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가장 원시적인 놀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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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가장 원시적인 놀이 문화
  • 길일행 동화작가
  • 승인 2007.08.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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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도미틸 드 비에나시스 글/
그웬달 블롱델 그림
백선희 옮김/ 펴낸곳 산하
음악은 어디에서 올까? 음악을 소재로 한 동화를 쓰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 나는 이 책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구체적인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그것을 무엇이라 설명한다 해도 본래의 느낌은 다 달아나 버리고 만 것 같은 그 음들을 가지고 이 책의 지은이는 어떻게 동화로 썼을까.
긴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지은이 도미틸 드 비에나시스는 프랑스 중세 음악 앙상블의 지휘자이며 음악치료사이다.
어린이들에게 음악의 신비한 세계를 알려주는 일에 관심이 많아 그녀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런 영향 탓인지 어느 날부터 말을 하지 않게 된 소녀, 샤를로트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딱딱한 달걀껍질 때문에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이 달걀 같다고 여기는 그런 샤를로트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척을 하는 것이다. 그런 사를로트가 그녀의 집 일층에 고양이랑 단둘이 살고 있는 늙은 피아니스트인 보엠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보엠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사람들이 신청한 곡을 연주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곡을 언제든지 연주할 있게 되어 행복해 한다. 낙천적이며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인 보엠 할아버지에게 이상하리만치  친밀감을 느낀 샤를로트는 매일 함께 산책을 나가게 된다. 보엠 할아버지는 공원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샤를로트에게 말로 표현해주기도 하고, 연인들이 벤치위에 앉아 속삭이는 말을 들으며 저 예쁜 소리는 말로 된 음악이며 어디에도 음악은 있다고 즐겁게 말한다.
보엠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만 있던 샤를로트는 공원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놀고 있는 아이들 속에서 음악을 찾아내고, 말이 생각에서 오는 것이라면 음악은 어디서 오는 건지, 누가 그런 음악을 만든 것인지 궁금해 한다.
샤를로트는 보엠 할아버지와 함께 나간 지하철역에서 연주를 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으로부터 그런 궁금증을 풀게 된다. 세상이 시작되기 이전 거대한 침묵이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온갖 음들이 소리 내어 침묵에게 답했던 것이 바로 음악이 생겨나게 된 이유인 것을 그리고 옛날 고대 중국에 있었던 ‘세상의 지붕’이라는 나라의 한 지혜로운 황제의 이야기 말이다.
이 황제는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악기마다 소리와 음을 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힘을 가진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함께 연주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황제는 ‘음악에는 공통된 규칙이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조화로운 화음의 비밀의 뭘까?’ 하는, 말하자면 샤를로트처럼 그런 궁금증을 갖은 이 황제가 오래전에 그 비밀을 찾았다는 아주 그럴듯한 재미있는 한 편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샤를로트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넓은 의미에서 음악이라는 것을 또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들에게도 차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샤를로트는 자신의 딱딱한 달걀껍질을 깨며 세상 밖으로 점차 발을 내 딛게 된다.
한때 무궁한 음악적 세계를 표현해 보고 싶었지만 접고 말았던 나는 이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식을 전달하려는 듯 설명적인 글이 되어버려서 마치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내가 쓰기는 어렵고 남의 글을 비판하는 것은 역시 쉬운 모양이다.
인간의 모든 문화를 근원적으로 놀이에서 찾은 호이징하는 원시적인 놀이의 형태에서 퇴색하거나 변질되지 않고,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문화는 음악뿐이라고 했다. 나는 누렇게 변색 돼버린 호이징하의 명저『호모루덴스』를 오랜 만에 꺼내들고 앉아 다시금 읽기 시작했다. 이 동화책으로 인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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