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예고, 이천에서도 최고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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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예고, 이천에서도 최고로 만들자
  • 양원섭 기자
  • 승인 2006.12.14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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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도자 산업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

이천이 대한민국 도예의 중심이자 도예의 고장이라는 데에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천이 앞으로도 이런 지위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회의어린 시선이 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김문수 도지사의 도자기엑스포재단 해체 발언이다. 김문수 지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도자기엑스포의 방만한 운영을 질타하면서 “6년간 2250억 원을 투자했는데 해마다 경영 수지가 나빠지고 관람객 수도 줄고 있다”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것이 상징적인 사건이 되는 것은 바로 이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시행하는 도자비엔날레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들이, 넓게는 우리나라, 작게는 이천의, 산업으로서의 도자와 예술 문화로서의 도자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도자 특구인 이천은 이 도자를 어떻게 살려야 할 것인가? 우리는 너무도 광범위하고 복잡한 이 문제를 분석해 명쾌한 답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해답의 하나가 될 수 있는 도자 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이천의 도자 교육의 전모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지역 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그 지역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교육을 받아서, 그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면서 소득을 창출해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는 최초의 매듭이 교육의 연계성이다.

어려서 그 지역의 특별한 문화를 자주 접하고, 그것을 학교에서 배워 단계적으로 숙련도와 예술성을 높여가며 전문가로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이 단절되지 않고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천은 완전한가?

우선 그 교육의 중심에 도예의 고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도예고등학교라는 국내 유일의 특성화 고등학교가 있다. 그리고 도예 체험 학습장을 따로 두고 다양한 도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신둔 초등학교가 있다. 신둔면에는 350여 곳의 도자기 생산 업체가 밀집해 있는 도예촌이 있다. 또 지난해에는 설봉 중학교가 도예 특기자 육성 학교로 지정되어 도예 특기생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청강문화산업대학 도자디자인과도 이천에 있으니, 도자 교육에 관한 한 이천 지역은 형식상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완전한 연계 교육이 가능한 대한민국 유일의 도자 교육 도시다.

우리의 바람은 이 교육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이천의 도예가들이 이천을 기반으로 우리 도자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로 알리고, 그 명성이 이천 지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꿈은 실현될 수 있는가? 과연 도자 산업이 이천의 성장 동력으로 다시 한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과 관점을 가지고 이천의 도자 교육을 살펴본다.

도예 체험 학습장을 갖춘 , 신둔 초등학교

이 학교가 있는 신둔 지역은 도예와 관련된 전국 단위 사업체가 12.5%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34.2%가 도예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명실공히 이천을 넘어서 대한민국 도예 문화의 중심지다. 그만큼 도예 문화에 대한 잠재적 성장 요소와 지역적 장점이 큰 곳이다. 이런 문화적 토양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도예 체험 학습장이다. 이 체험장은 다른 학교에도 개방되어 2004년의 경우 5000여 명이 이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다양한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 단계별, 수준별 프로그램에 개개인의 특기 적성을 살리는 교육법까지 개발해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한편 도자 문화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런 환경은 자칫 ‘보여주기 위한’ 교육에 치울 칠 위험이 크다. 학생들이 내실 있는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 교육 당국은 행사 위주의 개방을 자제하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도예 특기자 육성 학교, 설봉 중학교

설봉 중학교는 경기도에서 유일한 도예 특기자 운영 학교다.

도예 분야에 특기가 있는 이천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해 특별한 사교육비 없이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과 이천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전기 가마와 전기 물레, 토련기 등의 시설을 들여 놓고 전문 강사와 교사가 수강료와 재료비를 받지 않고 무료로 가르친다는 것이 이 학교의 자랑이다. 역사는 짧지만 그 덕에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도 내고, 도자기 축제와 비엔날레에도 참가해 좋은 경험도 쌓고 있다.

그러나 설봉 중학교는 도예 특기자 육성 학교가 된 이유를 좀더 분명히 해야 한다. 단지 사교육을 받지 않고 특기를 신장할 수 있는 특기 적성 교육의 형태인지(요즘은 방과 후 학교라고 한다), 정말로 이미 초등학교에서 재능과 특기가 발현된 도예 특기자의 실력 배양을 위한 적극적인 의미의 특기자 교육인지를 말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더 할 말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시설은 물론 교육 시스템과 프로그램에서 좀더 전문화되어야 하고, 그것은 방과 후 학교 수준정도의 변칙적인 운영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가진 , 한국 도예 고등학교

한국도예고는 급성장하고 있다. 2:1의 경쟁률도 그렇고, 졸업생들의 진학률을 보아도 그렇다. 실기를 중시하는 입시 제도로 재능이 있는 우수한 학생들이 선발된 탓도 있지만 이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그렇게 녹녹치 않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면 산학 협동 프로그램, 직업 의식 함양 프로그램, 현장 직업 체험 프로그램, 해외 작가 워크숍, 해외 도자 산업 연수와 교류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시설은 대학을 능가할 정도고 실습 교육 역시 대학의 수준을 이미 넘어서 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말이다. 오히려 대학보다 수준이 높다보니 대학 진학 후에 긴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래서 연계 협약을 맺은 청강문화산업대학과 여주대에 상급반 조성을 건의해 현재 운영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천과의 관계다. 도예고의 입시 전형에는 특별 전형이 있다.

도예산업 경영자나 종사자의 자녀들을 정원에 20% 정도 우선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특기와 목적 의식을 가진 이천 지역의 학생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학교측의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천에서 도예고는 단순히 실업계 학교의 하나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결국은 미래 이천의 도예 문화와 산업을 짊어지고 갈 사람들이란 점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그만한 교육 투자, 곧 타 학교를 능가하는 장학 제도와 그 이상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이천시와 도예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야만 도예고가 이천에서도 최고의 학교가 될 수 있고, 거기에 이천 도자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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