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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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 박석호 기자
  • 승인 2006.06.28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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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초교의 놀라운 변화에 교육관계자들 힘찬 박수

가야금, 태권도 등 16개 특기 적성프로그램 운영
외지 전학 등 3년 만에 학생수 두 배 이상 늘어

   
▲ 도암 초등학교

16개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육특성화에 노력한 도암초등학교가 학생들의 특기 신장은 물론 학력 향상, 학부모 사교육비 절감 등 많은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신둔면 도암초등학교(교장 안창련)에서 경기도교육청 지정 교육정책 연구학교 운영보고회가 열렸다. ‘교육특성화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소규모학교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보고회는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을 비롯해 경기도 교육청 김성수 장학관, 경기도 교육정보연구원 전세훈 교육연구부장, 김재만 이천교육청 교육장 등 교육관계자와 유승우 시장, 김동일 총동문회장, 서종원 발전협의회장, 지정배 운영위원장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영어, 수학 등의 수업 참관에 이어 영어연극, 사자소학, 가야금의 교육특성화 프로그램 발표회를 거쳐 진행된 보고회에서 안창련 교장은 “2003년 연구학교로 지정된 뒤 학교 실정에 맞는 운영모델을 선정하고, 어학실, 피아노실 같은 시설과 환경을 조성한 뒤 공개경쟁을 통한 강사 채용, 교사 및 학부모 연수 등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규 교과시간에 운영된 중점 필수 프로그램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영어는 매일 영어 방송을 하고, 원어민 교사를 활용해 수준별 반 편성에 순환식 수업을 했다.
인근 도립서당의 훈장을 초빙해 효 실천 예절교육이 포함된 서당식 한자교육으로 사자소학을 가르쳤다.

수학은 필수 부분을 뽑아내 가르치고 부진아동을 별도 지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밖에 교과 시간 후 운영되는 개인선택 프로그램에선 저, 중, 고학년으로 나눠 시간을 편성하고, 가야금, 주산, 태권도, 국악(단소, 사물놀이), 종이접기, 컴퓨터, 피아노, 영어, 과학, 바둑, 미술, 로봇과학과 1대1 개인 레슨 형식의 멘토프로그램으로 바이올린과 플룻반을 운영했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영어동화책 읽기대회, 한자 경시대회 같은 외부 출전과 도자체험, 가족캠프 같은 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며, 컴퓨터 등의 평생교육과도 연결됐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결과 영어 활용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가 드러났다. 학생과 교사 및 학부모 모두 다양한 행사와 체험활동을 통해 올바른 인성이 길러졌다고 평가했으며, 학생들의 대외 수상 실적이 2배로 늘어났다.
즐거운 학교, 실력 있는 학교로 발전한 결과 학생 수가 차츰 늘어나기 시작해 사업 시작년도인 2003년 9월 1일 146명이던 학생이 2005년 3월 1일 232명에서 2006년 6월 1일 현재 358명으로 배 이상이 늘어나는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났다.

김성수 장학관은 “배 이상의 학생 수 증가 가운데 자연 증가분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수의 학생이 학교가 좋아서 전학 온 게 사실로 드러날 정도로 교육특성화 프로그램을 위한 시설이나 운영이 매우 훌륭하다”며 교사들의 수고를 격려했다.

김재만 교육장 또한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2007년 2월로 사업이 끝나는 만큼 운영비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훌륭한 시설을 활용한 지역 문화센터로서의 기능 강화와 교직원들의 업무를 덜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일 총동문회장은 “도암초교의 이같은 변화와 발전은 4년간 총 6억원이 넘는 도 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원동력으로 교과와 교재 연구 등 헌신적인 교사들의 열의와 지역사회의 관심, 학부모들의 동참이 어울려 이뤄낸 자랑스런 결과”라며 이같은 성과가 지속되도록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소규모 농촌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한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정책 연구학교 지정 사업은 이천 지역에선 도암초교와 대서초교, 나래초교와 백사중학교가 시행 중이다.

 

TV에서 보는 순간 저 학교다 싶었어요
자녀 교육 위해 전학시킨 학부모 손형원 씨

   
▲ 도암초 학부모 손형원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무척 즐거워해요.”
5학년 2반 조은주 양의 어머니 손형원(42세) 씨의 첫마디였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따로 있을까. 1년 전까지만 해도 의왕시에 거주하던 손형원 씨네 가족과 이천은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TV 프로그램(‘VJ특공대’)에 소개되는 활기찬 농촌학교를 보던 그들 부부는 “왠지 저 학교에 가면 우리 아이들이 달라질 것 같아. 한번 가보자”고 동의하게 된다.

이틀 뒤 도암초등학교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는 더욱 결심을 굳힌다. 다행히 집까지 바로 처분돼 한 달 만에 이천으로 이사 올 수 있었다.

“무슨 대단한 치맛바람 그런 거 아니에요. 지금 중1인 큰딸 은혜가 너무 의무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지요. 뭐라 자기주장도 잘 않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 애를 위해 대안학교라도 보낼까 싶은 상태였거든요.”

인테리어 쪽 사업을 하는 남편 조선현(49세) 씨는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불편이 따랐지만 그들 부부는 곧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정규 수업이 끝난 후 학원을 가기 위해 따로 신경 쓸 일이 없어진데다 16가지나 되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골라가며 참여하는 즐거움이 따랐다. 통학버스가 운행돼 도시에서처럼 학교 앞 문구점의 게임기에 시간을 뺏기거나 자칫 불량식품을 먹게 되는 따위 등하교길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영어와 가야금 등 좋아하는 걸 즐겁게 배우며 전인교육에 열성적인 선생님들과 사이좋은 친구들 속에서 은혜의 모습은 놀랍게 변화했다. 

“이젠 그만 좀 하라고 할 정도로 표현도 잘하고, 활달해졌어요. 주위에선 어디 웅변학원 보낸 거 아니냐고 할 정도지요. 그런 그 애의 변화를 보고 오빠네 아이들(손현준 3학년, 손민아 5학년)까지 전학 오게 됐고요.”

조카인 현준이는 무척 차분해지고 의젓해졌다. 서울에선 나무에 오르거나 웅덩이 물을 첨벙거리는 게 지능이 낮거나 별난 행동으로 비춰져 제지됐다. 매미의 생태가 궁금해 직접 관찰하고 싶은 욕구도, 신발이 젖더라도 한바탕 장난하고 싶은 장난기도 이해받지 못했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의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커지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 여유를 갖게 되고, 공부의 재미를 알아서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참 이리로 오길 잘 했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마을(대신 푸른마을 아파트) 주위에도 자신처럼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사 온 사람들이 제법 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도암초교 학생들에게 ‘종이접기’ 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요즘이 버찌와 오디가 나는 철인가 봐요. 그런 걸 따먹고 입술이 퍼래가지고 신나서 들어오거나, 옷이 다 젖도록 비를 흠뻑 맞으며 축구를 하고 들어 올 때의 그 즐겁고 뿌듯한 표정이 저를 마냥 행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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