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일하는 게 젊게 사는 비결”
황혼의 나이에 주유소 총잡이로 새로운 삶우리 같은 노인들을 안 써줘서 그렇지 젊은이들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답니다. 써주기만 한다면 100세까지도 거뜬히 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일할 곳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관고동 설봉공원 삼거리 3번국도변에 위치한 동신주유소의 ‘스마일맨 4인방’. 송진무(80), 이상천(72), 신현대(68), 임원래(52)씨가 그 주인공이다. 평균 나이 68세,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이들 4인방은 주유소를 찾는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최고의 인기를 올리고 있다.
최근 날로 치솟는 기름 값 때문에 매출감소로 고전을 겪는 주유소가 대부분인 가운데 이들 ‘4인방’이 근무하는 동신주유소엔 연실 들어오는 차량들로 줄을 잇는다. 구수하면서도 넉넉한 미소로 맞이하는 이들의 친절함에 동신주유소를 찾는 손님들 중 80%이상이 단골이란다.차량이 들어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반갑게 인사하며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4인방. 뭐라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데, 모자와 함께 갖춰 입은 빨간색 유니폼이 꽤 멋지게 어울린다.
“우리 재동이 어디 있냐? 이리 와서 재롱 좀 부려봐~” 4인방 중 막내인 임원래(52) 반장을 찾는 신현대(68) 반장의 목소리다. (이곳에선 주유원들 모두 연세가 있으신지라 ‘반장님’으로 통한다)“얘가 막낸데 아주 웃기기도 잘하고 재미있는 말도 잘해 손님들도 좋아해요. 그래서 재롱동이를 줄여 재동이라 부르지.”차량이 뜸한 사이 커피 한잔을 나누며, 나란히 마주 앉아 즐기는 잠깐의 휴식시간. 희끗희끗 반백의 나이도 이곳에선 좀처럼 아이 취급인데, ‘재동이’ 임 반장도 전혀 싫은 내색이 아니다.
또 4인방 중 나이는 가장 많지만 경력으론 가장 신참인 송진무(80) 반장. 팔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장한 체격에 활동적인 성격의 송 반장은 젊었을 때 고속버스를 몰며 전국을 돌던 멋쟁이였다. 그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매사가 즐겁다”며 “즐겁게 일하는 게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아직 건강한데 집에서 쉬면 뭐해요. 우리 같은 노인들을 안 써줘서 그렇지 젊은이들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답니다. 소장님이 써주기만 한다면 100세까지도 거뜬히 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하하).”
이쯤 되자 이런 노인분들을 주유원으로 채용한 ‘특이한(?)마인드’를 가진 사장님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4년 전, 형이 우연히 동네 기원에서 만났다며 한 노인을 추천하더라고요. 연세는 좀 많지만 성실하게 잘 하실 것 같다면서요. 그 이후 점차 자연스럽게 (주유원들을)노인분들로 교체하게 됐죠.”
현재 4인방 중 최고참인 이상천(72) 부장과의 인연을 얘기하는 동신주유소 임규백 소장. 그는 연세 많으신 주유원들께 ‘사장님’이라 불리는 게 민망해 ‘소장’으로 호칭을 대신한단다. 그러면서 10년의 주유소 경영 중 지금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덧붙인다. “젊은이들보다 이직율도 낮고, 성실하고, 아무튼 절대 뒤떨어지는 것이 한 가지도 없어요. 특히 손님들 반응이 더 좋습니다.”
이렇듯 임 소장과의 인연으로 지금의 동신주유소 노인주유원의 원조가 된 이상천 부장은 주로 세차 업무를 소관하고 있다.자동세차기계를 작동하고, 이어 세차를 마치고 나온 차량을 마른 걸레로 닦아 주는데, 이 때 운전자들은 얼른 내려 함께 차를 닦는다. 이런 모습 또한 동신주유소만의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부모님같은 분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늘 볼 때마다 자극이 됩니다. 함께 차를 닦지만 전혀 불편하다거나 하지 않아요. 오히려 배우고 가는 게 더 많죠.” 동신주유소 단골손님인 한 청년의 말이다.
이런 손님들의 반응이 가장 뿌듯하다는 임규백 소장.
“행여 비라도 오는 날이면 미끄러져 다치시기라도 할까봐 ‘천천히 천천히’를 강조하지만 바쁘게 뛰어다니시는 모습을 보면 열심히 일하시는 반장님들께 늘 고마운 마음이죠. 그저 건강하시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임 소장은 손님에게 제공하는 각종 사은품을 줄이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는 영업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인근 시내권 주유소에 비해 30~50원 가량이 저렴하지만 단골손님이 많은 비결은 단연 이들 ‘4인방’ 덕분이라고 자랑한다.황혼의 나이에 일터에서 힘차게 희망을 닦아내고 있는 이들 4인방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삶의 여정을 드러내듯 굵게 패인 주름사이로 넉넉한 미소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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