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더딘 충효의 고장을 ‘상품’으로 만든 지혜
상태바
개발 더딘 충효의 고장을 ‘상품’으로 만든 지혜
  • 양원섭 기자
  • 승인 2007.06.16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천의 재발견(5) 율면

▶인구- 3113명(2007년 4월말 현재)
▶세대- 1318 가구
▶면적- 36.77 ㎢ (전 : 6.09 ㎢, 답 : 10.60 ㎢, 임야 : 14.40 ㎢, 기타 : 5.68 ㎢ )
▶주민편의시설
파출소 : 1개소, 학교 : 1개소 (율면 초중고 : 16학급, 330명), 농협 : 1개소, 우체국 : 1개소
▶기타 현황
간이음식점 : 3개소, 일반음식점 : 11개소, 휴게음식점 : 4개소, 이미용업소 : 2개소, 노래방 : 2개소, 기독교 : 10개소, 불교 : 4개소

 

   

율면은 누가 봐도 시골 동네다. 웬만한 산골짜기에는 물고기와 가재가 산다. 특이한 것은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깝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가까우면서 청정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것일까? 아마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면적은 인근 면에 견주어 작지는 않지만 인구는 현재 3113명으로 인구 분포가 이천에서 제일 낮다. 상수도 보급률도 채 1%가 넘지 않는다. 그러니 ‘낙후되었다’는 표현을 쓴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다.


율면은 북쪽으로 설성면과 장호원읍, 서쪽으로 안성시 일죽면, 남쪽으로 충북 음성군 금왕읍ㆍ삼성면, 동쪽으로 음성군 감곡면ㆍ생극면과 접해 있다. 경기도의 동남쪽 끝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북부 경계선을 따라 청미천이 흐르고, 남북으로 석원천이 흐르는 넓은 평야 지대가 발달한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전체 면적 중에 농경지가 45.3%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 지역에 공장 등 기업체가 들어설 기반은 거의 없다.

 

친환경 우렁이 쌀과 율면 포도


이처럼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넓은 평야 덕분에 경지 정리와 농수로 정비는 완벽하다. 이 넓은 땅에서 쌀을 기본으로 고추(신추리), 포도(본죽리), 인삼, 화훼(북두ㆍ월포리) 등 고소득 작물까지 생산되는 농산물은 많다.
이런 노력들은 쌀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지역 일대에서 시행되는 친환경 우렁이 농법과 오리 농법은 쌀 개방화 시대를 맞아 건강하고 밥맛 좋은 친환경 유기농 쌀을 생산하는 전초 기지의 주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특히 우렁이 농법은 1992년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대다수의 농가가 참여할 만큼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 마지기에 필요한 우렁이의 가격(15kg들이 한 상자)이 무려 12만원이나 돼 농약 값보다 세배나 더 들고 물 바구미 등 병충해에 따른 수확량의 감소 현상은 있지만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 좋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이런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쌀 못지 않게 뒤늦게 시작한 율면 포도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해마다 각종 포도품평회에서 색깔이나 형상, 낱알 고르기, 당도, 과방중, 숙도 등 여러 기준에서 우수한 평을 받고 있다. 율면 포도는 2000년과 2002년 경기도 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도 율면이 환경 친화적인 농업을 실천한다고 해서 좋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율면 거봉은 최근 상승세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이천지역에는 모두 76호의 농가가 32.3ha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5%가 율면에 몰려 있으니 율면 포도가 안성 포도를 누를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율면의 자연 환경과 지리적 여건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잘 이용한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부래미 마을’이다. 부래미 마을은 이제 이천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체험 마을의 상징이 될 만큼 성장했다. 

 

우리나라 체험 마을의 상징 ‘부래미 마을’


율면의 ‘부래미 마을’은 마을 고유의 어메니티를 체험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고, 이를 농외소득으로 연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메니티란 농촌 특유의 자연 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 유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인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데 이를 적절하게 이용해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한 마을이 부래미 마을이다. 수도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개발이 되지 않아 시골의 옛 모습과 전통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사람들이 바로 율면 부래미 마을 사람들인 것이다.


부래미 마을은 30세대에 76명이 거주하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그 순박함과 넘치는 인정, 그리고 마을 주변이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농촌 마을의 최대 장점으로 바꾸어 놓았다. 주민들은 이런 어메니티에 쌀을 비롯해 배, 복숭아, 고추, 강낭콩 등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친환경 농업과 도농교류 사업 등 소득증대를 위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여름철엔 장호원 복숭아, 율면 포도 등이 꼽히며, 봄ㆍ가을엔 농사 체험이 그리고 계절과 무관하게 도예 체험, 생태 체험, 농산물 체험, 사물놀이 등의 이벤트가 행해진다.
부래미의 성공 요인을 한마디로 말하면 ‘마을도 상품이다’라는 전략에서 나온다. 농촌다운 환경과 경관 유지에 주력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도시민의 지속적인 방문을 이끌어낸 데에 그 성공 요인이 있다. 여기에 마을 지도자들의 희생과 노력, 주민들의 협력, 지자체의 협조, 출향인사의 지원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그 덕에 초ㆍ중ㆍ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 체험 학습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촌 마을이 생기면서 최근 자녀들과 함께 농사 체험을 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선진국에서는 농촌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정서적ㆍ교육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수사례를 발굴, 홍보물을 제작하여 각급 학교에 전파하는 등 체험학습을 적극 독려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어 앞으로도 투자 개발 가치가 있다.


농촌 체험 학습이 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될 경우, 그 시장 규모는 연간 약 4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도 주말이면 100~300여명이 체험학습을 위해 부래미 마을을 찾고 있다. ‘부래미 마을’이 전국 체험 학습의 불을 당긴 것이다.


금호 창작 스튜디오와 율면 정승 달구지


얼마 전에는 율면 주민의 숙원 사업이던 주민 복지 회관이 착공식을 가졌다. 2년간에 설계용역과 토지 보상 문제로 진통을 겪다가 지난 5일 착공식을 한 것이다. 부지 1000여 평에 10억여 원을 투입해 빠르면 올 10월에 준공한다고 하니 주민의 복지며 문화 생활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율면은 이천에 변방이다 보니 개발이 늦다. 시는 민선 4기에 들어 미니 산업 단지 조성과 친환경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아직 계획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그렇다고 아주 절망적이지도 않다. 2005년 10월에 개관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산양리의 금호 창작스튜디오는 문화 예술의 고장인 이천에 또 하나의 문화 기반 시설로 자리 잡고 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 시설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 면적 1만 4047㎡(4249평), 건물 564㎡(170평) 규모로 건립된 스튜디오는 9개 화실과 사무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9명의 작가들이 상시 입주해 활발한 문예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에 더해 전통의 복원 작업도 활발하다. 1999년 이후 맥이 끊기다시피 했다가 2003년 봄 새롭게 발굴돼 그해 경기도 민속예술제에 올려지기도 했던 이천의 향토문화 ‘율면 정승달구지’가 그것. 고당리 지역 주민들과 이천 거북놀이보존회(회장 김양원)가 이를 전승 복원했기 때문이다.
율면 정승달구지는 공조판서와 형조판서를 역임하고 사후 영의정직까지 받은 효정공 김영근(孝貞公 金泳根, 1793~1873)의 성대한 장례에서 비롯됐다. 그때 정승의 장례에 뽑혀온 전국 최고의 선소리꾼들의 기능이 고당1리 마을 주민들에게 전수된 것이다.
풍부한 사설과 7가지나 되는 후렴으로 구성된 율면 정승 달구지는 상례(喪禮)에 사용되는 노래의 총 결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충효사상과 내세관은 물론 유(儒), 불(佛), 선(仙), 무(巫)의 사상과 신앙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소리만이 아닌 춤사위(동작)를 겸하고 있어 민속 문화로서의 가치도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