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농심(農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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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농심(農心)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6.08.0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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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부발읍 신하리에서 열린 노지 첫 벼베기 행사에는 경기도지사의 방문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우리 지역의 우리 쌀을 홍보하는 목적이니 만큼, 중앙지부터 방송사 등 많은 취재진들이 몰릴수록 홍보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해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

그러나 기사를 위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다 자란 농작물을 망쳐 놓는다면 ‘홍보가 목적이니’ 하며 너그러이 이해해야 하는 걸까.

이날 각 인사들이 벼를 베어 한아름 안아들은 사진을 찍느라 2~30여 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논으로 몰려 들어가 그 주변의 벼들은 모두 발아래 짓밟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어 이를 본 한 농민은 “기자들이 농심(農心)을 짓밟아도 되냐”며 애써 가꾼 농작물이 망가지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언성을 높였다.

모두들 아랑곳 하지 않고 연신 사진 찍기에만 급급한 와중 한 기자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이해하시죠”라며 정중히 한마디. 하지만 같은 기자 입장에서 솔직히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뛰는 기자들의 노고를 이 한 예로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다.

다만, 한 컷의 좋은 사진, 좋은 기사를 위해 우리가 수고하는 만큼 취재원인 그들의 심정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라면, 하고 바랄뿐이다.

조금만 신경 쓴다면 우리의 양식인 누렇게 익은 벼들 사이를 밟지 않고도 지나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홍보를 목적으로 행사를 벌이지만 이런 무질서한 모습보다는 마음이 담긴 자연스런 사진 한 장이 더 큰 홍보효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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