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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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체험이다
  • 이천저널
  • 승인 2006.12.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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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노쿠니 학교의 프로젝트 수업

기노쿠니 어린이마을 학교(1992년 개교)의 호리 신이치로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10년 전 충북 영동의 자유학교 <물꼬>에서였다. 나는 그때 지금의 기노쿠니(‘나무의 나라’라는 뜻이다) 학교를 세우기 위해, 호리 선생님이 15년 가까이 준비해 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깊이 공감했다. 새로운 교육 철학과 교육 과정, 교육 내용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은 투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원모 (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장)

기노쿠니 학교의 수업 가운데 돋보인 것은 프로젝트 수업(과제 수행 학습)이다. 1993년부터 일주일에 14시간씩은 프로젝트 수업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저마다 능력과 흥미와 발달 단계에 맞추어 열중하고, 더욱이 손이나 몸을 놀려 구체적인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여러 가지 힘을 지니도록 하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실제적인 생활 (특히 지역 사회 생활)의 여러 문제에서 주제를 구하고 시간을 들여 문제 해결에 힘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아이들은 지적으로 흥분하면서 프로젝트에 달려들고, 그 속에서 자발적으로 그리고 자기의 머리와 손, 온몸을 동원해서 스스로의 생활을 풍성하게 하는 기쁨과 성장하는 느낌, 그 과정에서 배움의 기쁨과 친구들과 사귀는 기쁨을 흠뻑 맛보게 되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프로젝트는 나이 차가 있도록 그룹을 만들어 진행한다. 그렇다고 한 그룹에 전 학년의 아이들이 모두 들어가 있을 필요는 없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2, 3년의 나이 차가 있어도 좋다. 아이들은 원칙적으로 장기간(일 년 내지 적어도 한 학기 동안)에 걸쳐 한 가지 큰 과제를 다룬다. 한 프로젝트 속에는 몇 개의 작은 프로젝트들 또는 개인 프로젝트들이 병행되거나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수행하는 데는 특히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① 인류 생활의 기초적인 것, 특히 의식주에서 주제를 찾는다.
프로젝트는 ‘통합 교과’라는 발상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또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인류가 쌓아온 여러 가지 분야의 과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뿌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적 흥미를 자극하고 탐구 의욕과 흥미를 기르려는 것이다.
② 몸으로 하는 작업이 중심이 되거나 출발점이 된다.
인류가 축적한 지식이나 기술은 본래 구체적인 행위이거나 실험 결과로 창조(획득)된 것이다.
최근에는 통합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나 ‘평화’같은 주제를 설정하고 폭넓게 학습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학교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통합적으로 배운다는 사실만으로는 키노쿠니의 프로젝트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③ 아이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적 탐구이다.
활동 그 자체에 내재적 가치가 있고, 아이가 그런 느낌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의 유용성이나 필요성이 아이에게 생생하게 느껴질 때, 비로소 아이의 지적 탐구 의욕이 솟구치게 된다. 단지 몸이나 손과 발을 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경우에 따라 교사의 주도와 관리에 의한 신체적 작업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키노쿠니의 프로젝트는 작은 과학자들이 지적 호기심으로 해나가는 ‘탐구’ 그 자체이다.
④ 이미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자기 자신의 지식을 창조한다.
수행 과정에서 이미 있는 지식이나 기술을 도구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또 그 성과로 창조된 지식이나 기술을 여러 방면으로 펼쳐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지식이나 기술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다. 그러나 보통 학교에서는 그 습득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고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지식이나 기술은 보통학교에서 전달받는 (주입식)지식이나 기술과는 달리 아이 자신이 창조한 귀중한 재산이다.
⑤ 활동의 선택이나 모둠 편성에 유연성을 갖게 한다.
프로젝트가 자발적인 지적 탐구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든 교사든 제한에서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활동의 종류가 풍부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권위적 지도는 여기서 말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 또 나이에 따른 학급 편성보다는 아이의 개성이나 관심, 과거의 경험을 고려해서 그룹을 짜는 일도 필요하다. 또한 평가에 관점도 개별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맞추어 그 아이가 갖추었으면 하는 태도와 능력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단 이 목표는 수시로 점검되고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초학습은 어떻게 하는가?

기노쿠니에서는 프로젝트가 아이들 활동의 중심이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할당되어 있다. 또 보통 기초 학력으로 간주되는 내용도 가능한 한 프로젝트 안에서 또는 프로젝트와 연결시켜 다룬다.
기초학습의 목적은 기초 학력을 습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기초 학력이라고 하는 것의 내용은 ‘기초’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넓게 또는 좁게 해석되고 있다. 가장 좁은 의미로는 언어와 수에 관한 학력 중에서도 또 ‘읽기, 쓰기, 셈하기’에 한정된다. 넓은 의미로는 ‘자립한 시민으로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기초적인 자질과 역량으로 ’최소한 필요 불가결한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는 기초 학습을 가장 좁은 의미인 ‘읽기, 쓰기, 셈하기’보다 약간 넓게 생각하여, 국어와 수학 가운데 어떤 프로젝트에서나 유용하고, 일정한 연령 단계에서 습득해 두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 한정해서 이것을 ‘말’과 ‘수’라고 부른다. 프로젝트는 경험주의 커리큘럼의 논리로 입안되고 실행된다. 기초 학습은 이론상 단계별로 수행된다. 기초 학습은 학년과 나이 그리고 습득 단계를 기반으로 해서 그룹을 짜서 한다. 기초 학습은 그 성격상 체험 학습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일제 수업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젝트보다 더 자발성과 개인차가 중요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개교 첫해에는 기초 학습을 학년별로 했다. 기초 학습 시간에는 각 학년마다 정해진 교실에 와서 담당교사가 그 학년을 맡았다. 그러나 2년째부터는 프로젝트의 담당자 곧 학급 담임이 기초 학습도 지도하도록 바뀌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학년 단위로 모이더라도 개별적인 지도를 해야 한다.
② 프로젝트 활동과 결합해서 지도하기가 더 쉽다.
③ 담임이 지도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④ 날씨와 같은 조건에 맞추어서 프로젝트와 기초학습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새로운 방법이 아이들에게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미팅(집회)과 자유 선택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개별 지도 시간은 특별히 따로 내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 하는 지도는 모두가 개별 지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 지도라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특별한 요구가 있는 아이에 대한 충고나 조언이다. 구체적으로는 좁은 의미의 학습에서 부족한 면이 있는 아이를 위한 특별 지도, 특별한 교재(비디오테이프)를 준비하고 두세 아이에게 보여 줄 경우나 컴퓨터와 같은 전문 지식을 요구할 경우가 그렇다.
시간표 작성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한다.
① 주 5일제로 한다. 이것은 주말에 귀가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② 학습 지도 요령에 규정되어 있는 연간 수업 시간을 확보한다.
③ 하루의 시간 분배는 고정시키지 않고 요일에 따라 대담하게 바꾼다. 프로젝트만 있는 날과 프로젝트가 전혀 없는 날이 있어도 좋다.
④ 가능한 한 같은 시간대에 전 학교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⑤ 프로젝트와 자유 활동은 각각 연속적으로 2시간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 1, 2학년 아이들은 빈 시간대를 자유시간으로 하나 그 학년의 기초학습 담당자는 다른 활동에 이용할 수도 있다.

교육평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교육에서 평가의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교사 자신이다.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더군다나 선별 작업이나 서열화를 위해서도 아니다. 평가의 본래 목적은 교사가 자신의 교육 활동의 성과를 점검하고 자기의 계획이나 방법에 대해 반성하고 한층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만일 어떤 교실에서 수학 평균점이 65점이라 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이 65점이라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가르치는 방법이 65점이라는 뜻이다.
기노쿠니 학교의 이상은 ‘자유로운 아이’다. 따라서 평가의 목적은 아이들이 우리가 뜻하는 대로 자유롭게 자라고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야 한다. 이 평가는 간단치 않다. 교수법의 차이에 따른 한자 지도의 능률과 같은 제한된 영역에서는 객관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숫자로 그 결과를 비교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인격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곤란하다. 일이 년 동안의 실천만으로 그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밖에 학교 아닌 가정이나 사회에 더 많은 영향력을 지닌 요소들도 많기 때문이다.
기노쿠니 어린이 마을학교는 니일 연구회와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모임”에 함께한 분들의 꿈과 철학 그리고 열정이 열매를 맺은 곳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서두르지 않고 달팽이가 집을 키우듯 꾸준히 조금씩 조금씩 성과를 쌓아가며 오랜 기간 준비했기 때문이다. 준비된 교사와 준비된 교육으로 일군 키노쿠니 학교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그래서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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