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말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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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말로를 보고
  • 용석
  • 승인 2011.11.0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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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원지간(犬猿之間)이었던 사람도 죽으면 빈소를 찾아 그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묵시적으로 관례화된 것이 우리의 문화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그리 쉽게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어서 한이 너무 사무친 경우 일반적 인지상정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42년간의 철권통치를 마감한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의 말로는 그야말로 비참일색이다. 밝혀진 은닉재산만 해도 24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 부를 축적하고서 자신의 미래가 너무 밝아 선글라스를 즐겨 쓴다는 그가 버려진 민가를 전전하며 숨어 지내다 구타와 발길질에 피범벅이 된 채로 처형을 방불케 하는 최후를 맞았으니 실로 비참한 모습이다. 마지막 그의 목숨을 앗아간 총이 그가 애지중지하던 황금권총이란 주장이 나왔는데 사실이라면 아이러니도 그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카다피는 옷이 찢겨지고 발길질을 당하며 끌려가는 와중에서도 돈으로 목숨을 구걸했다는 그의 마지막 모습과 자신과 아들의 시신이 나란히 방치되어 구경거리로 전락한 사후의 상황을 상상해 보면 조금은 측은함이 느껴질 것 같은데, 대부분의 리비아 국민은 카다피가 가능한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수모 당하기를 원했다고 한다니 그간의 깊은 한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독재자의 처참한 인생 말로가 만천하에 드러나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아직 살아남아 있는 독재자들의 심경이 어떠할지 자못 궁금하다.

  카다피의 말로는,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는 말과 태어날 때는 혼자 울지만 죽고 나서는 많은 사람이 우는 인생을 살라는 탈무드의 말을 곱씹어보게 한다.

용석
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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