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밝게 비추는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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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밝게 비추는 '수호천사'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7.10.04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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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발지역서 소문난 여장부 '지역발전이 곧 자신의 발전'
“그까이꺼 대충….”요즘 이장님들 이랬단 큰일 난다. 그동안 남성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마을이장’ 자리에 ‘여성파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부발읍도 여성파워의 힘은 하늘을 찌른다.
부발읍 이장단회의가 열리는 날. 부발읍사무소에 하나 둘 모여드는 이장님들. 모처럼 만나서 인지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여성 이장님들의 등장 때문이다. 여성 이장님들 납시오~.

부발읍 총 39개리 마을 가운데 아미2·3·4리, 무촌2리, 가좌2리, 신하8리 등 6개리의 이장은 모두 여성들이 맡고 있다. 이들은 지역에서 그야말로 ‘인기 짱’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힘들고 거센 일도 마다하지 않고 마을을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 ‘촌장’ 그러니까 마을을 대표하는 ‘장’으로서 새내기도 있고, 베테랑 경력도 있는 이들 여성이장 6인방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봤다.

조영현 이장(아미2리)=총부녀회장 7년, 이장 4년차인 조 이장은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부발에 소문난 ‘여장부’로 통한다. 아파트와 달리 자연마을인 아미2리는 일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조만간 환갑을 맞이하게 될 조 이장은 힘들어하지 않는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 몸에 배 있기 때문이다.
조 이장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즐겁고 좋아요. 그게 내 젊음의 비결이라니까~”라며 “여자라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이장들 사이에서도 맏언니로 불리며 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조영현 이장과 함께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경수 이장(아미3리)과 양순덕 이장(신하8리)도 조 이장 못지않은 ‘오지랖 넓은’ 행동파다. 이들은 주민자치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외국인 이주여성들과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왔다. 동료들은 이들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이주여성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하이닉스를 포함하고 있는 아미 3리는 유난히 유동인구가 많아 투표인구만도 2800명에 달할 정도로 웬만해선 관리하기 힘든 지역으로 손꼽힌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규범에 준하게,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일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에요.”
이장경력 5년차인 강경수 이장이 맡고 있는 마을이다. 강 이장은 늘 씩씩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무기로 ‘말 많고 시끄러운 아파트 지역의 잡음을 잠재우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자랑한다.

강 이장은 지난날 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시위로 인해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 일로 인해 “참, 살면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구나” 싶기도 했다는 그는 “그것 또한 이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한 것이니 만큼 이제는 나름대로 뿌듯하다”고 말한다. 마을을 위해서 철창행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간큰’ 의리파이기도 하다.

신하8리=양순덕 이장(40) 남편=고승택(43)씨와 2남. 이장(3년째). 특기=잘 웃기
남원에서 울산으로 시집가 지난 86년도에 이천으로 이사 왔다는 신하8리 양순덕 이장. 젊은 층이 많은 아파트의 ‘단합이 어려운 점’ 등이 고충이긴 하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끼리 통한다’는 점을 내세워 그녀만의 강점으로 부각시킨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항상 웃고 살자.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로도 활동 중인 양 이장은 ‘그래도 자연부락보다는 일이 수월한 편’이라는 아파트의 장점을 살려 이장 활동과 함께 봉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녀회장 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장경력 9개월째에 접어든 무촌2리 박경자 이장. 박 이장은 무엇보다 주민 화합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어른들 공경에 앞장서 인정을 받고 있다.

청소며 밥짓기 등으로 하루 일과를 거의 마을 경로당에서 보낸다는 박 이장은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가로등 설치와 오수관리 시설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또 각별히 어른들 공경에 앞장서는 박 이장은 지난 4월, 자비를 털어 마을 어르신 30명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

“'여자 이장이니까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모든 면이 너무 좋아'라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에서 더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박 이장만큼이나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어른들 공경에 앞장서는 아미4리 최미경 이장. 최 이장은 남편 사업 때문에 서울에서 이사온 지 9년째, 이장으로서의 바쁜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유난히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 그대로 중책을 맡게 된 최 이장은 그야말로 어르신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부녀회장을 거쳐 이장이 된 경우다.

평소 습관대로 오며 가며 어르신들을 보살핀 최 이장의 작은 정성이 어르신들을 감동시킨 것. 지금은 병원이나 관공서 등 시내에 볼일이 있을 때면 늘 ‘우리 이장~’하면서 최 이장을 호출하신단다. 그것이 더 감사하기만 하다는 최 이장은 ‘비단결 같은 마음씨’로 단연 인기 최고다.

자연부락의 장점인 ‘주민단합’이 가장 부럽다는 최 이장은 “유동성이 많아 주민단합을 이루기 어려웠던 이제까지와는 달리 내년부터는 척사대회 등 단지 내 크고 작은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주민 단합을 위해 강한 의지를 내보인다.

부발읍의 최고 인기가수, 가좌2리 홍금련 이장. 홍 이장은 얼마 전 열렸던 ‘전국 노래자랑’ 결선에 출전할 정도로 일에서 만큼이나 뛰어난 노래실력을 자랑한다.

이장 3년차인 홍 이장은 비만 오면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마을이 작년 배수로 공사로 인해 이제는 피해 없이 장마철을 지내게 된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그러나 상수도 사업 등 여러 가지 이장 업무로 분주하게 보내던 중, 2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일이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8년간의 부녀회장 활동부터 이장을 맡기까지 남편이 참 든든한 울타리가 돼줬었는데…”라며 조금은 힘겨워하는 홍 이장에게 주민들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만병통치약보다도 탁월한 치유효과를 준단다.

검증받은 노래실력 만큼이나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력으로 주민들에게 ‘만년 이장’이라고 인정받는 홍 이장. 그는 “마을 전체 총 53세대 중 48세대가 살고 있는 빌라의 준공허가를 받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는 다짐과 함께 마을 일에 주력을 다하는 것으로 삶의 희망을 찾고 있다고 밝은 웃음으로 얘기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돼요.”라고 입을 모으는 부발 여성 이장 6인방. ‘지역의 발전이 곧 자신의 발전’이라는 지역사랑을 바탕으로 두 손 두 팔 걷어 부치고 땀 흘려 봉사하는 이들. 이들의 조건 없는 참 모습에서 이천은 희망이 있고,‘이천 여성의 힘은 강하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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