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서의 이것이 수리 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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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서의 이것이 수리 논술이다
  • 이천저널
  • 승인 2006.12.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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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만난 곳

플라톤은 자신의 교실 입구에 “기학학을 모르는 사람은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써 붙여놓았고, 갈릴레이는 “자연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다”고 말했다. 자연과학은 우리가 자연에서 만나는 감각적 대상들에 대한 개념들을 논리적이고 인과적인 관계로 재구성한 통일성의 체계이다. 이때 과학자들은 선험적 진실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공리(公理)를 사용하여 체계화된 수학적 언어를 사용하여 자연과 우주를 표현한다.

자연 과학은 특정 범위의 자연을 관찰·실험(①)하고 이 결과를 수리적 개념과 원리를 사용하여 보편적인 법칙성(②)을 정립한 후, 다시 이 법칙으로 자연 현상을 예측(③)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①에서 ②의 과정은 귀납의 과정이고 ②에서 ③으로의 과정은 연역의 과정이다. 과학은 이 두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자신의 통일성을 구축하고 입증해 간다.
뉴턴(I. Newton 1642~1727)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역학 체계를 만들어 냈고, 오늘날까지도 그 내용이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과학 교과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300년 동안 절대 권력을 누리던 뉴턴은 1905년 아인슈타인(A. Einstein 1879~1955)을 만나게 된다. 이후 뉴턴은 자신의 권좌를 빼앗기고 무장해제를 당한 후 왕궁에서 쫓겨났지만 다행히도 작은 관직을 얻어 굶어 죽는 것은 면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왕은 상대성이론으로 무장한 아인슈타인인가? 아니다. 슬프게도 아인슈타인 역시 짧은 영광을 누리고 자신의 생물학적 죽음이 오기 전에 쫓겨났다. 그것도 처절히 자신의 정당성을 계속 고집하면서…….

오늘은 수리논술을 준비하는 우리 학생들과 함께 300년 철권통치의 제왕 뉴턴이 아인슈타인을 만났던 곳으로 시간 여행을 가보고자 한다. 1916년에 아인슈타인이 직접 자신의 상대성 이론을 쉽게 풀어 쓴 책인 『상대성(Relativity)』의 일부를 실제 논술 문제처럼 고쳐 쓴 필자의 타임머신을 타고 가야함을 용서 바란다. 이 타임머신의 연료는 ‘개념과 원리’이다. 하지만 요즈음 TV에서, 고구려를 세우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주몽보다 훨씬 더 큰 흥미진진함(?)이 숨어 있다고 감히 약속드린다.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제시문(가)
질량 m이 좌표계 K를 기준으로 등속 직선 운동을 하고 있다면, 이 질량은 두 번째 좌표계 K'을 기준으로 해서도 등속 직선 운동 중일 것이다.
단, 이 경우 좌표계 K'은 좌표계 K에 대해 등속 병진 운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

제시문(나)
좌표계 K'가 좌표계 K를 기준으로 등속으로 운동하고 또한 회전하지 않는 좌표계라면, K를 기준으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은 똑같은 일반적인 법칙에 따라 K'를 기준으로 해서도 일어나게 된다. 이를 (제한된 의미의)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라고 한다. 모든 자연 현상이 뉴턴 역학에 의해 표현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한, 이 상대성 원리가 성립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제시문(다)
철로를 따라 기차가 속도 v로 등속 병진 운동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이 기차 내에서 속도 w를 가지고 기차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 사람이 1초 동안 이동한 거리를 기차 밖의 철로 둑과 같이 고정된 곳을 기준으로 보면 v+w가 된다. 이것이 뉴턴역학에서 사용되는 속도 합산에 대한 정리이다.
제시문(라)
물리학에서 텅 빈 우주 공간을 전파하는 빛에 대한 법칙보다도 더 간단한 법칙은 거의 없다. 빛은 c=300,000km/s의 속도로 일직선으로 전파한다.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드 시터(De Sitter)는 이중성(二重星, double stars)을 관측하다가 빛의 전파 속도는 그 빛을 방출하는 물체의 운동 속도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제시문(마)
진공의 기차둑을 따라 광선을 보내면 이 광선의 끝은 c의 속도로 전파하게 될 것이다. 기차는 c보다 훨씬 작은 v의 속도로 광선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제시문 (다)의 정리를 이용하여 열차를 기준으로 한 광선의 전파속도(w)를 구해보면, w=c-v가 된다.

논제(1)
좌표계 K'가 좌표계 K에 대해 등속 병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왜(제한된 의미의) 상대성 원리가 성립할 수 없는지 논하시오.

논제(2)
제시문 (라)와 (마)가 모순됨을 설명하시오.

논제(3)
과학의 발달에 있어, 이론과 실험(관측)의 상호관련성을 제시문들을 통해 설명하시오.

제시문(마)의 결과는 제시문(나)에서 주장했던 상대성 원리에 어긋난다. 왜냐하면 여타의 모든 자연의 일반 법칙과 마찬가지로 진공 중에서의 빛의 전파 법칙도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기차가 기준체일 때나 둑이 기준체일 때 어느 경우에서나 똑같이 성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만난 곳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독자는 다시 한 번 찬찬히 제시문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진공 중에서의 빛의 전파 법칙과 상대성 원리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가? 상대성 원리는 자연스럽고 단순하기 때문에 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전기 동력학적, 광학적 현상에 대한 로렌츠(H.A. Lorentz)의 이론적 탐색의 결과는 진공 중에서의 빛의 전파 법칙이 필연적임을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에 관한 물리적 개념을 해석해 본 결과 실제로 상대성 원리와 빛의 전파법칙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내었고, 또 이들 두 법칙에 계통적으로 충실하면도 논리적으로 튼튼한 이론을 만들어냈다. 이 이론을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라고 부른다.
▶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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