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생태에서 배우는 꿀벌의 자연의 지혜
상태바
꿀벌의 생태에서 배우는 꿀벌의 자연의 지혜
  • .
  • 승인 2007.08.10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호공업고등학교 교사 목진유

   
꿈을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나게 되고 또 자신을 둘러싼 여러 환경들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저런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꿈은 꿈이다. 자신의 꿈을 직접 실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도중에 포기하거나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어릴 때의 꿈은 다소 허망한 공상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그 꿈이 변하기도 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글은 내가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것들을 학교의 교육 과정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직접 실천해본 기록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꿈이 장호원이라는 시골 학생들의 환경이나 정서와 반응하면서 그들의 꿈을 세우고 실천해가는 과정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터전이 바로 장호공업고등학교의 양봉 동아리다.


시골과 도시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꿈의 차이는 개인적인 성향도 물론 있겠으나 그보다는 어릴 적 경험, 학교생활과 가족 구성원간의 유기적 관련성, 생활공간의 형성과 변화 같은 환경의 지배를 더 크게 받는다. 그 중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인 경우 자연과 접하면서 형성된 체험들이 자신의 꿈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 양봉도 한 분야라고 본다.


내 꿈은 시기별로 달랐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양봉, 중학교 시절에는 과수원, 고교 시절에는 교사, 대학 시절에는 미용사와 공인중개사를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여러 부위에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 학창시절에 세 번이나 휴학을 하면서 한때는 졸업이 최고의 목표가 되기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학창 시절의 이런 시련들은 미래의 막연한 꿈보다는 현재를 중시하고 작지만 실현 가능한 꿈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내가 꿀벌에 쏟은 열정을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그 덕에 장호공업고등학교에 교사로 오기 10여 년 전에 미용사와 공인중개사를 직접 해보았으며, 학교에 근무하면서는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소규모지만 직접 길러 복숭아 과수원의 꿈도 실현해 보았다. 미용 동아리 반을 지도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경로당, 복지원, 시골 오지 등을 다니면서 미용 봉사 활동도 해보았으니 해보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해본 셈이었다. 문제는 양봉이었다.

양봉은 대학교 다닐 때 어느 방학 시기에 직접 양봉현장에 도시락을 싸들고 가서 배운 적이 있었지만 몇 번의 실패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의 필요성을 절감한 바 있었다. 결국 꿈을 위해 아쉽지만 미용 동아리 반을 접고 새롭게 양봉 동아리를 만들고야 말았다.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는 것은 남이 보았을 때는 사소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성취를 이뤄본 사람만이 그 즐거움을 안다. 미용은 접었지만 학교 근무하랴, 건강 때문에 중도에 포기했던 대학원을 다시 다니랴, 복숭아 밭 관리하랴, 거기에 양봉을 함께 하니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피곤하고 짜증이 날수록 오히려 꿀벌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매력적이고 재미가 있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나를 빠져들게 했다. 미치지 않고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처럼 학교 퇴근 후에는 거의 쉬는 날도 없이 양봉 일을 하고 밤에는 끊임없이 양봉 전문서적을 구입해 몇 번이고 읽고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협회와 연구회 모임에 참가했다. 또 인터넷을 통하여 최신 기술을 읽히고 양봉학회에 가입하여 그동안의 양봉 연구에 관한 연구물들을 접하는 대로 소화해 나갔다.


특히 꿀벌은 살아있는 곤충이기 때문에 한번 잘못되면 큰 타격이 올 수 있으나 전업농들이 하기 힘든 방법들에 대한 것을 여러 가지 가설을 가지고 생태적, 과학적, 친환경적, 경제적 접근방법에 접목시켜 연구를 하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벌통 위에 앉아 이런 저런 내용을 혼자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땅거미와 함께 내려오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체력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2005년, 큰 수술로 인하여 복숭아 과수원도 매각하고 양봉 규모도 많이 줄였다. 이제 이 모든 열정을 우리 학생들에게 넘겨줄 때가 온 것이다.

학생들의 꿀벌에 대한 관심을 높여라!
처음 양봉반에 가입하는 학생들은 꿀벌들이 좋아서 오는 학생들이 아니다. 대부분 자기가 호감을 갖은 선생님을 따라 동아리에 가입하기 때문에 꿀벌에는 관심이 적다. 오히려 꿀벌을 무서워하고 어떻게 하면 벌꿀을 먹어보느냐 에만 관심이 많다. 하지만 양봉장에 데려가서 꿀벌 관리에 대한 것을 직접 보여 주면 학생들의 사고는 쉽게 바뀌기 때문에 꿀벌 교육만큼은 현장 교육이 좋다.


이 시기부터 학생들은 많은 것들을 궁금해 하고 벌통 속에서 일어나는 꿀벌 무리의 활동, 꿀이 들어있는 벌집, 여왕, 암벌, 수벌의 크기와 역할 등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직접 관찰을 하면서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현장 견학을 통하여 몸소 체험을 해 보게 한 다음부터는 동아리 시간과 계발 활동 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양봉장으로 가자고 할 만큼 꿀벌에 관심이 크게 는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꿀벌의 공포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학생들에게 동아리 시간을 심리적인 부담을 주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느낌 그대로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새로운 현상을 접해 본다는 그 자체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지적 발달 과정에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양봉은 미용과 달리 학생들의 입장에서 당장 해 보고 싶다고 해서 꿀벌 관리를 실현하기는 여러 가지로 어렵다.
내가 초등학교 4학 때 계발 활동 시간에 꿀벌을 처음 접하면서 어른이 되어서 꿀벌 관리를 꼭 해 보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듯이 단 한명이라도 성장 후에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 지면 다른 일을 함께 하면서 부업이나 취미로 또는 시골 또는 전원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또 나이가 들어 고등학교 시절에 산속에서 꿀벌을 접한 기억을 더듬어 노년기에 체험을 통한 ‘그런 일도 있었지!’하면서 산속의 꿀벌 관리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의 그림을 한 면만 채워 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것이다.


교사에게는 전문성을, 학생들에게는 넓은 시야를
꿀벌은 곤충 중에서도 조직을 만들어 군집 생활을 한다. 늙어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지위와 역할에 따른 임무를 다한다. 이런 꿀벌들의 생태 습성은 학생들에게 정신적으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나는 믿는다. ‘배움’이라는 것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틀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또 평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양봉 교육은 그런 점에서 훌륭한 수업의 방식이 될 수 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은, 교사에게는 자기 계발에 더 한층 깊게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 학생에게는 자기실현을 위한 실천적이고 체험적 활동으로 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하는 데에 기여한다. 그리고 다양한 집단 속에서의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통해 지적 발달과 함께 심신의 발달에도 큰 역할을 한다. 이 장호공고 양봉 동아리가 학생들에게 평생에 남을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글, 사진:장호공업고등학교 교사 목진유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