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서의 발목 잡는 공부에 날개 달기
상태바
최준서의 발목 잡는 공부에 날개 달기
  • 이천저널
  • 승인 2007.02.01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월에는 ‘올해의 책’을 고르세요!

2월은 학생들에게 변화의 달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돌보아 주셨던 선생님 그리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시기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더욱 설레는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새로운 학년과 학기를 준비하는 시기인 2월에 더불어 준비해두면 좋을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늘은 2월을 위한 좋은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라’는 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항상 듣는 말입니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공부인=독서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책읽기에도 점수가 매겨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찌 보면 좀 경쟁적으로 많은 책들을 읽기 위해, 목록을 만든 후에 읽어낸(?) 책의 숫자를 늘려나갑니다. 이런 풍조 속에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책의 요약본을 구해서 읽는 것입니다.

더구나 논술식 대학입시에 꼭 필요한 책들이라고 선전하며 그 요약만을 모아서 아예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얄팍한 상술을 부리는 출판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이런 식의 책읽기는 결과적으로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큰 해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백 쪽의 책을 불과 몇 쪽으로 요약해서 그 참뜻을 전달할 수 있다면, 평생에 걸쳐 후학들을 위해 책을 쓴 수많은 인류의 스승들은 모두 바보짓을 한 셈인가요? 남들이 꼭 읽어야 한다고 하니까, 빨리 많이 책을 읽으려는 조바심에서 나오는 실수입니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대학 논술 시험을 평가했던 교수님들의 채점과 관련한 후문을 전했습니다. 논술시험을 채점한 결과는 대략 마름모꼴의 분포를 보였다고 합니다. 높은 점수의 학생 약 10%, 낮은 점수의 학생 약 10% 그리고 나머지 80%는 가운데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중간 80% 학생들의 답안을 비교해보면 어찌나 그 답안이 비슷한지 누가 누구하고 같은 학원에서 공부를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논술답안에서 인용한 책의 내용이나 인물이 기가 막히게 똑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 학생들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문제의 유형에 따라 인용할 책과 인물을 달달 외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요?

책을 읽는 습관은 일찍부터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름모의 중간에서 아우성을 치지 않게 됩니다.

책을 읽는 방법에 있어 흔히 정독과 다독을 말합니다. 정독(精讀)은 책을 꼼꼼히 뜻을 새기면서 읽는 것이고 다독(多讀)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을 뜻합니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을 때 빨리 읽으면 다독이고 천천히 읽으면 정독이라는 식으로 좀 변형된 뜻으로 이 말들을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꼼꼼하게 많이 읽으면 제일 좋겠지요! 그렇게 되려면 우선 책읽기를 좋아하는 애독(愛讀)을 해야 합니다.

필자는 오는 2월에, 새로운 학기나 학년 동안 꾸준히 애독할 책을 골라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무리하게 많은 책을 읽으려고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올해의 책’을 미리 고민해서 고르는 것입니다. 애독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재미있게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꼼꼼하게 읽게 되고 많이 읽게도 됩니다.
자, 그럼 자신만의 ‘올해의 책’을 고르는 방법 아닌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평소 왠지 언젠가 한번은 꼭 읽고 싶다고 느꼈던 책들을 가능하면 다양한 장르에서 선정하여 목록을 만든다.
② 목록 중에서 자신이 읽기에는 좀 어려워 보이는 책 다섯 권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다섯 권을 고른다.
③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②의 책 열권을 살펴본다. 가능한 천천히...
④ 어려운 책 한권과 쉬운 책 한권을 구입한다.

두 권의 ‘올해의 책’을 골랐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두 권의 책을 읽는 것입니다. 아주 천천히 아주 재미있게 읽는 것입니다. 최소한 한 학기나 일 년 동안 계속해서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어려운 책은 일 년 동안 한 번도 못 읽을 수도 있고 쉬운 책은 열 번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의 본문은 물론이고 앞뒤의 표지, 머리말, 저자소개, 차례 등 책에 들어있는 모든 쪽을 꼼꼼하고 천천히 읽어 나가야 합니다. 어차피 일 년 동안 읽을 책이니까 시간은 아주 많습니다. 하루에 한 쪽을 읽어도 좋고 한 달에 한 쪽을 읽어도 좋습니다. 읽다가 이해가 안 가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도 되고, 중간부터 읽어도 되고, 기분 좋은 날만 읽어도 되고, 혹은 라면 먹은 날만 읽어도 됩니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누가 문득 “요즈음 무슨 책을 읽으세요?”라고 물어오면, 서슴없이 “아, 네 요즈음에는 OOO씨가 쓴 OOO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항상 자신이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책을 읽다보면 한 번 읽었을 때, 두 번 읽었을 때, 세 번 읽었을 때 ... 읽을 때마다 책이 전달하는 내용이 달라지고 책을 읽는 자신의 이해가 달라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지 못한 내용도 상상이 되고, 책을 쓰기 전과 후의 저자의 마음도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매일 산책을 하는 사람만이 매일의 바람과 햇볕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필자의 경우는 학창시절에 ‘쉬운 책’으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만났습니다. 아마도 중학교 시절에 처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로 한 10년 동안은, 길에서 누가 물으면 “아, 네 요즈음에는 리처드 바크가 쓴 갈매기의 꿈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번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러 종류의 번역본을 구해서 읽게 되었고 나중에는 아예 영문으로 된 원본을 읽게 되었습니다.

때로 어떤 친구는 아직도 동화를 읽느냐고 놀리기도 했지만, 이 책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아직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쉬운 책’이었는데 나중에는 ‘어려운 책’이 된 셈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한분의 선생님을 모시는 일이고, 또 한명의 친구를 사귀는 일입니다. 너무 빨리 많이 속독(速讀)으로 사귄 친구들과는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없습니다.

이천저널
이천저널
webmaster@icjn.co.kr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