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혼인을 만드는 곳 - 가인(佳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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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혼인을 만드는 곳 - 가인(佳姻)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8.08.14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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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결혼 재촉에 집에 가기 싫고, 명절 때 친척 보기가 겁난다.’ 이 말이 가슴에 와 꽂히는 시기. 나이 꽉 찬 싱글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명절,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요즘, 당당히 나의 반쪽을 찾아 ‘가인’의 문을 노크해 보는 건 어떨까.

증포동 보건소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결혼정보회사 ‘가인’. 아름다울 가, 혼인 인, ‘아름다운 혼인’이란 뜻을 담고 있다. 예쁘고 인상적인 이름에 끌려 무작정 취재요청을 하고 찾아간 그곳에서 뜻밖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인’의 대표가 다름 아닌 김관석(65) 전 자원봉사센터 소장이었던 것.

김관석 대표는 지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이천시자원봉사센터에 몸을 담아왔던 인물로 이천시자원봉사계의 ‘대모’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반가움도 잠시, 김관석 대표의 휴대폰에는 ‘사람 좀 소개시켜 달라’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번듯한 결혼정보회사인 만큼 회원가입을 하고 가입비를 내야 하는 절차가 필수이건만, 이렇듯 김 대표에게 직접 전화로 부탁하는 지인들이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털털하고,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김 대표의 오지랖 넓은 성격에 가입비 받고 사람을 소개한다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가입비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김 대표는 “난 사업가로는 성공 못할 것 같아”라며 호탕하게 웃는다.오랜 사회생활로 인맥이 두터운 김 대표는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는 성격에 좋은 사람들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을 해보는 건 어떠냐”는 주위사람들의 권유로 지난 2007년 3월 ‘가인’의 문을 열게 됐다.

“평소 길가에 나붙어 있는 결혼정보회사 현수막들을 보면 모두 사기꾼들인 것만 같아 처음엔 많이 망설였어요. 그래서 ‘국제결혼은 말고 국내결혼만 전문으로 해보자’ 하고 시작했죠. 그런데 1년 남짓 지내다보니 농촌에 시집오려는 처녀들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우리지역 농촌총각들의 현실에 국제결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평소 결혼정보회사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졌던 김 대표는 그래서 더욱 신뢰를 주고 정직하게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이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그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인다.‘가인’의 문을 열고 지난 1년여 간 김 대표는 국제결혼 1건, 국내결혼 1건을 성사시켰다. 회원비도 받지 않고 알음알음 중매쟁이 노릇을 하니 당연히 회원 수를 헤아리기도 애매하다.

정 많고 털털하기로 소문난 김 대표. 그러나 결혼을 중매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냉정해진다. 재혼이든 초혼이든 조금이라도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회원에게는 가차 없는 쓴 소리로 소개를 거절하는 것.

“국제결혼의 경우, 신부가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다 해도 자신이 살아야 할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이해시킨 후 데려와야 잘 살 수 있어요. 결혼만 성사시킬 목적으로 대충 데려온다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겠죠. 또 재혼의 경우 전 배우자에게서 얻지 못한 것을 채우려는 보상심리를 갖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조건도 중요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우선돼야죠.”

가장 소중한 만남인 만큼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김 대표의 소신이 엿보인다.
딸을 출가시키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아들을 두고 있는 김 대표는 회원 한사람 한사람을 자식 같은 마음으로 대한다.

“지난해에 한쌍이 국제결혼을 했어요. 노총각 딱지를 뗀 총각도 총각이지만 좋아하는 부모들을 보니 신이 나고 보람도 느껴지더군요. 우리 농촌이 정말 어렵잖아요. 그런데 더 서러운 것은 농촌으로 시집오려는 처녀들이 없어 총각들은 장가도 못 간다는 사실이죠. 농촌에서 의지를 갖고 일하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조금이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쁠 뿐입니다.”

지난날 이천시자원봉사자들의 대모 김관석 대표. 예순을 넘긴 나이에 ‘커플매니저’로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그의 당당함이 아름답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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