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회,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만, 쌀은 허용
‘이천사랑 지역상품권’이 발행도 되기 전에 시의회와 농협이 가맹점에 농협 하나로마트를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나서 이천시와 상인회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 지역상품권 샘플 | ||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일 위탁판매처로 이천신협과 농협 이천시지부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농협이 지역상품권의 통용범위(가맹점)에 농협 하나로마트를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며, 이후 22일 이와 관련해 김태일 시의회 의장이 직접 관련 부서 담당자에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활용범위가 넓어야 지역상품권이 활성화 되지 않겠냐”며 하나로마트를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이천상인연합회는 24일 긴급회의를 거쳐, 소상공인 및 재래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활력이 넘치는 지역경제와 지역자금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자 발행하는 지역상품권이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통용된다면 상품권의 50% 가까이 하나로마트로 빠져나가 소상공인과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상인연합회는 시의회와 농협의 입장을 고려해 하나로마트의 품목 중, 이천쌀에 한해서만 허가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입장.
하지만 상인 측 일부에선 “농협이 해도 너무한다. 위탁판매처로 상품권 발행에 20억 원에 가까운 예치금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도, 여기에다 하나로마트에서도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비판했다.
또 하나로마트 내에서 유통되는 지역농산물이 얼마나 되겠냐며 마트 수익금이 지역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또한 이천쌀만 통용을 허가하더라도 계산대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산 소비자가 상품권을 이용할 때, 현금 따로 상품권 따로 계산하기란 불편이 많다는 지적이다.
상인 B씨는 “내가 알기론 이천쌀이 없어서 못판다고 하는데 농협과 지역 농민들이 소상인과 재래시장을 위해 양보해 줬으면 좋겠다”며, 지역상품권이 중앙통과 관고 재래시장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읍면 단위의 소 상점에도 가맹점을 넓혀나갈 것이므로 기본 취지를 명확히 할 것을 당부했다.
타 시군도 기본 취지보다 활용 편의에 맞춰
이렇듯 양측이 활용 편의와 기본 원칙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하며 의견을 절충하는 가운데 지역사랑 상품권을 이미 사용하는 타 시군의 경우 소비자의 요구로 대형 할인점까지 통용하고 있어 기본 취지에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도부터 지역상품권 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강원도 S시의 경우 지역민의 활용도가 높지만, 농협의 마트뿐만 아니라 대형 할인점인 홈플러스까지 활용이 가능해 기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S시 지역상품권 담당자는 “농협의 협조 없이는 힘들다. 농협 마트의 상품이 지역의 생산품이 아닌 것도 알고 있다. 반면에 농협을 제외한다면 유통과 활용도는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할인점인 홈플러스까지 개방한 것은 소비자 민원이 지속되어 어쩔 수 없이 개방했다”며 머쓱해 했다.
경남의 K시도 2006년부터 지역상품권을 발행하지만 40% 정도가 수협 마트와 대형마트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에 K시는 수협 마트와 대형마트를 배제할 것을 검토 중이지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당분간은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K시 담당자도 “우리 시의 경우 지역 기업체인 대우조선이 총 발행 상품권에 80%를 소비하고 있어, 업체 측의 요구로 대형 마트까지 통용을 허가했다”며 현재 소비층이 한 개 기업체에 편향되어 어쩔 수 없지만 향후 그 범위가 줄어들 경우에는 기본 취지에 맞게 수협 마트와 대형할인점을 배제할 계획이란다.
애향심 보다는 제도적 개선책도 모색
그렇다면 농협 하나로마트는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재래시장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지역상품권의 유통범위에 들려면 농협은 하나로마트가 지역의 농산물을 얼마나 판매하고 있는지 또 수익이 얼마나 농민들에게 가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시의회 의원으로서 읍면의 농협과 농민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실제 지역 상품권이 소비되는 지역이 시내 중심에 편중될 것으로 본다면 무조건 반기기에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상인회 측도 시내 중심상권을 떠나 읍면단위에 소상점까지 가맹점을 넓혀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도 지역 경제를 위해 최소한의 불편을 감내할 것이다.
여기서 시의회는 양측의 입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상품권이 소상공인 및 재래시장을 살리는 원칙에 벗어나 있거나, 제한된 사용이 소비자들의 불편을 야기한다면 이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상품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될 것이다.
시민들의 애향심을 담보로만 지역상품권을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 시민들의 애향심은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상인들의 자구적인 노력이 함께 수반될 때 더 힘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