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의 왈가왈부, 꼬리치는 논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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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의 왈가왈부, 꼬리치는 논술 <11>
  • 이천저널
  • 승인 2007.02.0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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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

프랑스 대혁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이때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부각됐기 때문이지

“노동이나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수능 논술에 주로 등장하는 주제어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토지 공개념, 신자유주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동산 정책 등을 들 수 있겠지.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생각할 때 반드시 경제 원리를 훤히 알아야 유리하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야 그렇지. 왜냐하면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살펴보려는 까닭은 결국 사회와 개인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른 것이니까. 그 두 가지는 한마디로 갈등의 역사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인류 역사 위에 ‘개인’이라는 용어가 두드러지게 떠오르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
“원시인들이 개인의 자유에 대해 고민했을까? 물어볼 수 없지만, 아마도 그날그날 먹고사는 본능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했을 거야. 물론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어.”

“원시인들 가운데 남자들이 하루 중 사냥(노동)에 소요한 시간은 고작해야 서너 시간이었다는 말을 하려는 거지?”
“그 이상 뛰고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의 체력 범위를 넘어서서 그랬을 거야.”

“그러면 나머지 시간에 뭘 했을까? 대개는 수렵 도구를 손보거나,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니 누워서 해와 달과 별을 구경하면서 딴 생각을 하기도 했겠지.”

“여자들이 맡은 일(노동)은 그렇지 않았잖아. 육아는 당연한 몫이고, 가령 곡식을 말리고 저장하는 일 따위도 모두 포함되니까. 종일토록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일들이야. 그래서 아무래도 딴 생각을 할 시간이 많은 남자들이 갈수록 좀더 많은 지식을 얻고, 그 힘을 바탕으로 권력의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말이야.”

“고대에는 어땠을까?”
“노예제 사회였잖아. 노예들이야 제멋대로 결혼하고, 자기 재산 갖고, 또 더 좋은 동네 있다고 제 맘대로 이사하고 그럴 수 없는 거지. 다시 말하면 개인적인 가치들이 허용되지 않았던 거야.”

“봉건 시대의 농노들은 형편이 조금 나았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고 봐야지. 역시 자유로운 개인이 되기는 어려웠어.”

“근대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지배 계급 중심으로 사회 질서가 꾸려졌어. 그들보다 더 다수인 개인의 가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지. 이런 일들을 해당 사회가 지닌 여러 제도와 견주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프랑스 대혁명(1789년)이 대단히 중요한 까닭이야.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하늘이 부여한 개인의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상의 흐름 속에 일어난 근대 시민혁명을 통해 그동안 억눌려온 개인의 권리가 떠오른 거야.”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등이 처음으로 인류사에 등장한 거지?”
“사회의 부속물로 개인을 취급하던 시대가 지나간 거야. 내가 나 자신이기 전에 우리 가문의 일원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결혼도 가문에서 정해주고 그랬잖아. 

“그런데 개인은 각각의 개별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로 파악하기 시작한 거야. ‘개성’이라는 말조차도 이때부터 생긴 거야.”
“‘개인과 사회’는 논술에서 가장 많이 출제된 문제라고 할 수 있어. 정치, 경제, 철학, 예술, 어느 분야든 이 두 가지를 적용하면 곧바로 여러 관점이 들어설 수 있으니까. ‘사람-삶’의 문제니까 그래.”

“그렇지. 살면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공부하자는 거잖아.”
“사는 일이 문제가 없다면 머리 아픈 공부라는 건 좀 덜 하거나 아주 안하고, 밥이나 여러 번 먹고 잠은 대폭 늘리면 편하고 좀 좋겠어. 그런데 내가 사람이고, 논술이 넌 사람하고 사는 강아지고, 그러니 어쩌겠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관계 맺는 사회를 이해해야지.”
“현대사회는 더 복잡한 건 갈등의 요소가 많기 때문이지. 개인과 개인끼리는 물론이고, 온갖 사회 제도하고도 끝없이 부딪치잖아. 모이면 학생끼리만 싸우냐? 학생이 선생하고도 싸우고 선생끼리도 싸우고 그러잖아.”

“학생 없는 선생 없고, 선생 없는 학생 없다. 마찬가지로 사회 없는 개인 없고, 개인 없는 사회 없다, 이런 말이야. 그러니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거지만.” 
“학생과 선생이 다 함께 행복한 학교, 개인과 사회가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이 아직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
박정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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