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의 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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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의 두드림
  • 안명숙 기자
  • 승인 2007.08.1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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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시합의 난타전처럼 마구 두드린다는 뜻의 난타, 그러나 요즘은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난타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를 주방이라는 친근한 소재에 담아 인기를 끌었다. 또한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를 서양의 공연 양식에 접목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실험적 무대라 할 수 있다. 

둥 둥 둥 둥둥  둥~
신둔면사무소에 도착하자 굳이 난타교실이 어디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됐다. 그 소리를 따라 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저녁시간이지만 여전히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10명의 수강생들이 강사를 중심으로 원형을 이룬 채 난타 연습에 여념이 없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고, 젊은이보다 장년층이 많다. 파란 드럼통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 드럼통은 드럼통을 북으로 개조한 것으로 재료를 구입해 강사와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집안에 하나 들여놓고 싶을 정도로 미적으로 손색이 없다.


   
막이 오른다.  공연이 시작됐다.  
강사와 수강생들이 하나로 어우려지는 한판, 드럼통을 치는 열정적인 모습은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락과 소리에 빠져 들어가 가슴이 덩달아 쿵쾅거리는 느낌이다.
흔히들 ‘난타’하면 무조건 두드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연상한다. 하지만 그 시끄러움 안에서 추임새와 함께 박자가 주는 세련된 장단과, 몸짓은 ‘말이 필요 없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굳이 대사가 없어도 공감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난타를 하면 따로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운동을 할 필요는 없을 정도로 온몸 운동이 되고  자기를 표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생각도 든다.
열정적인 시간이 지나고 잠시 휴식시간이 됐다. 이주영 자치위원장이 제공한 통닭과 수강생이 집에서 준비해 온 김치부침 등이 푸짐하다. 즐거운 대화가 시작된다.


이 수업에 총무인 은경씨는 “난타를 배우고 나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절대 우울증은 걸릴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2기 반장인 원승상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배워서 즐겁고 정신적인 피로를 날려 보내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배우다 보니까 개인 만족보다는 공연을 통해서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수강생들도 모두 한마음이다.


   
신둔면 평생학습 프로그램인 난타교실은 2005년 8월 개강을 하여 올해로 2년이 됐다. 지금은 1기와 2기가 함께 모여 배우고 있다.  2년 동안 강사와 수강생들은 실력을 쌓아 올해 들어 도자기축제, 승가원(장애시설), 여성의 날 등 행사 초청으로 많은 난타공연을 가졌다.
이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었다. 앞으로 할 일은 난타교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름을 만들고 공연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내년에는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갈 예정이다.


김민석 강사는 “사물놀이는 일반적으로 보편화되어 학교동아리나 문화센터, 평생학습센터, 그리고 단체활동 등을 통해서 많이 알려졌지만 난타는 창작물이기 때문에 활동이 드물다”며 “난타공연을 하면서 느낀 것은 주위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방법을 몰라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고 하면서 이 일을 통해서 난타를 널리 알리고 싶단다.


   
김민석 강사는 2001년 PMC 프로덕션(대표 송승환) 난타 오리지널 멤버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연극배우와 난타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 난타교실이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은 그의 난타사랑의 대한 열정이 한몫을 했다고 느껴진다.
조금 후 1기 반장인 하송요씨가 난타를 해보라면서 기초를 가르쳐준다. 하송요씨는 이름과 모습에서 도예가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처음이라 그런지 맘대로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하면 잘 될거라고 용기를 준다. 몸에 가락이 느껴진다. 더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단순하게 느꼈던 두드림은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권터 그라스의 작품 양철북에서 보면 더 이상 성장을 멈춘 주인공 오스카어는 입을 통한 발화를 멈추고 오직 북소리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했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두드리는 도깨비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흔히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난타는 두드림이라는 형식으로 개별언어가 다 하지 못하는 부분을 표현한 퍼포먼스이다.


난타는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난타’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문화 브랜드를 형성하여 그 부가가치가 실로 크고 넓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보고 경험하지는 못한 듯하다.
이천에서는 유일하게 공연을 통해서 조금씩 알려지게 된 신둔면 난타교실, 오는 10월에는 기초반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즐거움을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다음은 대공연장에서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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