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의 왈가왈부, 꼬리치는 논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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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의 왈가왈부, 꼬리치는 논술 <10>
  • 이천저널
  • 승인 2007.02.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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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가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가 지끈거린다던 논술이가 도시 빈민은 계급이냐고 물었다. 내가 ‘계급’이라는 말이 뜻하는 바를 되묻자 뜻밖에도 논술이의 대답이 시원스러웠다.

“계급이란, 생산 수단에 대해서 공통의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하지. 여기 다 써 있어.”
논술이가 졸음을 참으며 정리한 공책을 가리켰다. 논술이에게 던지려던 질문을 잠시 멈추고 공책을 펼치자 ‘토지’라는 말이 먼저 눈에 띄었다. 오히려 내편에서 졸음이 몰려와 나는 그 가운데 몇 대목을 골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근대 산업 사회 이전에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두 계급이 중심을 이뤘어. 그후 산업화가 진전함에 따라서 계급은 다른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지. 생산 수단을 자본가(부르주아)와 노동자(프롤레타리아) 말이야.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해.”

“계급을 자본가와 노동자로 이분화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러기에는 중간 단계의 성격을 지닌 계급들이 너무나 많다고 해야겠지.”
“어쨌든 우리가 여기서 살펴 정리하려는 건 도시 빈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문제니까.”

“그래. 도시 빈민을 계급으로 파악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어. 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와 개념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계급으로 규정하든 안하든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야.”

“일반적인 도시 빈민이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을 뿐, 분명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지.”
“오히려 사회 문제적인 존재로 낙인을 찍어 놓은 현실에서 룸펜이나 실업자로 대치되면서, 사회 모순에 의해 형성되고 재생산되었다고 할 수 있지.”

“도시 빈민 집단을 특정 계급 범주로 포함시키기에는 무리가 많아. 계급이라는 것을 설명할 때, 우리는 생산 수단에 대해서 공통의 관계를 맺는 집단이라고 이야기했어. 하지만 도시 빈민은 이러한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데, 그 모호성이 있어.”

“생산 관계에서 발견되는 봉건성이 도시 빈민을 노동자 계급과 동일하게 간주될 수 없게 만들고 있지. 그러니까 도시 빈민 집단은 특수한 계급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 타당할 거야.”
“현재 비교적 일반화 되어있는 견해는 도시 빈민 계층을 상대적 과잉 인구로 규정해서 노동자 계급의 하층으로 파악하려는 관점이야. 그에 따르면 농민은 잠재적 과잉 인구, 도시 빈민은 정체적 과잉 인구로 규정되지.” 

“도시 빈민이나 농민들이 노동자로 전환되는 것은 쉽지 않아. 노동자가 도시 빈민으로 전환될 수는 있지만 농민과 도시 빈민이 노동자로 전환되는 비율은 많지 않지. 그러나 상대적 과잉인구로 파악된다 해서 도시 빈민을 계급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건 아냐. 상대적 과잉인구는 존재의 위상을 파악하는 내용이지 계급의 범주는 아니거든.”

“노동자를 그저 노동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면 도시 빈민도 당연히 노동자로 파악될 수 있겠지?”
“그러나 노동자는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고유한 계급 형태로 역사적 개념이야. 즉 노동자는 자본주의 생산 양식 하에 생산수단으로 완전히 분리되어서 경제적 관계에 의해 자본가에 노동력을 판매하는 사람을 지칭하지. 도시 빈민도 노동자와 유사하게 생산 수단으로 분리되어 자기 노동력을 판매한다는 점은 같아. 다만 도시 빈민은 자본가들에게 직접 고용된 게 아니라 중간업자들에게 고용되어 있고 그 관계를 두고 봉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는 거지”

“도시 빈민의 노동 형태는 노동자의 그것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고, 거주지와 법적 보호 등에 있어서도 서로 다르지?”
“도시 빈민을 큰 범주로는 노동자로 포괄할 수 있지만 그 특이성을 인정해야지. 도시 빈민과 노동자를 모두 ‘생산수단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노동력을 판매하는 계급’으로 볼 수 있겠어. 다만 도시 빈민은 생산 관계에서 봉건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력의 존재 형태에서 노동자와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지.”

“룸펜(Lumpenproletariat)이란 뭘 말하지? 도시 빈민하고 관계가 있나?”
“룸펜은 최하층 프롤레타리아트로,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취업할 의사도 없으며, 정한 거주지도 없이 구걸·범죄·매춘 등으로 그날그날 먹고 사는 부류를 말해. 노동 의욕과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실업자와 다르지. 장기간에 걸친 실업·질병 등으로 상대적 과잉인구에서도 제외된 층이야. 일하는 인간으로서 규율이나 긍지도 상실하고 있어, 이미 프롤레타리아트에 소속된다고 볼 수도 없지.”

“룸펜이 노동 의욕이나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면 도시 빈민을 룸펜과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겠군.”
“도시 빈민은 일용 건축 노동, 노점상을 통해서 생산을 담당해. 물론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에도 룸펜의 존재는 나타나고 있지. 도시 빈민의 하층에도 룸펜은 존재해. 결국 룸펜이란 특정 계급이 아닌 각 계급의 하층에 기생적으로 존재하는 집단을 뜻해. 도시 빈민을 룸펜과 동일시해서는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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