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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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행복하다
  • 용석
  • 승인 2009.12.3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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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일본으로부터 빼앗긴 국권을 되찾은 지 8주년이 되는 1953년 8월 15일(음력 7월 6일)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고 교육입국과 과학입국의 사상을 갖고 있다.

  여덟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큰집에서 30여 리 시골길을 걸어서 초등학교 3년을 다녔고, 집에서 4km 거리에 중학교가 있었지만 집에서 중학교를 다닐 수 없어 자취도 하고 하숙도 하고 가정교사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중학교를 졸업했고, 당시 중학교진학률이 20%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교육열 강하신 아버님 때문에 한 달 정도 구두닦이도 했지만 주로 가정교사를 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이모님의 중매로 스물여덟 살 때 좋은 배필을 만났지만 수년 간 계속되는 우환으로 심적 물적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스물아홉 살에 낳은 딸과 서른한 살에 낳은 아들이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신통하게 공부를 잘해 딸은 한교원대학교를 합격했고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카이스트를 합격했다.

  이때부터 나는 가난했지만 흐뭇했다. 한국교원대교의 등록금이 교육대학보다 저렴하고 딸이 학사과정 재학 중 과수석도 몇 번 했으며 아들은 카이스트 학사과정 재학 중 2000여만 원의 장학금을 받다 보니 경제적으로 특별한 어려움 없이 두 아이의 학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고 딸은 초등교사가 됐다.

  아들은 박사과정까지 카이스트에서 마치려 했으나 일본 최고의 이공계 대학 교토대로부터 등록금은 물론 용돈까지 보장하겠다는 제의에 따라 일본유학(대학원과정)을 결심하고 공익근무를 지원하기 전에 교수님들과 상담한 결과, 미국에서도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니 미국 이공계 5대 명문대학 중 MIT․버클리대․미시간대를 지원하라는 권유에 따라 미국유학을 결심하고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미국유학 후 카이스트 교수가 돼 과학입국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자식을 통해 교육입국과 과학입국에 이바지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반쪽이 났다.

  의과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과학자보다 의사가 좋으니 의사가 되라고 권유함에 따라 인생의 진로를 고민한 아들은 훌륭한 의사가 돼 한국을 빛내보겠다고 했다.

  평생직장의 시대가 가고 평생직업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모든 국가가 의사는 경제․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의술은 생명을 다루는 기술이기에 의사의 공급은 조절될 수밖에 없고, 교수정년이 65세인데 인간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의료산업이 21세기의 각광받는 산업으로 등장했으니 아들의 장래를 위해 공과대학 교수보다 의사가 좋겠기에 만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학을 포기하고 의학을 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 의학도 광의의 과학이라고 애써 자위했었다.

  4년제 대학의 우수인재들이 학사과정 졸업 후 몇 년씩 학원을 다녀 진학한다는 의학전문대학원, 남자 합격자의 58.2%가 30세 이상인 현실에서 학부졸업과 동시에 의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기는 어렵지만 병역을 필한 25세의 학부 졸업예정자로서 CHA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을 합격하여 동 대학원 재학 중이다.

  전국을 강타한 의사열풍 속에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이지만, 전원 전액장학금 지급․전원 기숙사 입사․의사고시 100% 합격 등을 자랑하는 CHA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이기에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아들의 장래를 생각할 때 기쁜 마음 감출 수 없었다.

  스물네 살 때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는 영광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고 밥을 굶는 비참함도 있었다.

  나를 낳아 길러주신 존경하는 아버님,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집안 살림과 자식 가정교육을 잘해준 아내, 공부를 잘해 늘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준 사랑하는 아들딸 때문에 내 인생은 행복하다.

 ꡒ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 인생은 초로(草露)와 같다ꡓ는 말이 그렇게 절절할 수가 없다. 앞으로 손자 대학 진학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인 딸이 교육입국에 발자취를 남기며 아들은 의학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빛내주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이제는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노력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이제는 산 날보다 살날이 훨씬 적다. 하루하루의 삶이 북망산을 향해 가고 있음이다. 지금까지는 무언가를 채우고 더하는 일에 전념했지만, 앞으로는 현실에 감사할 줄 알고 세상과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하는 일에 힘쓰고 싶다. 세상도 인생도 건강하고 즐거워야 된다. 그래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되고 개인도 행복할 수 있다.

  경인년엔 심각하게 나빠진 건강을 챙기고 삼십여 리 시골길을 걸어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때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그동안의 인생은 아이들 대학 2학년 때 속리산으로 가족소풍을 처음 다녀오는 등 앞만 보고 달린 내핍일로(耐乏一路)의 삶이었지만, 이제는 세상과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하는 일에 힘쓰고 싶다. 세상과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게는 내 인생의 남은 목표다.

  열등한 건강과 지위 그리고 지난날의 고생이 불만이지만, 그래도 내겐 수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이 세상과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했으면 하는 가슴속 깊이 자리한 간절한 마음을 바람에 살며시 실어 보낸다.


      - 시인/수필가 김병연(金棅淵)

용석
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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