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분뇨 냄새와 고기의 맛
상태바
축산 분뇨 냄새와 고기의 맛
  • 정종국 대한양돈협회 부회장
  • 승인 2007.08.16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앞으로 10년간 계속적으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이 말은 축산물의 생산비가 오르므로 높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으며, 곡물전쟁 즉 축산물 전쟁이 시작된다는 선포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 경쟁에 나선 세계가 옥수수 등의 곡물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여기고 있으며, 현재 남미 등의 국가에서는 자동차 연료의 50%를 바이오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근래에 돼지고기 가격이 배 이상으로 인상되어 중국 정부가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중국 국민이 소비하는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국가의 경제가 좋아지면서 2~3배의 소비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한다면 아마도 조만간 우리나라도 정육점 앞에서 예약을 하던가, 선불을 주어야 고기 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든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에 미국산 쇠고기 판매 마트에 육류 구입자와 우리농민의 실랑이가 벌어진 장면을 보게 되었다. 어느 쪽이나 자신의 할 말은 있겠지만, 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지금 당장은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이로 인해 우리나라 축산 농민들의 생산 구조가 무너지면 10년 후 미국산 쇠고기, 돼지고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 축산물 무기화 내지는 가격 횡포가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밀가루 가격을 인상한다고 우리가 다시 밀농사를 짓겠는가? 이런 전례로 보아 축산업을 떠나버린 농민들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 축산을 부흥시켜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맛있는 육류를 제공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아마 냄새나고 힘든 산업에 다시 뛰어들 농민은 절대 없다.


바라건대 우리 소비자들은 식당에서 삼겹살 구이를 드실 때 적어도 “아줌마! 이 삼겹살이 국내산인가요? 이천 돼지고기 맞나요? 어느 농장 돼지고기입니까?” 정도의 언급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렇게 소비자가 우리 것을 아끼고 구입해 줄 때 축산업이 유지가 되고, 수입산과 경쟁해 이겨나갈 때 미래에도 안전하게 우리 입맛에 맞는 고기를 공급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시대, 국제화 시대라 하지만 정말로 똑똑한 국민은 자기나라, 자기민족을 위한다는 것. 결국은 민족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이 있어 내가 일하고 있는 농장에 들러서 “아휴~ 냄새나서 숨도 못쉬겠네”하며 불평을 했다. 그러다 점심때가 되어 돼지고기 구이로 식사 대접을 하였더니 “음 바로 이 맛이야! 돼지고기 맛이 죽이네”하며 맛있게 드리고 가셨다. 진주가 조개의 고통의 산물이듯이 냄새나는 축산업이 있기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우리를 살맛나게 한다고 본다.
유럽의 선진 국민들은 축산농가의 냄새를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있다. 전에 네덜란드를 방문 했을 때 내가 묶는 호텔 밖에서 가축분뇨 냄새가 나기에 살펴보았더니 축산농가가 가축 분뇨를 살포하고 있었다.


호텔 지배인에게 내 코를 가리며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하였더니 키 큰 지배인 왈 자신의 양손을 벌려서 어깨를 우쭐하며 무엇이 어떠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문제제기를 한 내가 민망해진 것이다. 가이드가 말하기를 이 나라는 어린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농장 탐방 등의 방법으로 가축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해 가축 분뇨 냄새 정도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국민소득 5만 달러, 나라도 먹거리만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농축산인에게 애정으로 대할 때 우리 식단을 안정되게 지킬 수 있다. 우리 시민들도 이제는 서로를 배려하는 이웃이 많아지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