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아주머니의 한숨과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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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아주머니의 한숨과 월드컵
  • 이천저널
  • 승인 2006.06.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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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즐기자, 그러나 초대받지 못한 이들을 잊지 말자

한국과 토고의 경기가 열리던 13일, 저는 이제 여섯 살 난 우리 집 장남 건이와 목욕탕에 갔습니다. 저녁 8시쯤이었는데 목욕탕에는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넓은 목욕탕에서 건이랑 물장난을 신나게 하고 밤 10시가 거의 다되어 나왔어요. 그리고 건이가 좋아하는 '어묵떡'(어묵국물에 가래떡을 삶은 건데 건이는 이 '어묵떡'을 '오뎅떡'이라고 부릅니다)을 먹으면서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 하숙집 아줌마의 한숨소리..
매상이 평소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바로 근처의 대형 스크린이 있는 술집과 레스토랑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터져나갈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일찍 들어가려다가 건이가 떡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목욕탕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사실 건이는 목욕 와서 '어묵떡'을 못 먹으면 집에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주머니가 일찍 가셨던 날은 심하게 운 적도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축구를 보러가라며 어묵을 나무젓가락에 끼워 주십니다. 축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 얼른 건이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달렸습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매상이 절반도 안 된다는 아주머니의 푸념이 맴돌았지만 저도 토고와의 첫 경기가 시작될 무렵엔 흥분되어 아주머니의 어두웠던 표정은 씻은 듯이 잊어버렸습니다. 저 역시 달아오른 '월드컵 냄비'가 되어 열심히 응원하며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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