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 이야기<3> 제니스 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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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악 이야기<3> 제니스 이언
  • 이천저널
  • 승인 2007.02.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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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의 싸구려 오디오에 올려질 땐 미안함도 있었다

너무 소중해서 되도록 가끔 꺼내 듣는 음악이 있다. 그래야 더 반갑고, 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내 자신이 그 음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이 있다. 그런 음악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에너지가 있는데 내 생각에는 100명의 정치인보다 낫고, 세상의 그 어떤 예술품보다 휼륭하다.

그런 음악은 대체로 화려하고 복잡한 연주 형태가 아니고 단순한 코드 진행에 어쿠스틱한 느낌이 강하다. 요즘은 일렉트로닉이나 힙합 같은 반복된 리듬 위주의 패턴화된 전자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그렇다면 결국 우리의 기억에 남는 음악이란 무엇일까. 모르긴 해도 기계적인 표현보다는 서정적이면서 단순한 멜로디가 아닐까 싶다. 그때 떠오르는 뮤지션이 바로 제니스 이언이다. 15세 때 벌써 가수 겸 작곡가로 뉴욕의 포크 음악 청중들과 친근해졌고, 16세 때에는 레오나드 번스타인과 함께 록 콘서트 쇼에 출연함으로써 뉴욕 방송가에선 “수년 만에 나타난 훌륭한 신인 가수 겸 작곡갚라는 격찬을 받는다. 16세에 첫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중 「society`s child」란 곡으로 논쟁을 일으키며 당시 음악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흔히 흑인 차별에 대한 저항 음악으로 읽히는 이 음악에서 우리는 그녀의 의식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17세에는 젊은 사진작가와의 사랑으로 한동안 음악 활동을 중단하기도 하는데 결국 짧은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는다.  

이렇듯 그녀의 음악 여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 십대에 탁월한 재능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그에 따른 성공과 좌절을 모두 경험한다. 전성기를 넘겼다는 평론가들의 성급한 평론이 그녀 나이 스무 살에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횡포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녀는 당시 공연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 과거 자신의 불우한 소녀기를 잊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남다른 체험이 그녀만의 섬세한 감수성과 만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두장의 빛나는 명반을 오랜 휴식 끝에 쏟아낸다. 평론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 1974년 4월에 발매한 『stars』, 그래미 최우수 여자 가수상을 수상하게 만든 「at seventeen」이 수록되어 있는 『between the lines』 앨범이 그것이다.

「at seventeen」은 17세 동거했던 사진작가와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고, 이 앨범의 자켓 사진도 이 사진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특별히 『between the lines』는 정말 권하고 싶은 앨범으로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오래전 용돈을 아껴가며 재미 삼아 하나둘 모아가던 LP판. 때론 속았다는 생각에 허탈했고, 때론 기대 이상의 발견에 미친 듯이 기뻐했었다. 제니스 이언은 나에게 대단한 발견이었고, 나의 싸구려 오디오에 올려질 때면 미안함도 있었다. 너무도 소중해서 가끔 꺼내보는 음악. 오늘도 그녀와 만나기 위해 그녀의 문 앞을 서성여본다.

(글 김경렬/ 이천에서 나고 자란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현재 자작 앨범 작업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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