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상태바
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 이천저널
  • 승인 2006.12.21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 겨울밤 가족과 둘러앉아 시를 짓는다면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를 읽기 시작하다가
읽는 동안에 감동으로 바뀌는 경험은 있는지

미노아 선생님,
숙제 잘 내시지요?
한 번쯤
“아이스크림 많이 사 먹으세요.”라고
숙제
내지 않겠어요?

1학년이 쓴 “숙제”라는 시다.
‘숙제’라는 말에 어린이들의 고달픔이 느껴져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 천진성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수지모거스틴의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조커”라는 동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이 시를 읽어 주면서 “어떤 숙제를 내주면 좋겠니?” 하고 물었다.
“빈둥빈둥 거리기요.” “텔레비전 보기요.” “실컷 놀기요.” ...

아이들의 대답은 이랬지만, 정말 이런 숙제를 내 주지는 않을 거라는 짐작에 마냥 즐거운 표정만은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나는 아이들에게 시를 한두 편씩 읽어 준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돌아가며 읽기도 하고, 때로는 팀을 만들어 1연씩 외어보게 한다. 이번에는 어떤 시를 읽어 줄까 하고 찾다 이 시집을 골랐다.
‘일본 어린이 시’라는 것에 나는 호기심에서 이 시집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주 재밌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가진 호기심이 시를 읽어주는 동안에 감동으로 바뀌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다음은 ‘오줌’이라는 시다. 내가 제목을 말하자, “우리도 저 번에 오줌이라는 시를 썼었잖아요?”라고 아이들이 말했다. 나는 “그랬었지.” 라고 말하며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아이들이 아마 자기들이 쓴 시하고 알게 모르게 비교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줌이 마려웠다.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있는데도
선생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그 때 컵이 떨어졌습니다.
찻물이 흘러서
의자 밑의 오줌과 섞인 것입니다.
“의자 밑이 어떻게 된 거야?”
라고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나는
“찻물이 흘렀어.”하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시집을 번역하고 엮은 김녹촌 선생은 어린이들이 쓴 시 대부분이 ‘OOO은 요술쟁이’ ‘OOO은 변덕쟁이’ 라는 그런 시 밖에 쓰지 못하는, 반벙어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 시집을 소개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집 안에는 아이들의 장난스러움, 난처함, 따뜻함이 담뿍 들어있다. 아이와 함께 시를 읽으면서 공감대를 만들고, 긴긴 겨울밤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한 행씩 돌아가며 시를 지어보면 어떨까. 이렇게.

「어머니와 나」

어머니가
“나가라.”
라고 했다.
나는 지지 않고
“나갈 테니까, 4,200엔 돌려 줘요.”
라고 했다.
어머니도 지지 않고
“은행에 있으니까, 찾아 가라.”
하고 얼굴을 새빨갛게 해 가지고 고함쳤다.

나는 우스워져서 웃었다.
어머니도 우스운 듯 웃었다. 

이천저널
이천저널
webmaster@icjn.co.kr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