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간적이고 포괄적인 가정의 주치의
상태바
더 인간적이고 포괄적인 가정의 주치의
  • 이안숙 가정의학과의원장
  • 승인 2007.02.01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가 이천에 가정 의학이란 간판을 걸고 진료한 지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이천 시민들의 가정 의학에 대한 이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수년간 나의 진료를 받아 오시던 분들조차 자신이 진료 받는 분야 외에는 진료를 못 받는 줄 알고 다른 의원으로 가시더란 말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았던 환자분은 감기 치료는 가정의학과에서 받고, 혹 피부 질환이 있으면 다른 피부과로 가신다. 또 처음부터 부인과 치료를 다니시던 부인은 부인과 치료는 가정의학과에서 하시고, 감기 치료는 가정의학과에서 안하는 줄 알고 또 다른 의원을 방문하신다.

가정 의학이란 학문이 한국에 도입되어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배출하기 시작한 지도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배출된 가정 의학 전문의 숫자가 수천 명에 달하며 이들은 각 대학병원이나 지역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매스컴에 수시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나와서 의학자문을 하는 걸 들어보면 충분히 인식이 될 만도 한데 여전한 시민들의 저조한 이해를 보면 얼마나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힘들고 또 무심히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가정 의학이란 학문이 생긴 배경은 이렇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학문의 전문화, 세분화를 지양하게 되어 각과 전문의가 탄생되고, 환자분들은 잘 훈련된 각과 전문의를 찾아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전문화된 진료를 잘 받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각과 전문의들 또한 환자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 자기 분야만 보고 다른 분야는 다른 과로 보내거나 환자 스스로 타과를 이리저리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환자를 좀 더 전체적으로 접근하고 포괄적으로 진료할 학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실제 일반 환자들의 질병은 아주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경우보다 흔한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이런 흔한 질환을 갖고 각과 전문의를 찾아다니느라 분주한 것이다. 그래서 환자의 전인적 파악이 덜 이뤄지고, 약물의 남용이 더 많이 이뤄지고, 의료비도 더 많이 낭비되고, 시간도 많이 낭비되는 단점이 있다.

가정 의학이란 학문은 이렇게 흔한 질환을 과 구분 없이 일차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가족 모두의 흔한 질환에 대한 진료를 가정 의학 전문의가 먼저 다루고, 혹 보다 전문화된 진료가 필요하면 2차, 3차 진료를 받도록 의뢰하고 2차 3차 병원에서 진료 후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하면 2차 3차병원의 협조 하에 가정 의학 전문의가 지속적인 환자 관리를 한다. 그래서 가정의학전문의는 가족 주치의처럼 그 가족의 모든 질환이나 질환과 관련된 문제까지도 파악하고 진료와 상담을 하며 좀 더 인간적이고 포괄적으로 환자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지역주민들이 보다 더 편리하고 보다 더 인간적으로 잘 진료받기 위해서, 또한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 약물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도 지금보다 더 훈련이 잘 된 가정의학전문의들이 많이 배출되어 지역의 1차 의료 지킴이로 나서면 훨씬 좋은 양질의 진료를 서비스할 수 있겠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이것이 지역의 개업의로써 약 20년간 진료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