 만났을 때 굴절하고, 또 장애물을 만났을 때는 반사도 하며, 두 파동이 서로 만났을 때 간섭 현상을 일으키는 파동의 성질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실험을 통해 직접 보여줄 것인가? 여기에서 이천고등학교 강영숙 선생님의 물리 수업은 시작된다.

여기에 동원된 실험 도구가 물결 파 투영 장치다. 빛은 관찰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대신에 물의 흐름(파도 효과)을 이용해서 파동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데, 그 관찰을 쉽게 하기 위해서 상자에 물을 담아 놓고 밑에서 불빛을 비추도록 되어 있는 장치다. 이 상자에 담긴 물에 물결을 일으키면 물의 각 지점별 두께에 의해 빛의 밝기가 달라진다. 파도가 솟구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두꺼우므로 빛이 덜 투과하여 어둡게 나타나고, 파도가 꺼지는 순간에는 상대적으로 얕으므로 빛이 많이 투과하여 밝게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파동을 특성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느 학교 수업 시간이나 대동소이하다.

▶ 낡지만 소중한 물결 파 투영 장치

물결 파 투영 장치는 부속품이 많고 설치해 관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활용 실험에 앞서 며칠 전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6명이 한 조로 모두 6조로 구성된 실험조에 1대씩 쓸 수 있을 만큼의 투영 장치가 있으나 구입한 지가 오래되어 부식되고 부품이 망가진 경우가 많아 필요한 부품을 그때그때 뚝딱거려 만들거나 대체 부품을 구해와 설치해야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업 시간 외에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자발적으로 실험실로 모여드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없는 부품을 대신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내고자 준비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다양한 실험 도구들의 위치를 교사보다 더 잘 아는 학생도 나오고, 손재주나 좋은 아이디어로 모두의 걱정을 덜어주는 경우도 생겨, 준비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재미와 기대가 있다. 그러다보니 실험 과정에서 무엇을 조심하며 실험을 해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투영 장치에 있는 조명은 110V용이라 다른 실험 기구에 부착된 조명 장치를 분리해 사용하는데 조명의 위치에 따라 물결파의 무늬의 폭과 명암이 달라져, 조명을 담당한 학생은 온힘을 다해 최적의 그림자를 만들어야 한다.

▶ 스트로보스코프를 대신하는 휴대폰 카메라

물결 파의 그림자 무늬가 바닥에서 움직여 갈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파동 현상을 관찰하여 특성을 알아보는 작업은 파동이 계속 움직이는 관계로 어려움이 많다. 파동 관찰을 더 용이하게 해주는 스트로보스코프라는 장치 대신에 우리 실험실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로 파동 순간을 포착하여 특성을 살펴보고 있다. 파동의 퍼지는 모습과 그 특성들을 사진으로 보게 되면 파악하기 쉬워지는데다 보고서를 쓸 때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물결파의 성질을 조사할 때 점파원, 직선파원을 분자 모형 조립 세트의 부품으로 멋지게 만들어 간섭무늬를 관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절무늬 관찰에 필요한 파라핀 판을 대체하는 다양한 물건들 또한 학생들의 기발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3교시를 연속으로 실험을 하다보면 쉬는 시간, 식사 후 시간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물리실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그 사이에 다른 반과의 의견 교환이나 아이디어의 교환이 이루어져 어느 때보다 열띤 토론이 펼쳐지기도 한다. 학생들이 공을 들여 실험을 하고 있는 만큼 사진의 도용이나 보고서 베끼기 같은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실한 실험 장치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조 실험은 순탄히 진행되고 있는데 부품이 맞질 않아 실험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면 얼마나 속이 탈 것인가. 그러나 이런 경우가 비단 실험실 안에만 있는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생각하는 훈련 또한 교육의 한 과정이 아닐까.

물결 파 투영 장치를 오래 쓰다보면 물이 새는 경우가 생기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누수가 심해 실험 기구 절반 이상을 폐기 처분하고 최근에 몇 개를 다시 구입을 했다. 낡은 장치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조교 선생님은 잘 된 일이라고 하지만 강영숙 선생님은 이 장치들이 낡아져서 시설이 열악해 고생 해가며 실험을 했음을 자랑삼아 말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물리 수업에서 실험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높다. 또 실험의 일부가 수행평가로 이어져 바쁘고 고단한 고등학교 생활에 압박으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실험 방법을 새롭게 생각해 내고 결과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또 사진을 찍고, 보고서를 쓰면서 전보다 변화되고 발전된 자신을 느끼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고 강영숙 선생님은 말한다. 그리고 거기서 얻어진 자신감이야말로 물리 시간만이 줄 수 있는 유쾌한 수업임을 학생들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이천고등학교만의 TIP

■ 이천고에서는 과학의 달 행사로 해마다 <과학 탐구 실험 대회>를 연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 과학의 4개 영역에서 학년의 구분 없이 2명이 팀을 이루어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제시된 탐구 주제를 필요한 실험 기구와 측정 방법을 의논하여 스스로 실험을 준비하는데, 방법이 창의적인가하는 점이 평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학교 실험실이 대회 참가 학생들로 붐비고, 그들이 실험 방법을 의논하고 실험 준비물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이천고만의 자랑이다.

■ 이천고 과학과에서는 <좋은 학교 만들기> 수업의 일환으로 방과 후 수업으로 <과학 심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과목별로 10~15명의 학생들이 담당 교사와 집중적이고 심화된 수업을 받으며 과학에 대한 시각을 넓혀가고 있다. 천체 관측 동아리인 스카이와쳐, 화학 실험반 등의 동아리도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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