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했던 과거는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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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했던 과거는 잊지 말아야
  • 용석
  • 승인 2009.12.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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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쟁 전후세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얘기가 6·25 전쟁 얘기라고 한다. 전쟁의 참상을 듣기 싫어하는 게 아니고 먹을 게 없어 고생했다는 얘길 싫어한다는 것이다. 6․25 전쟁 후 196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 동안 미국의 구호물자에 의존해 살았다는 얘기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 중의 주먹밥은 그래도 양반이라고 한다. 미군부대 구정물통을 뒤져 건져낸 건더기를 끓여 먹었던 것이 부대찌개의 원조라는 것이다. 해마다 겪는 봄철의 보릿고개 말고도 양식이 귀했다.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어보는 것이 더 바랄 수 없는 소원이었다. 그 무렵에 없는 사람들의 목숨 잇게 한 것이 미국의 양곡원조였다. 자국의 양곡 수급 상 태평양에 버려야 할 밀이나 밀가루를 원조물자로 보내온 것이다. 그냥 주어도 가져올 힘이 없어 실어다 주곤 했다. 원조물자 또는 구호물자라고 했던 미국 물자는 양곡 말고도  옷가지에서 과자류까지 갖가지였다. 우리가 이 같은 가난을 털어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 들어서다.

  우리나라가 얼마 전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이젠 원조를 하는 시혜국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 온 헬젠 클라크 UNDP 총재는 20세기와 금세기를 통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신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근면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한 슬기로운 발전 전략, 놀라운 기술 학습력이 오늘과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이적인 발전 스토리를 교훈 모델로 전 세계에 파급시키겠다고 했다.

  전후세대들이 찌든 가난 속에 살았던 전전세대의 얘길 듣기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행했던 과거는 발전의 주춧돌이 될 수밖에 없다. 불행했던 과거를 잊는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시인/수필가 김병연(金棅淵)

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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