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늘들이 쏟아지듯 투신하고
머리와 꼬리 다 뜯겨나간
창백한 몸뚱이가 뭉개질 때
생각보다 질긴 여름이 가고
또 여름이 온다.
해가 져도 눕지 못하는 노을은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흐릿한 집어등을 밝히고
비릿한 몸이
마파람 위에서 그루잠을 자는
치명적인 여름이다.
새벽 부둣가 언저리에서 조차
꽃이 피고 비가 내리고
달이 지고,
그렇게 순서를 바꿔가며
꽃송이 하나
마른 바다 위로 자맥질을 한다.
여름 바다는
쓰디쓴 주먹을 쥐고
안간힘을 다해도,
바람길 따라 어디에도
꿈 하나 보이지 않았다.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