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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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6.11.0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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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나 싶더니, 단풍 구경 한번 해보기도 전에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어릴 적 학교에선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불조심에 관한 포스터나 글짓기가 숙제로 내어지곤 했던 생각이 난다.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불조심.

우리의 부주의를 상기시키려는 듯, 지난 3일 부발읍 효양고등학교 주변에서 불이 나 자칫 큰 화재로 번질 뻔한 사건이 있었다.

효양고등학교 운동장 옆 인삼밭 근처에서 원인모를 불이 난 것을 발견한 선생님들과 학생 2명은 소화기를 챙겨 양동이와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들고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갔다. 일단 소화기로 진압했다고 안심한 순간, 쌓아놓은 들깨 떼에 붙은 잔불이 다시 살아나는 일이 3차례나 반복돼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며 남은 불을 끄는데 진땀을 뺐다.

더욱이 화재가 난 현장에는 불이 옮겨 붙기 쉬운 가건물과 가구 조각들이 있어 자칫 인근의 인삼밭으로 불이 번질 뻔한 것.

작은 불씨였지만, 작은 바람에도 다시 살아나는 들깨 떼에 남았던 잔불처럼 그냥 두었다면 바로 옆의 인삼밭 주인은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 뻔했다.

누구의 밭인지 모르지만 소중한 농작물을 가꾸는 지역농민의 삶의 터전일 터, 선생님과 학생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고.

물론, 누구라도 이런 현장을 목격했다면 이들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들의 선행이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워주듯,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사랑의 마음도 돌아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작은 미담이지만, 작기에 더 잔잔한 감동으로 스며들어 초겨울 입동 추위를 녹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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