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속으로> 이천 증포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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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속으로> 이천 증포설렁탕
  • 이백상
  • 승인 2006.11.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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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설렁탕이다.

소의 머리 내장 족 무릎 도가니 등을 넣고 푹 끓인 설렁탕은 그 옛날 설농탕(雪濃湯)으로 불리기도 했다.

설렁탕은 조선 임금이 농사를 시작하는 봄철 서울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모든 계층의 사람과 함께 제사를 지내고 한 솥에 끓여 먹은 음식이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사신인 신농에게 제사를 지내고는 제물로 바쳐진 소를 이용해 탕을 끓여 함께 먹었던 것이 오늘날 설렁탕의 유래가 된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즐겨 찾는 설렁탕은 주머니 쌈짓돈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는 딱 알 맞는 음식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생겨난 것이 음식점이다.

음식업계의 풍년시대를 맞고 있는 요즘, 설렁탕을 싫어했던 사람도 이 곳을 한 번 다녀가면 설렁탕의 애호가들로 확 바뀐다는 소문난 집을 소개한다.
 
#. 두 개의 대형 가마솥

이천시 증포동에 위치한 증포 설렁탕 집.

이천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증포 설렁탕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최고의 맛과 직원들의 친절함 때문이다.

물 앞에 놓인 대형 가마솥 2개가 하루종일 김을 모락모락 내며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손님들의 입맛을 돋굴 사골 육수를 끓이고 있는 가마솥이다.

“늘 한결같은 맛을 보시려면 증포 설렁탕으로 오세요.”

수많은 손님들이 증포 설렁탕을 찾고 있지만 이 가운데 70%∼80% 정도가 단골 손님들이라는게 특징이다.

바쁜 시간에는 한참을 줄서서 기다리다 한 그릇 겨우 먹고 가지만 손님들은 한결같이 “참 맛이 특이하다”거나 “국물 맛이 끝내준다”며 한 마디씩 건네고 간다.

음식업계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박명순(53) 사장은 손님들이 이렇게 한마디 건내고 갈 때가 가장 보람있다고 말한다.

증포설렁탕은 사골을 비롯해 쇠고기의 잡뼈를 함께 넣고 가마솥에서 오랫동안 끓인다.
펄펄 끓고 있는 중간에 몸에 안 좋은 콜레스트롤 예방을 위해 둥둥 뜨는 기름기를 완전 제거한다. 그래야 느끼하지 않고 단백한 국물맛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 설렁탕의 ‘단짝’ 깍두기와 부추김치

설렁탕과 궁합이 제일 잘 맞는 반찬이 김치와 깍두기, 부추김치다. 반찬이 맛있으면 설렁탕은 당연히 맛이 좋아진다.

이 집은 김치와 깍두기도 숙성시켜 직접 담근다. 살짝 익은 김치와 깍두기는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충분하다.

이렇게 먹을 수 있는 설렁탕은 6천원. 시간이 넉넉한 손님은 돌솥과 곁들이면 더욱 좋다. 돌솥 설렁탕은 8천원.

좀 더 낳은 메뉴를 원한다면 도가니탕(한 그릇 1만원)을 빼놓을 수 없다.
주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도가니탕은 걸죽한 국물에 도가니가 듬뿍 들어가 있어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퇴근 후 소주한잔 걸치고 싶다면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돌판 꼬리찜이 좋다.

소 꼬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보기 좋게 썰어 감자, 피망, 송이버섯, 대추, 밤, 잣, 참기름, 깨 등 20가지가 넘는 갖은 양념이 들어간 꼬리찜은 냄새만으로도 군침이 돌 정도다.

박사장의 의욕적으로 개발한 돌판 꼬리찜은 4인 기준 3만5천원.

20년 가까이 박 사장과 고객으로 만난 이백우(65)씨는 “박 사장의 음식 솜씨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라며 극찬한 뒤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꼭 와서 도가니탕을 먹고 가야 속이 후련하고 일이 잘 풀린다”고 말한다.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다.

#. “여기 설렁탕 집 맞아?”

설렁탕 한 그릇을 맛보러 처음 오는 손님들은 실내에 들어서자 마자 탄복을 자아낸다. 고급 갈비집 뺨치는 실내 인테리어 때문.

통나무를 깍아 만든 원목 테이블도 손님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기에 그만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맛 버금가는 실내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손님들이 언제든지 주방 안을 훤히 들여다보이게 끔 가게 전면에다 주방을 배치했다.

주방이 깨끗해야 손님들이 음식을 신뢰한다고 늘 강조하는 박사장의 30년 경영 철학이다. 그래서인지 가게가 꽉 차는 경우도 허다하다.

120석을 갖춘 60평 남짓한 아담한 공간이지만 여기에선 손님들끼리 부대끼면서 식사해도 짜증내는 법이 없다. 편의상 찾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게 오른쪽 쇼 윈도우 앞에는 작은 정원이 펼쳐진다. 손님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 특별히 꾸민 것이지만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 끝에 결론을 못 내고 그냥 찾아가는 곳이 바로 증포 설렁탕 집의 자랑거리라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손님들이 정말 맛있게 먹고 갑니다. ‘다음에 또 올께요’라며 한마디씩하고 갈 때가 가장 기분 좋습니다. 장사하는 맛이 나거든요.”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 손님들로부터 인정받을 때,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른다는 박 사장. 그는 오늘도 ‘가장 맛난 설렁탕’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기만 하다./편집자 주 
 
인터뷰=증포동 설렁탕집 사장 박명순

“엄선된 재료와 손님들에게 부족함 없이 푸짐하게 내 놓아야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지난 2002년 4월 문을 열 당시 만해도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님을 끌기 위해 홍보용 전단지나 그 흔한 현수막 하나 걸지 않았다.
그저 찾아오는 손님을 상대로 부족함 없이 후덕하게 최선을 다해 모셨다. 이것이 바로 박 사장의 음식경영 30년간 쌓인 노하우다.

“정말 맛으로 만 승부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방침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반 년 정도 지났을 무렵 다녀간 손님들의 입소문을 통해 손님들이 찾기 시작했죠.”

박 사장의 음식점 경영 경력은 강산이 세 번 바뀐다는 30년이다. 나이 스물세살 때부터 서울 사당동에서 부산회관이라는 갈비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86년 이천에 처음 왔다가 식사를 하기 위해 거리 곳곳을 다녔지만 마땅히 먹을 만한 음식점이 없어 식당을 차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갈비집을 냈다고 한다.

이후 미란다호텔 부근으로 자리를 옮겨 온천회관이라는 고기집을 운영하면서 내 건물에서 장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의 음식점 자리를 장만하게 된 것이다.

“가게 나와 있는게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제가 하루라도 안나오는 날이면 손님들이 난리를 쳐요.”

“뒷짐 지고 있는 주인은 대우 못 받는다”는 생각에 박 사장은 홀서빙에서 손님상 치우기, 계산 등 1인 3역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의 부지런함 때문인지, 직원들도 한마음 한뜻이 되어 스스로 주인인 양 즐겁게 일하고 있다.

“저희 가게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주인과 종업원의 벽이 없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거든요.” 이같은 좋은 분위기는 곧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박 사장은 요즘 가게가 좁다는 손님들의 조언을 들어 약 30평 가량 늘릴 예정이다. 점심시간 대에 일부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미안하기 때문.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증포동 설렁탕 집은 쌀밥이 유명한 탓에 어지간해선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이천에서 어렵사리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한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박 사장.

박 사장에게 증포동 설렁탕의 맛 비결이 한마디로 뭐냐고 묻자 “그것만은 절대 비밀”이라면서 “요즘 세상에는 결코 차별화되지 않고 성공할 수 없어 특벽히 차별화된 맛을 개발했다”고만 말했다
이백상
이백상
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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