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재발견(6) / 관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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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재발견(6) / 관고동
  • 양동민
  • 승인 2007.06.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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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시발점에서 도자 문화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인구- 10,497명(2007년 5월말 현재)
▶세대- 4,014가구
▶면적- 7.76 ㎢ (전 : 0.27㎢, 답 : 0.96 ㎢, 임야 : 4.60 ㎢, 기타 : 1.03 ㎢ )
▶주민편의시설
    세무서 : 1개소, 학교 : 3개소 (양정여자중학교, 양정여자종합고등학교, 다산고등학교)
▶기타 현황
    기업체(업체수 22개소, 종사원 929명), 의료시설 8개소, 자동차보유대수 3,800대,  국민기초생활보장(세대 157세대)

   
   

동네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개 그 동네의 유래를 짐작한다. 관고동(官庫洞)이란 동네의 이름은 쉽게 ‘관가의 창고가 있는 동네’로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관고동의 중심은 조선 후기에는 관후리(官後里)였으니, 그 뜻을 풀면 창전동에 있는 관아의 뒤쪽(서쪽) 마을이란 뜻이다. 그러다 일제 때 행정 구역 개편 때 관고리로 이름이 바뀌는데 이는 개편의 관행이나 목적으로 미루어 관후리와 인근의 사고전리가 합치면서 ‘관’자와 ‘고’자를 합자해 생긴 이름일 것이다. 사고(史庫)란 조선시대 때 역사에 관한 기록이나 중요한 서적을 보관하던 정부의 곳집을 말한다.    


자연스레 관고리은 관청을 끼고 있는 덕에 이천 읍내의 주무대가 되었으며,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렸고, 그 덕에 상권도 형성되었으리라. 그러다 1938년 읍내면이 이천읍으로 승격되면서 관고리와 사음리가 합쳐져 관고동으로 승격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설봉산을 따라 동쪽으로 뻗은 완사면에 위치한 관고동은 관내를 동서로 나누는 3번 국도를 기준으로 동남쪽은 옛 건물과 상권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가지로, 북서쪽은 이천의 이름을 드높이는 도예촌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관고동에는 두개의 서로 다른 문화적 시간대가 존재한다. 설봉공원의 등산로를 따라  설봉산에 오르다보면 그 관고동의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들어온다.

 

관고 재래시장 활성화로 구도심의 역할을 강화하고


옛 관후리 지역은 이천읍 승격과 함께 근대화의 터전으로 발전했다. 현재 관고동 사무소(구, 이천등기소 건물) 주변으로 들어선 고풍스런 ‘근대식’ 건물들은 모두 그 시절에 개발된 것들이다. 지금은 관아도 없어지고 겨우 경찰서 건물 일부가 남아 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그 앞에 형성된 관고 재래시장과 5일장은 아직도 과거의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게다가 1984년에 관고동에 있던 이천 터미널이 중리동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재래시장의 상권도 창전동 중앙로 문화의 거리로 밀려나고, 또 대형 유통점이나, 편의점 등이 증가하면서 재래시장의 경쟁력은 눈에 띠게 약화되고 있다.


관고동은 경지 면적이 관내 최하위로 도시화된 지역이다. 농가 인구가 10%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상업에 종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천시에서도 재래시장에 비가림 시설을 해주고 주변 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관고 재래시장 활성화 구역을 지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전히 힘겹겠지만 대형 유통 시장과 맞서 시설 현대화를 꾀한다면 주차와 서비스 등 여러 가지 불편함 때문에 돌아섰던 소비자들의 발길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구시가지와 재래시장을 따라 설봉산 턱밑까지 이어진 주거와 상가 지역을 벗어나 3번 국도를 건너면 사음동이 나온다. 사음동에는 신둔면 수광리와 함께 이천이 자랑하는 도예촌도 있지만 20여개의 일반 제조업체와 40여개의 도자업체가 밀집해 있다. 아직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있지만 사음동은 앞으로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은 자동차 제어장치를 생산하는 씨멘스 오토 모티브인데, 지난해 4월, 경기도가 ‘기업하기 좋은 도로 사업’의 일환으로 이 씨멘스 오토모티브 공장 진입 도로를 개설한 것이다. 이천시도 규제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하는 만큼 기업 유치는 탄력이 붙을 것이다.

 

세계 도자의 메카 설봉공원, 사기막골 도예촌


관고동 사람들은 모두 산을 하나씩 끼고 산다. 집안에서든 집밖에서든 이들은 수시로 천혜의 자연 경관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설봉산과 중리천이 관고동을 감싸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봉산은 험준하지 않아 오밀조밀한 운치가 더해 등산객이 사시사철 찾는 곳이다. 또한 70년에 저수지로 만들어진 설봉호수는 인근 주민들의 쉼터로 제공된다.


이처럼 설봉공원은 평상시 이천 시민들이 편히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매년 ‘이천 도자기 축제’와 ‘쌀 문화 축제’가 열리고, 또한 세계 도자기 비엔날레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이천의 도자 산업이라 하면 신둔면이 이름나 있지만 관고동도 설봉공원과 사기막골 도예촌이 있어 나름대로 유통과 홍보, 관광 측면에서 이천을 대표한다.


사음동 사기막골의 도예촌은 이천의 도예업체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전통 도자기의 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전통을 바탕으로 개성적인 예술성과 작품성을 추구하는 도예가들도 있다.


지난 달 27일에 폐막한 제4회 세계 도자 비엔날레에선 기존 행사장이 ‘설봉공원’에 국한된 것을 사기막골 도예촌까지 연결해 체험여행인 ‘사기막골 전통가마 불지피기 여행’이란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특히 이곳은 2005년 6월 도자특구로 지정돼 총 사업비 30억원을 투입해 사기막골 환경 개선 사업이 현재 추진 중이다.

 

재래 상권 부활과 도자 산업 육성이라는 두 날개


과거 관고동은 이천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근대화, 산업화를 거쳐 21세기를 맞은 관고동은 개발이 힘들고 쇠락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래시장, 도자산업 등 오랜 역사를 가지고 형성된 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킨다. 또한 그 속에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인지 관고동 주민들은 넉넉해 보인다.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태어나고 발전하고 성숙하고 또 쇠락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시의 탄생과 발전에만 관심이 있다. 쇠락하는 도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람은 한번 나면 한번 죽지만, 도시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 - 이천저널 624호 세계의 혁신 도시 ‘쇠락하는 도시들, 그러나 소통하는 도시들만이 부활한다’ 중에서


이제 관고동은 재래 상권 부활과 도자 산업 육성이라는 두 날개로 다시금 이천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날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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