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구의 우리말의 멋과 맛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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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구의 우리말의 멋과 맛 <11>
  • 이천저널
  • 승인 2007.02.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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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깨에도 꽃이 피고

입춘입니다. 잔설이 여전하고 추울 날들이 남았지만, 옛 어른들은 서둘러 ‘이제부터 봄’이라고 선언합니다. 그 예지에 힘입어 남은 겨울을 이깁니다. 희망이 힘인 것은 동서고금을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도, 상급 학교로 올라선 청춘들에게도, 직장 생활에 입문한 새내기들에게까지 두루두루 그 힘의 축복이 쏟아지기를 빕니다. 좋은 일 많으시기를 빌어 드립니다.

굴러 온 호박도 더러 챙기시고, 아닌 밤중에 찰시루떡 생겨서 웬 떡이냐 환호할 일도 있고 말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얻듯, 굶주린 고양이가 쥐를 얻듯, 이 빠진 개가 뒷간을 만나듯, 굶던 매가 꿩을 보듯, 저녁 굶은 년 떡 두레 얻듯, 곤란하고 힘든 일들이 술술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원앙이 녹수(綠水) 만나듯, 마른 나무가 봄을 만나듯(枯木逢春), 홀아비는 장가들고, 죽은 나무에도 홍두깨에도 꽃이 피는 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용꿈도 꾸시고, 뽕도 따고 임도 보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도 만나시고, 범은 날개를 얻고, 용은 여의주를 얻고, 뒷걸음에 쥐도 잡고, 소경 문고리도 잡는 행운들 누리십시오.

곶감 죽 먹고 엿 목판에도 엎어지고, 비단에 꽃무늬를 놓는 일(錦上添花)도 더러 있고, 남의 염불로 극락 가는 경우도 있어야지요. 구년지수(九年之水)면 해가 돋고, 칠년대한(七年大旱)이면 단비 오고, 화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고(일전쌍조;一箭雙鳥), 개울 치고 가재 잡고, 배 먹고 이도 닦고, 꿩 먹고 알 먹고, 되로 주고 말로 받기도 하고, 보리밥알로 잉어도 낚고, 질동이 깨뜨리면 놋동이 얻고, 마당에서 삼도 캐고, 한여름에 부채도 얻고, 바늘 잃으면 도끼 줍는 새 봄 맞으십시오. 미꾸라지는 용도 되고 말입니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도, 내 친구와 우리 이웃에게도, 우리 마을과 이웃 마을에도, 우리나라와 온 세계에 즐겁고 희망찬 일들이 넘쳐난다면! 그러기를 서로 서로 빌어준다면!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으니, 내게 또 당신에게 즐거움이 넘치면, 나도 또 당신도 두루두루 웃는 일 많아지겠지요? 버들강아지 솜털이 따뜻해 보이는 날입니다.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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