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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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 이천저널
  • 승인 2006.12.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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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는 뭘 쓸까?

『패치가 돌아왔어요!』스티븐 크롤 그린이 배리 고트 지음, 문길연 옮김 (주)뉴턴코리아(2003년)

아이에게 일기 쓰기를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엄마라면 아마도 알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은 대뜸 “뭘 쓰지?”라고 되묻는다. 대체로 오늘은 어제와 별 다를 것이 없고, 그래서 도대체 쓸 것이 없는 것이다. 방학 숙제로 일기 쓰기가 주어지면 아이에게 ‘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계획한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이와 비슷한 문제에 늘 부딪친다. 『패치가 돌아왔어요!』는 한번쯤 바로 그런 고민에 부딪쳐 본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책이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제니에게 월요일에 두 가지 일이 생긴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글짓기를 해오는 거다.” 글짓기를 어려워하는 제니는 우울해져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제니에게 엄마는 또 다른 뜻밖의 일을 알린다. “제니야, 패치가 없어졌어.”

엄마가 텅 빈 패치의 집을 손에 들고 있다. 이 책 첫 장에 나오는,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제니 곁에서, 파란 크레용을 갉고 있던 까만 점박이 기니피그, 패치가 없어진 것이다.
이 귀여운 기니피그 그림을 자세히 보려고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 곁으로 몰려왔다. 그래서 잠시 나는 책 읽기를 멈추고 그림을 모두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제니와 엄마는 침대 밑, 옷장 속, 온 집 안을 샅샅이 찾아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엄마가 제니에게 포스터를 붙여 보자고 한다.

“패치를 찾아 주세요” “패치를 보셨나요?” “잃어버림: 패치.......”
이런 문구와 함께 패치의 모습을 그린 포스터를 제니는 동네 곳곳에 붙이러 다닌다.
강아지 등에 포스터를 붙여놓은 그림을 보고는 아이들은 깔깔댔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베리 고트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유머가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포스터를 붙여 놓고 제니는 큰 기대를 했겠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실망스런 엄마의 대답을 들었다.

“어쩌면 좋니? 패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제니는 이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상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둑이 패치를 훔쳐서 달아난 것이라는 아이다운 상상이다.

패치를 훔친 그 도둑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고, 다시 기차를 타고, 그 도둑을 수상하게 여긴 누군가가 경찰에 전화한다. 붙잡힌 도둑은 감옥에 가게 되며 그래서 패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제니 품에 안기게 된다.
제니는 이런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리고는 그 그림들을 벽에 붙여 놓는다.
하지만 토요일에 제니의 상상과는 달리 이웃집 할아버지가 패치를 데리고 온다. 정원에서 놀고 있던 패치를 발견한 것이다. 그 날 밤, 방 안에 앉아 무릎 위에 패치를 올려놓고 즐거워하는 제니에게 엄마가 묻는다.

“글짓기 숙제로, 어떤 이야기를 쓸거니?”
힘없이 고개를 젓는 제니에게 엄마는 벽에 붙여놓은 ‘패치를 도둑맞는 그림’들을 가리킨다.
제니는 엄마의 말대로 그림에다 이야기를 써넣기 시작한다.

이 책을 다 읽어 주자, 1학년인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우리가 물건을 잃어버리면 잘 찾으라고 이 책을 읽어준 거지요?” 
아이들은 이렇게도 이해한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 경험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써도 좋은 글이 된다는 것을 늘 말해주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 없어 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하나의 좋은 글쓰기 예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길일행/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왔다. 방과 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엄마는 4학년』, 『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갱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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