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왕위에 올라 부리는 것은 민서(民庶)뿐이다. 민심이 돌아와 함께하면 만세토록 군주가 될 수 있으나, 민심이 떠나서 흩어지면 하루 저녁도 기다리지 못하고 필부가 되는 것이다.
군주와 필부의 사이는 머리카락 차이로 서로 격해 있을 뿐이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창름(倉廩:곡식 창고)과 부고(府庫:재물 창고)는 백성의 몸이요, 의상과 관(冠:모자)과 신발은 백성의 가죽이요, 주식(酒食)과 음선(飮膳)은 백성의 기름이요, 궁실(宮室)과 거마(車馬)는 백성의 힘이요, 공부(貢賦:세금)와 기용(器用:물건)은 백성들의 피다. 백성이 열에서 하나를 내서 위에다 바치는 것은 원후(元后:군주)로 하여금 그 총명을 써서 나라를 다스리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음식을 받게 되면 백성들도 나와 같은 음식을 먹는가를 생각하고, 옷을 입게 되면 백성들도 나와 같은 옷을 입는가를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